웹툰 '19금' 전환, 기준이 도대체 뭐야?

[주장] 청소년 보호인가, 아니면 권리 박탈인가

등록 2013.04.20 15:00수정 2013.04.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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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네이버 만화 공지사항에 '하일권 작가 일요웹툰 <방과 후 전쟁활동>등급 변경 공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24일부터 <방과 후 전쟁활동>이 19세 이상 이용 가능 만화로 전환된다는 내용이었다. 앞으로는 19세 이상의 이용자만이 로그인을 해야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지에 따르면 콘텐츠 내 표현수위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 대해 작가와 네이버 운영자와의 깊은 논의 끝에 결정된 사안이라고 한다. 청소년이 이 만화를 볼 수 있는가 없는가를 결정하는 자리임에도 그 논의에 청소년은 없었다.

웹툰의 나이 규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되어온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웹툰 23개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여 반발을 샀다. 특히 만화계에서는 작품 말미에 'No Cut' 배너를 달거나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는 등 대대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였다. 이 때 만화계는 "나이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모호한 규정으로 무분별한 규제를 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문제" 라고 했었다. 노컷운동은 지극히 만화가들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청소년 독자의 권리는 이야기되지 않았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에 따른 문화 정보 접근권 제한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함이니까.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청소년은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소위 '19금' 정보로부터 '강제로' 보호받아야 하는 걸까?

"애가 보고 배우면 어쩌나. 애들이 보고 따라하면 어떡해?"
"애들 인성에 안 좋아."

'19금'을 지정해야 하는 이유를 물으면 보통 위와 같이 대답한다. 즉 청소년은 정보를 걸러낼 능력이 부족해서 옳지 않은 행동이라도 그대로 따라할 수 있으며, 아직 인격이 형성되고 있는 단계라서 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답변들이 청소년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근거로서 충분할까?

만19세 생일이 지나면 갑자기 판단력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판단 능력이라는 게 무 자르듯 나이란 기준을 잣대로 부족하다 충분하다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이야기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만화를 따라 해서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어려도 옳고 그름을 확실히 가려 소신대로 사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능력은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스스로 선택하고 가려내는 과정을 통해 향상되는 것이다.

즉 판단력은 나이 자체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며 그것의 필요성이나 옳고 그름에 대해 고민을 해왔는지에 좌우된다. 그런데 나이 규제는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고민할 기회를 박탈하여 19금 먹은 나쁜 정보가 제외된, 어른들이 생각하는 착한 결론만을 비판 없이 수용하게 만든다. 이쯤 되면 나이 규제의 목적이 사리분별 능력 없는 수동적인 노예를 키워내려는 빅브라더의 거대한 음모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지금까지 청소년은 판단의 주체가 되기에는 미숙하다는 이유로 무작정 나쁜 정보로부터 보호받아야만 한다고 여겨졌다. 이게 정말 청소년을 위한 일인지, 오히려 청소년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제는 고민해 보아야 한다.
#19금 #방과후전쟁활동 #나이규제 #아수나로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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