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직원 사망사고 충격... 법원노조 '긴급구제' 호소

법원행정처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요청

등록 2013.04.30 17:13수정 2013.04.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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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이하 법원노조)는 30일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법원공무원들의 잇따른 사망사고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법원공무원들이 긴급구제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동료들의 잇따른 사망사고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법원공무원들은 법원을 '죽음의 직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원노조에 따르면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중한 업무 등에 따른 우울증과 스트레스 등으로 지난 201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사망한 법원공무원은 총 43명(판사 3명 포함)이고, 이중 15명이나 자살했다.

또 올해 들어 불과 4개월도 채 안 돼 벌써 법원공무원 8명이 사망했고, 이중 3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의정부지법 가평군법원에서 근무하던 예비신랑 실무관이 결혼을 불과 이틀 앞두고 법원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결혼예정일(21일)에 끝내 숨져 법원공무원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법원노조는 "수년간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법원직원 사망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법원행정처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사법행정으로 인해 사망사고는 그 수와 속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법원행정처를 비판했다.

또 "이런 심각한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3월 '법원공무원 사망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법원행정처는 여전히 법원노동자들의 절실한 대화 요구를 거부하며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요청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법원본부 이상원 본부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국가인권위 긴급구제는 그동안 법원공무원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법원본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대화 요구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일방적인 무시와 무대응의 과정에서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는 법원공무원의 사망사고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취해진 조치"라며 "법원공무원들이 긴급구제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법원공무원 우울 증상, 일반인의 '두 배' 육박

법원노조는 긴급구제 신청서에서 "현재 사법부 구성원들은 3년여 전부터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법원공무원 사망사고에 직면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며 "특히 올해 들어 벌써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그 중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상황에서 내부통신망에 게시되는 경조사 글조차 읽기 힘들 정도로 극도의 심리적 충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또 "최근 잇따르는 법원직원들의 사망사고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보다도 많은 숫자이며, 올해 들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자살률보다 더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참담한 현실에 법원구성원들은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실제로 법원노조가 2011년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법원공무원 업무환경 및 건강실태조사'결과에 의하면, 고도 우울(12.1%), 혹은 중등도 우울(17.0%) 증상을 보인 법원공무원이 29.1%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줬다. 이는 사무금융노동자(26.5%)나 서비스 노동자(26.6%)보다도 높은 수치이며, 일반인(15.2%)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또한 2011년 10월 기준으로 1년 사이 자살충동을 경험한 법원공무원이 조사대상의 4분의 1인 2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응답자 중 30명은 실제로 자살시도까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이후 현재까지 총 8명이나 자살했다.

이런 수치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사회복지직 공무원 2만3000명 중 3명이나 자살해 충격을 줬는데, 법원공무원은 1만6000명 중 3명이 자살해 법원공무원의 자살률이 훨씬 높았다.

법원공무원의 사망률은 전체 공무원 집단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국민에 비해 자살률은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법원 내 발생하고 있는 사망원인 대부분이 암, 순환기계, 자살 등으로 이는 일반국민에 비해 1.5배~7배까지 높은 경향을 나타내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법원노조는 밝혔다.

"'죽음의 직장' 에서 더 이상의 귀중한 목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법원노조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법원 내 잇따르는 사망사고는 법원업무 특성에 기인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량에 주요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법원노조는 "최근 6~7년간 사법부는 공판중심주의나 집중심리주의 도입 등 민·형사재판을 비롯한 전 영역에서 엄청난 사법 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며 "하지만 급변하는 업무환경에 당연히 따라야 할 인적·물적 지원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지금껏 직원들은 그에 따라 누적되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계속적으로 감내해 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이 누적된 고통 속에 병들어 가는 직원들에게 인력충원이나 업무 부담을 감소하고자 하는 노력 없이, 또 다시 새로운 제도 도입과 적응을 재촉함으로써 결국 직원들의 도미노 죽음이라는 사법부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노조는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료직원들의 잇따른 죽음의 행렬을 더 이상 방치하거나, 시간을 끌 수 없는 긴박하고도 절실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판단해 법원행정처에 '법원공무원 사망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회' 개최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법원본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대책 마련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법원노조는 "올 들어 한 달에 2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죽음의 직장' 법원에서 더 이상의 동료들의 귀중한 목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을 담아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한다"며 "법원행정처에서 법원직원들의 업무량 등 살인적인 근무환경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무환경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비인권적인 부분이 개선시키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상원 법원본부장은 "법원직원 사망사건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의 무책임한 태도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법원공무원 #법원노조 #법원본부 #긴급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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