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콘텐츠만으로는 수익 창출 어려워"

[인터뷰] 동숭아트센터 TOTE ART HALL 정준영 이사

등록 2013.05.03 14:50수정 2013.05.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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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TOTE ART HALL 이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TOTE ART HALL 이사 ⓒ 박민희


대학로는 많은 공연장이 들어서 있는 문화의 메카다. 그럼에도 카페, 식당, 상점들과 공연 문화의 결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점들은 공연을 찾아오는 관객을 대상으로 수익을 내고, 공연 측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밀집한 대학로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티켓을 판매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공연 티켓 '삐끼'다. 대학로의 공연계와 상점가는 서로에게 기대 소비자를 찾으니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하지 못한다. 문화의 메카라는 이름하에 건물 임대료는 높아지기만 한다. 대학로가 시간이 흐를수록 쇠퇴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동숭아트센터 1층에는 TOTE ART HALL(이하 TOTE)이 있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 다이닝 공간을 넘어서 전시, 공연 등 문화가 공존하는 멀티문화공간을 추구한다. 공연만으로는 수익창출이 어려우니 멀티 공간으로 활용하며 수익과 문화향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4월 25일, TOTE에서 이사 '정준영'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대학로는 문화특구다. 문화의 중심지라는 특성상 복지 혜택을 받아야 유지할 수 있는데, 대학로의 임대가격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이 대학로의 발전을 저해하지는 않나. 
"지금도 비어있는 극장들이 있다. 공연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공연하고 싶어도 비싸서 못한다고 한다. 새로운 큰 극장들이 들어와서 좋은 공연을 올리는 것이 해결책이라 본다. 현재 대학로의 일반 상가는 임대료를 다 낮췄다. 최근 대학로 공연계 경기는 매우 나쁘다. 대학로 공연 중 판매율이 높은 것은 뮤지컬 '그날들' 뿐이다. 뮤지컬 '그날들'은 스타가 나오는 대형공연이고, 가격도 비싸다. 이 작품의 관객층은 경기를 많이 타지 않는 층이다."

- 대학로의 공연, 상가 모두 힘든 상황에서 힘을 합쳐야 대학로 문화 전반이 발전하지 않나.
"이는 사단법인 문화발전위원회와 상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은 극장이 밀집돼있는 장소는 흔하지 않다. 그럼에도 대학로는 이제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축제는 브랜드를 홍보하고 타 지역 사람들이 오도록 노력한다. 대학로 축제는 홍보가 원활하지 않아 '자기들끼리' 하는 행사의 형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축제처럼 소통이 원활한 행사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축제가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상인들과의 교류가 이뤄질 것이다. 정부 지원 하에 큰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대학로 문화의 질을 높일 수 없다. 문화 콘텐츠만으로는 수익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 좋은 공연은 곧 상가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공연계를 바라보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좋은 공연을 위해 어떤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보나.
"전체적으로 공연이 저렴한 것이 문제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은 평균 1만 원 정도이고, 싼 것은 6000원 정도다. 식사비보다 공연 티켓 값이 저렴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소비층은 '이 공연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연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대학로에 와서 공연을 발견한다. 평소에 쉽게 접하지 않았던 연극인데다 가격도 저렴하니 '한 번 볼까?' 하는 생각으로 본다. 작은 제작사에서는 비용부담 때문에 다방면으로 홍보하지 못한다. 그러니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좋은 극장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현재 조재현씨가 짓는 건물에 400석, 300석의 극장 두 개가 들어온다. 이 정도의 규모의 극장도 많지 않았다. 투자한 제작비에 비해 객석 수가 적으면 수익을 얻기 어렵다. 따라서 200석 이하의 극장에서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을 올리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200석 이상 규모의 극장들이 생겨나야 질 좋은 공연이 제작되리라 생각한다." 

a  대학로 동숭아트센트 TOTE ART HALL 전경

대학로 동숭아트센트 TOTE ART HALL 전경 ⓒ TOTE


- 대학로에서 동숭아트센터는 '대학로 문화의 중심'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동숭아트센터는 문을 연 지 24년이 됐고, 하루 평균 400~500명이 방문한다. 전통예술, 실험극 등의 다양한 공연부터 박물관까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이 건물에 자리 잡은 카페 TOTE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멀티문화공간이라 칭하는 TOTE의 특징은 무엇인가?
"카페가 생기기 전 카페 뒤쪽은 '하이퍼텍 나다'라는 예술영화 전용극장이었다. 예술영화 전용극장으로 유지하기에는 문화 접근성에 한계가 있었다. 좌석을 철거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바뀐 공간인 TOTE 아트홀은 사진 촬영 스튜디오, 팬미팅, 소극장 공연, 전시, 시사회, 웨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 이 공간이 어떤 문화공간이 됐으면 하나.
"대학로에 연배 있는 분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이곳은 전 세대를 아울러 함께 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앞으로 '뮤직 캐스트 쇼'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진행할 예정이다. '방송 DJ 1호'인 최동욱씨가 음악 다방형식으로 운영한다. '뮤직 캐스트 쇼'에서 젊은이들은 최신곡을 신청하고, 나이 드신 분들은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a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TOTE ART HALL 내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TOTE ART HALL 내부 ⓒ TOTE


- 요즘 대학로 건물의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 임대료에 대비해 수익성은 어떤가?


"대학로에서 하는 사업은 계절을 탄다. 일 년 중 6개월 정도가 잘 된다. 예술영화 전용극장을 변형한 TOTE 아트홀은 작년에 운영을 시작해 이제 입소문이 조금씩 나고 있다. TOTE 아트홀 활용이 잘 돼야 운영상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멀티 문화 공간 TOTE는 대학로 정서와는 친숙하지 않다. 대학로 정서는 '막걸리스럽다'고 해야 하나, 편안한 느낌이다. 반면, TOTE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기존의 대학로 문화와 차별성을 두고자 했다. 이 공간의 콘셉트는 갤러리다. 소규모 공연, 예술대학 졸업 작품 전시회도 진행했었다. 대학로에 이런 공간이 흔치 않아 입소문을 타고 예약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테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대학로 문화 #대학로 시장 #대학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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