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붙은 채 태어난 손녀, 기가 막힙니다"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②] 김종호씨가 분통 터트리는 이유

등록 2013.05.13 14:45수정 2013.05.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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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화력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량을 1580만kW로 상향했습니다. 현재 충남에는 당진화력(한국동서발전), 태안화력(한국서부발전), 보령화력(한국중부발전), 서천화력(한국중부발전), 동부그린당진발전소, 부곡복합화력 등이 있고 우리나라 전체 화력발전 설비(2937만㎾)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태안화력 9·10호기(200만㎾)가 증설중이고 보령화력에서는 신보령 1·2호기(200만㎾)가 증설 공사 중입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확정되면 충남에선 당진복합화력 5호기(95만㎾급)와 신서천화력 1·2호기(100만㎾) 건설 사업이 또 시작됩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제남 의원실과 함께 충남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집중 점검합니다. [편집자말]

'보령복합화력' 부근에 사는 김종호(61)씨 ⓒ 심규상

"공사하려고 사기를 치다니요… 분통 터져서…."

김종호(61·충남 보령시 주교면 고정리)씨가 몇 번씩 방바닥을 쳤다. 덤프트럭이 지날 때마다 목소리도 커졌다.

그의 집은 '보령복합화력'(이하 보령화력,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 운영주체 한국중부발전) 부근에 있다. 문만 열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집을 지어 수십 년을 살아왔다. 손녀딸 등 6식구의 보금자리다.

하지만 인근 다른 주민들처럼 발전소 저탄장에서 나오는 가스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냄새로 두통과 기침에 시달렸다. 1984년 1·2호기 준공 이후 1997년 복합 화력발전소(2002년 준공) 공사가 시작됐다. 당시 발전소 측에서 해발 10m 집까지 수용했다.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집은 10m 이하인데도 수용대상에서 빠졌다.

보령 앞바다에 석탄 화력발전소가 들어선 것은 30년 전이다. 1984년 1·2호기 준공 이후 1996년 6호기까지 준공됐다. 2002년에는 복합 화력발전소가 들어섰다.

"집 앞바다 매립... 덤프트럭만 하루 수백 대"

와중에 2008년 7·8호기가 추가 증설에 이어 2011년 신보령화력 1·2호기(준공 2017년 예정) 공사를 시작했다. 발전소 직원들이 찾아와 회처리장(화력발전소에서 태우고 남은 석탄회 등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집 앞바다를 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 앞으로 새 진입로가 생길 거라고도 했다.


"지금도 고통스러운데 추가 발전이 되면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했죠. 집값 보상하고 이주비 달라고 했어요. 집터는 제 땅이 아니에요."

다행히 공사 팀장 등 관계자들이 보상과 이주비 지급을 철석같이 약속했다. 직원들이 나와 과실수 그루까지 헤아렸고, 집 이곳저곳을 조사했다. 곧 보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곧 집 앞바다 매립 공사가 진행됐어요. 덤프트럭이 하루 평균 수백여 차례 오가며 흙을 매립했어요. 소음, 흙먼지……. 말도 말아요."

"공사 끝나자 이주비 약속 없던 일로..." 

김종호씨 집앞 바다를 매립해 만든 회처리장 ⓒ 심규상


김종호씨가 집 앞 도로에 내건 중부발전을 비난하는 현수막 ⓒ 심규상


학교에 다니던 손자들은 공부를 못하겠다고 투덜댔다. 집 앞 기존도로와 새진입로가 맞물린 곳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 위험에 직면했다.

김씨는 매립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민원 한 번 제기하지 않았다. 감내했다. 곧 이주시켜주겠다고 한 직원들의 거듭된 약속 때문이었다.

수개월 만에 드디어 매립공사가 끝났다. 김씨가 직원들에게 다시 약속한 보상시기를 물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팀장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공사가 끝나 이주비 줘가며 보상할 필요도 못 느낀다는 거예요……. 허 참."

바다(가운데 검은 부분)가 내려다보이던 2011년 이전 김종호씨의 집(붉은 원안). ⓒ 심규상


바다가 있던 자리를 매립해(가운데 황토색 부분) 발전소 회처리장을 만들었다. 붉은 원안은 김종호씨의 집 ⓒ 심규상


신보령화력 건설본부로 달려갔다.

"매립공사 하기 위해 속인 거냐고 따졌어요. 당시 또 다른 공사관리팀장이 제 얘길 쭉 듣더니 '다시 이주시켜주겠다'"고 약속했어요. 또 믿었죠."

때맞춰 인근 지역 주민들(송학 1리, 고정 1.2리)이 신보령화력 발전소 공사 반대 집회를 시작했다. 김씨도 이 집회에 참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보령화력 발전소 민원팀 직원이 찾아왔어요. 책임지고 이주시켜 줄 테니 반대집회에 참여하지 말아 달라는 거예요. 이후로 마을 주민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어요."   
  

건설중인 신보령화력 1·2호기 ⓒ 심규상


"이주 약속하며 집회 불참 종용"... 결과는 또 '모르쇠'

지난해 말, 김씨는 소식이 없어 다시 발전소 측을 찾아갔다.

"발전소 직원이 '이주시켜줄 명분이 없다'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건의하래요 글쎄…. 이게 말이 됩니까."

그는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달리 하소연할 방법이 없어서였다. 발전소의 한 직원은 만약 권익위에서 이주시키라고 해도 강제력이 없다는 말로 김씨의 화를 돋웠다.

이에 대해 신보령화력 건설본부 관계자는 "공사 진입로를 내기 위해 보상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맞지만 김씨의 집이 있는 토지주가 땅을 팔지 않겠다고 해 보상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의 경우 공사 관계자가 이주를 약속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약속을 했다는) 근거가 남아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최근 손녀딸 등 가족들을 보령 시내로 내보냈다. 더 이상 아이들을 위험천만한 생활 환경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집 지붕 한복판으로 고압송전로가 지나고 있다. 집 앞 매립된 바다 위에는 회처리장이 들어섰다. 저탄장 석탄 더미에서 나오는 가스(이산화황, 이산화질소)로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고 호소했지만 중부발전과 보령시에서는 측정결과 기준치 이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보령화력 관계자는 "생활하는데 불편은 있지만 이주를 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중부발전 직원들 ..단 하루만 이 집에서 살아봐라"


김종호씨 집 앞을 오가는 덤프트럭. 지붕위로는 고압 송전로가 지나고 있다. ⓒ 심규상

"손녀딸이 2003년 태어났어요. 그런데 양쪽 발가락 2~3개가 붙어 있더라구요. 전자파 등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입증할 수가 없을 뿐이지…."
   
중부발전에서는 현재 신보령 1, 2호기 공사에 한창이다.

"지금 있는 발전소 시설도 환경정화능력이 없어요."

덤프트럭이 쌩쌩 오갔다. 그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발전소 직원들이 이 집에서 하루만 살아보면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사람이 개만도 못합니까." 
#보령화력 #충남 #저탄장 #회처리장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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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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