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뤄질 수 없는 희망 '화순군의회 특위 구성'

"특위구성 반대하면 내년 선거에서 심판 하겠다" 경고도 묵살

등록 2013.04.30 10:49수정 2013.04.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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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의회의 특위(특별위원회) 구성이 또 무산됐다. 이번에도 항상 특위 구성에 반대했던 그 의원들이 반대했다. 민주당 옷을 입었을 때도 특위 구성에 반대했던 그 의원들은 민주당 옷을 벗고도 여전히 특위 구성에 반대했다.

화순유통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상을 밝혀 달라는 화순농특산물유통회사(이하 화순유통) 주주와 군민들의 요구는 무소속 의원들에 의해 묵살됐다.

이번 특위 구성은 10명의 화순군의원 중 민주통합당과 윤석현 통합진보당 의원 등 5명에 의해 추진됐다. 이들 의원들은 당초 농업보조금과 사회복지시설보조금 등 화순군의 각종 농업보조금과 관련해 특위를 구성할 계획이었지만 특위에 대한 무소속의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특위 범위를 화순유통으로 국한시켰다.

이는 특위 구성을 위해서는 제적의원의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특위의 범위가 광범위한 것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무소속의원들에게 양보해 한발짝 물러선 것으로 해석됐다.

특위 구성을 앞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이번만큼은 특위 구성이 무난히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최근 화순유통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번번히 특위 구성에 반대해 왔던 무소속 의원들이 혹시나 특위를 통한 진상규명에 동의하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다.

또다시 특위 구성이 추진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군민들은 "이번만큼은 특위를 구성해 각종 의혹을 속시원히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이번에도 특위 구성을 반대한다면 군의원 자격이 없다. 내년 선거에서 심판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군민들의 경고는 무시됐고 특위 구성은 무산됐다.

화순유통은 정부공모사업에 의해 농민들이 고품질농산물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유통을 책임지기 위한 목적으로 2009년 4월 화순군과 지역농협, 영농조합법인 등 생산자단체, 농민들의 출자로 설립됐다.


하지만 설립 2년여만인 2011년 4월 57억원 규모의 곡물사기를 당한 사실이 알려졌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먹구구식 경영과 간부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등 각종 문제점들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간부직원의 억대 공금횡령과 법인카드 사적용도 사용, 계약서도 없이 지급한 수십억원대의 선급금 지급 등이 드러난 것. 선급금은 화순군수 재선거(2011년 4월)가 있기 전인 2010년 10월 이후 집중적으로 지급됐다. 화순군 자체조사결과에 따르면 곡물사기 사건도 2010년 10월을 전후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어찌된 영문인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선급금을 받은 화순지역 농민이나 생산자단체들은 업체들은 선급급을 받은 지 2년여가 지났지만 물건도 납품하지 않고 선급금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선급금은 업체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지급하는 돈으로 물건을 납품하지 않으면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에는 화순유통이 2010년 12월말 전북 B농협과 45억7천만원 상당의 찰벼를 구입하기로 계약한 후 물량을 인수하기로 한 기간내에 인수하지 못하면서 8억6천만원의 위약금을 물게 된 사실도 드러났다.

여기에 2011년 9월 선임된 화순유통 A대표이사는 선급금을 비롯한 각종 채권회수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함은 물론 화순군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제외하면 매출실적도 빈약해 화순군의회와 상당수 주주 및 군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화순유통의 2012년도 매출액은 29억 6,200만원이며 1억 1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유통사업과 관련 6억 6,200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화순군이 최근 화순군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화순유통은 A대표 체제하에서 107억 8500여만원의 채권 중 일반채권은 6억700만원(10%), 선급금은 10억6500만원(23%)을 회수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화순유통 주주총회와 화순군의회를 통해 공개되면서 농민회 등을 중심으로 의회가 특위를 구성해 화순유통을 둘러싼 의혹을 속시원히 밝혀 달라는 요구가 일었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그동안 특위 구성을 반대해 왔던 무소속의원들에 의해 묵살된 것이다.

2010년 화순군에서는 환경미화원 등 무기계약직 직원 채용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전모 前 화순군수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과정에서 승진청탁성 돈을 건넨 공무원들의 실명까지 드러났다.

당시 지금의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인사특위 구성이 시도됐지만 지금의 무소속 의원들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이후 산양삼과 관련해 보조금 부당수령 등으로 수십여명의 농민이 줄줄이 기소됐을 때도 보조금 특위를 구성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재발방지책을 모색하자며 특위 구성이 시도됐지만 역시 무소속의원들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한 사람이 수십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칡덩쿨제거사업 관련 인건비를 부당수령했을 때도, 파프리카와 딸기 재배농가, 펠릿보일러 설치 농가들까지 보조금 부당수령 혐의로 수십여명이 줄줄이 기소됐을 때도 특위구성이 시도됐지만 무소속의원들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지난 26일 열린 제189회 화순군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는 화순유통 관련 특위구성의 건이 상정됐다. 하지만 역시 무소속의원들의 반대로 특위구성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문행주(민) 화순군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특위 구성이 왜 필요한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의원들이 더 잘 알 것이고, 특위 구성 요구는 화순유통을 더이상 이대로 놔둬서는 안된다는 군민들의 절규와 아우성의 결과"라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화순유통은 오랜동안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며 "특위 구성은 더 큰 피해를 막고 군민들이 궁금해하고 의혹을 가지고 있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행정이 바르게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회의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에도 군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특위구성이 무산되면 군민들에게 어떻게 군의원이라고 얼굴을 들고 다니겠냐"며 "정치적인 파당이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주주와 군민들을 위해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찬성토론에 나선 조유송(민) 의원도 "의회가 집행부의 주총자나 거수기가 아니라면 특위 구성을 못하는 이유가 없다. 무엇이 무섭고 두려워 특위구성을 반대하는 것이냐"며 무소속의원들을 압박했다.

또 "집행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비판하고 감시하겠다고 군민들에게 한 약속을 기억하고 냉정하게 판단해 달라"며 "스스로 의회의 권위를 추락시키지 말고 특위구성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위 구성 반대에는 양점승(무) 의원이 앞장섰다. 양 의원은 "진실 규명과 군민의 알권리 충족,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특위 구성이 꼭 필요하다"면서도 "군수의 공백 등으로 인해 화순사회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폈다.

"다각도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일부 언론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과 군민, 공직자들은 군수의 공백으로 인해 화순사회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특위구성은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주장이다. 현재 화순군수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해 12월부터 구속 중이다.

그러면서 "특위구성은 차후 채권회수가 어느 정도 이루어 진 후 다시 검토하기로 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특위를 구성하자는 것도 아니고 '검토'하자는 소리다.

특위 구성여부를 놓고 의원들이 찬반으로 나뉘면서 특위 구성여부는 표결을 통해 결정됐다. 표결 결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은 찬성, 의장과 부의장, 3명의 상임위원장 등 무소속 의원 5명은 반대입장을 밝혔고, 결국 5:5 동수로 특위구성안은 부결됐다. 이번에도 무산된 것이다.

이날 의회 본회의장에는 수십여명의 주민들이 특위 구성 여부에 관심을 보이며 방청석에서 회의를 지켜봤다. 무소속의원들의 반대로 특위 구성이 방청석에서는 온갖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분을 이기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무소속의원들을 쫒아가 막말을 쏟아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순군의회 #특위 #특별위원회 #화순유통 #보조금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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