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가루 때문에 된장·고추장 뚜껑도 못 열어"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1] 국내 최대 보령화력 주변 사람들의 하소연

등록 2013.05.01 19:53수정 2013.05.0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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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화력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량을 1580만kW로 상향했습니다. 현재 충남에는 당진화력(한국동서발전), 태안화력(한국서부발전), 보령화력(한국중부발전), 서천화력(한국중부발전), 동부그린당진발전소, 부곡복합화력 등이 있고 우리나라 전체 화력발전 설비(2937만㎾)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태안화력 9·10호기(200만㎾)가 증설중이고 보령화력에서는 신보령 1·2호기(200만㎾)가 증설 공사 중입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확정되면 충남에선 당진복합화력 5호기(95만㎾급)와 신서천화력 1·2호기(100만㎾) 건설 사업이 또 시작됩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제남 의원실과 함께 충남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집중 점검합니다. [편집자말]

오천항에서 만난 어부들. 보령화력 증설을 두고 생업 걱정을 하고 있다. ⓒ 심규상


벚꽃 잎이 휘날렸다. 바늘 끝처럼 날카로운 봄볕이 얼굴을 찔렀다. 충남 보령 오천항(보령시 오천면) 앞바다의 하늘도 모처럼 파랗게 빛났다.

포구 빈터에 4~5명의 어부들이 모였다. 인기척에 짧은 눈인사를 하자마자 손길은 그물로 향했다. 뜯어진 그물을 꿰매느라 바쁘다. '찰카닥' '찰카닥' 일부러 카메라 셔터를 빠르게 눌렀지만 반응이 없다.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린 건 '보령복합화력'(이하 보령화력,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 얘기를 꺼낼 때였다.

"그 눔의 보령화력……. 얘기 해봐야 헛거여."

한 어부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다음 얘기를 기다렸다.

"새벽에 배타고 어장 가는 길에 발전소 앞을 지나는데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려. 무슨 냄새라고 해야 하나. 가스냄새 같은 게 아주 역겨워."

옆에 있던 다른 어부가 말을 받는다.

"숨쉬기도 힘들어… 아주 지독해! 냄새 난다고 해야 (발전소 측은) 들은 척도 안 해."


오천항에서 보령화력까지는 불과 500m 남짓이다. 인근 1개리 5개 섬 어촌계에서 60여 가구가 보령화력 인근에서 고기를 잡고 있다.  냄새 얘기로 시작한 화력발전소 얘기는 탄가루로 옮겨갔다.

"이 근방 사람들 밖에다 빨래 안 널고 살은 지 오래 됐어. 탄가루, 석탄재가 언제 날아올지 모르거든."

그러보니 봄볕에 바람결이 살랑거렸지만 집집마다 창문이 닫혀있다. 빨래가 걸린 집도 찾아볼 수 없다.  인근 월도에 사는 김아무개(48)씨는 바다위에 검은 석탄가루띠가 생긴다고 말했다. 

"일 년이면 몇 번씩 앞 바다에 검은 석탄 띠가 떠다녀. 안 따라가 봤지만 엄청 길어. 육안으로도 몇 킬로미터(km)는 되니께."

"바다 위에 검은 석탄띠, 기형 물고기도..."

오천항 방향에서 본 보령화력. 7개의 굴뚝이 나란히 서 있다. ⓒ 심규상


기형물고기가 수시로 올라온다는 얘기도 나왔다.

"(발전소) 온배수 영향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형 물고기가 종종 나와. 지난해 가을에도 갑오징어 낚시하는데 등이 울퉁불퉁한 놈이 올라왔어. 따개비 같은 게 발전소 유입수로 섞어 들어가는 걸 막는다고 주변에 살포하는 화약약품 때문에 바위손군락도 하얗게 말라죽었어"

최명순(80)씨는 이곳에서 평생을 보냈다. 누구보다도 이곳 사정에 훤하다.

"손해 본 거 말하자면 끝도 없지. 여기가 조개, 숭어에다 듬북, 우뭇가사리, 찬말, 기름말… 없는 게 없었어. 발전소 생긴 뒤로 지금은 없어. 다 죽었어"

보령앞바다에 석탄 화력발전소가 들어선 것은 30년 전이다. 1984년 1·2호기 준공이후 1996년 6호기까지 준공됐다. 2002년에는 복합 화력발전소가 들어섰다. 2008년에는 7·8호기가 추가 증설됐다. 보령화력본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이자 국내 전체 발전설비 중 8%를 차지하고 있다. (설비용량 화력 4000MW, 복합화력 1800MW, 소수력7.5MW 등)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는 원전 2기와 맞먹는 1000MW급 신보령화력 1·2호기 공사가 한창이다. 신보령화력 1·2호기는 오는 2017년 6월 준공을 목표로 2조 79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신 보령화력까지 들어서면 발전소 앞에서는 더 이상 고기 잡아 먹고 살기는 어렵다고 봐야지. 보상이나 많이 해줬으면 좋으련만……."

보령지역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가구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초에는 3000가구에 달하던 순수어업인구는 1995년도에 2597가구, 2001년 말에는 1579가구로 10가구당 4가구 정도가 어업을 포기하거나 전업했다. 그나마 2011년 2436가구로 회복됐지만 다시 감소추세다. 지역민들은 어업에 영향을 준 대형사업으로는 남포면 부사지구 간척사업, 웅천면 황교 공군폭격장 등과 함께 주교면 및 오천면의 보령화력 건설과 복합화력 증설을 꼽고 있다.

주민들 "숨 쉬고 사는 게 고통... 제발 마을 떠나게 해달라"

오포리 주민대책위원장을 맡은 한상용(76, 왼쪽)씨와 마을주민이 연기를 내뿜는 보령화력 사진을 보며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심규상


7·8호기 증설직전인 지난 2005년 경 보령화력 모습 ⓒ 오포리주민대책위


차를 돌려 보령화력발전소 앞마을로 향했다. 채 2∼3분도 되지 않아 하늘로 치솟은 화력발전소 굴뚝이 들어왔다.

발전소 정문과 50∼200미터 사이에 오포리가 자리 잡고 있다. 마을에서 발전소 굴뚝이 마주 보인다. 60세대 약 200여 명에 이르는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보령화력 측은 화력발전소를 증설할 때마다 주민들에게 '더 이상 증설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7·8호기에 이어 '신' 자를 붙인 보령화력 1·2호기가 추가 공사 중이다. 주민들은 화력발전소가 들어선 후 30년 가까운 세월은 한 마디로 숨 쉬고 사는 게 고통이라고 말한다.

삶의 터전을 발전소 부지로 내줬다. 사시사철 먹을 것을 캐내던 갯벌도 발전소 부지로 매립됐다. 발전소가 증설될 때마다 회처리장 면적도 덩달아 늘어났다. 유연탄 분진이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들었다. 악취가 끊이지 않았다. 발전 온배수(취수한 해수를 발전과정에서 발생한 폐열을 흡수하는 냉각수로 사용한 후 수온이 상승된 상태로 방출되는 배출수, 자연해수보다 수온이 연평균 약 7도 정도 높다)로 해양오염도 심했다. 중부발전측은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앵무새처럼 '죄송하다', '노력 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주민들이 '집단이주'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보령화력을 운영중인 한국중부발전(주) (서울시 강남구 영등포로, 이하 중부발전) 측이 발전소 증설계획을 밝히자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며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석탄가루가 날려 더운 여름에도 문을 못 열어"

마을 주택 옥상에 쌓인 석탄가루. 지난 2010년 주민들이 촬영한 것이다. ⓒ 심규상


주민들의 하소연하는 목소리에서 서글픔이 묻어났다. 몇해 전부터 오포리 주민대책위원장을 맡아온 한상용(76)씨는 헛웃음을 지었다.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아 "남은 건 허탈감 뿐"이라고 했다. 관할 자치단체인 보령시와 충남도는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바쁘다. 
     
"석탄가루가 날려 더운 여름에도 문을 못 열어. 밖에 빨래를 널 수가 있나. 된장, 고추장 장독 뚜껑을 못 열고 산 지가 수십 년이여."

그가 사진 몇 장을 내밀었다. 다 키운 배춧잎 사이에 까만 석탄가루가 쌓여있는 사진이었다. 누런 석탄재가 쌓인 것도 있었다. 자신의 집 옥상마당에 쌓인 석탄가루를 담은 사진도 있었다.

"처음에는 탄원서를 냈어. 그랬더니 발전소 측 답변이 석탄하역기를 밀폐형으로 다 교체하고 방진펜스를 설치해서 분진이 안 난다는 거야. 사진을 찍어서 '니들 눈에는 이게 안보이냐'고 했더니 '강풍 등 기상 악화시에는 불가항력'이라며 '앞으로 개선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뻔한 소리뿐이야."

지난 2003년 충남발전연구원이 보령시의 의뢰에 따라 작성한 '보령시 환경보전 기본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보령지역의 연간 대기오염물질 총 배출량은 PM10(미세먼지)1134.6톤, SO2(이산화황)1만 9112.3톤, NO2(이산화질소)2만 9288.7톤, CO(일산화탄소)8668.7톤에 이른다. 이중 보령화력은 전체 오염원의 85.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령화력 7·8호기가 건립되기 전 조사수치다.

"암 환자 급증, 역학조사해야" Vs. "상관관계 없다"

오포리 마을에서 본 보령화력. 인근이 오천항이다. ⓒ 심규상


소음과 악취도 이들을 괴롭히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1년에 3~4차례 발전기계 교체나 보수공사를 하는데 공사 때마다 밤낮으로 소음이 굉장해. 저탄장과 회처리장에서 냄새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바람 때문인지 특히 여름이 심해. 골치가 아파 아무 일도 못할 정도야."

중부발전 측에서는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석탄의 장기 저탄시 자연발화과정에서 냄새가 발생하고 있다"며 "냄새발생을 예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0년 말 보령시는 신보령화력 1·2호기 추가건립과 관련 중부발전 측에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 중에는 '건강피해에 대한 주민 건강검진, 역학조사 실시 및 대책 마련'이 들어있다. 이에 앞서 당시 발전소 주변 5㎞ 이내에 있는 은포, 고정리 등 10개 마을 주민들은 "90년 이후 암 발생 환자가 70여 명에 이르고 암 환자가 마을당 보통 7~8명, 심지어 11명에 달하는 곳도 있다"며 "암 환자 발생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부발전 측은 "발전소와 암 발생은 상관관계가 없다"며 역학조사 요구를 묵살했다. 이주대책 요구에 대해서도 "적법한 시행근거나 타당성을 찾을 수 없다"며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오포리 마을 한복판으로 고압 송전탑과 송선로가 어지럽게 지나고 있다. ⓒ 심규상


한씨가 그동안 중부발전측에서 보내온 답변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들깨나 콩은 심어 봐야 여물지를 않아. 배추 심는 건 포기했어. 대대손손 부대끼며 살아온 갯벌과 바다도 망가진 지 오래야. 발전소는 계속 증설하지. 그러면 주민들이라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이주해 줘야 하는 거 아냐."  

마을 한복판으로 고압송전로가 어지럽게 지나고 있다. 지붕 위로 고압선로가 지나는 곳도 있다. 주민들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선로에서 불꽃이 번쩍이고 굉음이 난다고 호소했다. 중부발전과 보령시가 곧바로 답변을 내놓았다.

"보령 송전선로 및 전력연구원 측정결과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면도기보다 전자파가 적게 발생되고 있어 고압송전선로에 의한 전자파 피해는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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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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