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쉬고 학생은 학교에... 이상한 노동절

교사도 노동자인데 출근... 파업까지 하는 선진국 교사와 대조

등록 2013.05.01 18:46수정 2013.05.0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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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일 오전 9시 21분]

5월 1일, 오늘은 노동절(勞動節)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달력에는 '근로자의 날'로 표기되어 있다. 영어로는 May day 또는 Laborer's day라고 한다. 원래는 우리나라도 노동절이라고 불렀는데 박정희 정권 시절 '노동'이라는 말이 싫다고 근로자의 날로 바꾸었다고 한다.

노동절은 '근로자의날 제정에 관한 법률'로 정한 '법정휴일'이므로 유급휴일이다. 그래서 노동절에 출근하는 직장은 노동자들에게 150%의 수당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노동자들도 드물고, 휴일 수당을 챙겨주는 사용자도 별로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노동절에도 교사들은 학교에 출근을 했고, 학생들도 등교를 한다. 학생들은 "왜 우리 아빠는 출근을 안 하는데, 우리는 학교를 가야하지?"하고 궁금해한다. 교사들도 "노동조합 가입이 인정되는 노동자인데 왜 노동절에 학교에 출근을 해야하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노동절에 교사와 공무원까지 출근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교사들은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되어 있었다.

파업하는 교사들... 대한민국에서는 바로 감옥행!

인터넷에서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 교사들이 4주째 파업을 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a  덴마크 교사들이 탄력근무제를 둘러싼 협상 결렬로 4개월째 파업을 하고 있어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못한다는 EU observer 보도. 우리나라는 단 하루 파업, 아니 단 한 시간의 조퇴도 허용되지 않는다. 4달을 교사가 파업을 했으면 감옥이 교사로 넘치고, 전부 해고되었을 것이다.

덴마크 교사들이 탄력근무제를 둘러싼 협상 결렬로 4개월째 파업을 하고 있어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못한다는 EU observer 보도. 우리나라는 단 하루 파업, 아니 단 한 시간의 조퇴도 허용되지 않는다. 4달을 교사가 파업을 했으면 감옥이 교사로 넘치고, 전부 해고되었을 것이다. ⓒ 인터넷캡쳐(EU observer)

기사에 의하면, 덴마크 정부와 교사들 사이의 노동조건(탄력근무제)를 둘러싼 협상의 결렬로 인하여 교사들이 파업을 하고 있고, 그 여파로 학생들은 4월 1일부터 현재까지 4주 동안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아이를 직장에 데리고 가거나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일찍 퇴근하기도 하고, 휴가를 쓰는 경우도 있으며, 부모나 친척에게 맡기기도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단 하루만 교사가 파업을 해도 언론이나 정부 할 것 없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유럽에서 교사 파업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에서는 2004년을 전후하여 최초고용계약법 문제로 교사들과 학생들이 중심이 된 전국적 파업이 있었으며, 2008년에는 교육의 공공성을 축소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교육개혁안에 반대해서 또 전국적인 교사 파업이 있었다. 2010년에도 공무원들의 퇴직 연령을 늦추어 연금을 축소하려는 정부에 반발하여 교사들이 개학과 더불어 파업을 벌였다.

영국에서는 2010년 교장노조(NAHT)와 교사노조(NUT)가 함께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보이콧을 벌인 적이 있으며, 2011년에는 교사들이 공무원과 함께 연금 축소에 반대하며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유럽 선진국들에서는 영국, 프랑스, 덴마크 할 것 없이 파업이 교사들의 합법적인 권리로 인식되고 있으며, 실제로 교사들의 파업으로 학교가 문을 닫기도 하는데 국민들 다수가 교사들의 파업을 지지해 준다고 한다.

교사들이 파업을 하는 것은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a  미국 시카고교사들이 파업을 하면서 거리시위를 하고 있다는 폭스뉴스 언론보도. 시카고교원노조 교사들은 25년만에 임금인상을 내걸고 파업을 하였으며, 시장과의 협상을 통하여 17%의 임금인상안을 합의하여 타결시켰다.

미국 시카고교사들이 파업을 하면서 거리시위를 하고 있다는 폭스뉴스 언론보도. 시카고교원노조 교사들은 25년만에 임금인상을 내걸고 파업을 하였으며, 시장과의 협상을 통하여 17%의 임금인상안을 합의하여 타결시켰다. ⓒ 인터넷캡쳐(폭스뉴스)

미국 언론은 지난해 10월 시카고 교사노조(CUT)가 25년만에 벌인 교사 파업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시카고 교원노조는 파업을 통하여 시카고 시장과의 협상에서 4년에 걸쳐 17.6%의 임금 인상안에 잠정 합의를 하고, 이 협상안이 조합원 총투표에서 79.1%의 찬성으로 추인되었음을 일제히 보도했다.

우리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이 자본주의 모국,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삼는 미국에서도 교사들이 파업을 하고, 그 파업을 무기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의 이웃 나라인 캐나다, 멕시코 교사들도 파업을 벌였다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비슷한 모습은 바다 건너 호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호주는 거의 해마다 퀸즈랜드주, 빅토리아주, 뉴사우스웨일즈 주 등을 가리지 않고 교사들이 여러 이유로 파업을 하고 있었다.

올해만 해도 ABC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빅토리아주 교사들이 세 번째 파업을 해서 200개에 가까운 학교들이 문을 닫아야 했고, 수천명의 교사들이 거리가 가득 차서 공원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더 많은 월급과 더 나은 근무조건이었다.

교사들의 파업은 덴마크, 프랑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 교사들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프리카 최남단의 남아공에서도 교사들이 파업을 할 수 있다.

AFP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금 남아공에서는 교사들이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남아공 교사들은 월드컵이 있던 2006년에도 파업을 하는 등 여러 차례 교사들의 파업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 노동절은 교사, 공무원도 휴일... 한국 빼고

대부분의 선진국 뿐 아니라 남아공 같은 나라들도 교사들이 파업을 할 수 있는 노동권을 보장받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사노조가 단 하루라도 임금인상이나 근무조건 향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하였다면 전부 감옥에 가고, 바로 해고되었을 것이다. 파업이 아니라 단 하루의 연가나 조퇴도 인정이 안 되는 나라가 우리 나라이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리나라가 노동과 노동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될 수 있다. 노동절에 학교를 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이런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노동절을 공휴일로 하고 있다. 일반 노동자뿐 아니라 공무원과 교사들도 대부분 휴일이다.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자료에 의하면,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스웨덴, 러시아, 일본, 중국, 태국, 브라질 등 대다수 나라들이 노동절에 공무원과 교사들도 휴무를 한다.

미국과 캐나다처럼 노동절을 5월 1일을 아닌 다른 날을 정하는 경우도 있고, 네덜란드, 그리스 같이 출근을 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가 노동절을 노동절이라 부르지 못하고, 법정공휴일이 아닌 별도의 법률을 통하여 정하는 바람에 교사와 공무원, 영세중소기업 등에서는 휴일이 아닌 기형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는 노동에 대한 천시 풍토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의 대부분은 노동자가 되거나 노동자의 가족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생들에게 광복절이 공휴일인 것 자체가 광복의 의미와 소중함을 몸으로 가르치는 방법인 것처럼, 대부분 노동자가 되거나 그 가족이 될 학생들에게 노동절이라는 날이 왜 있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절이라는 것이 휴일인 자체가 학생들에게 노동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는 가장 유력한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교사도 노동절에 쉬는 것이 자신도 노동자라는 것을 가장 쉽게 깨닫게 하는 길이고, 이렇게 자신이 노동자에 포함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야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소중함을 학생들에게 가장 잘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노동절에 출근하는 노동자 교사가 노동절에 해본 생각이다.
#노동절 #교사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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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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