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의 눈물 그리고 '반노'의 길

5.4 전당대회 기점으로 친노 퇴조 가시화... 이병완 "노무현이야말로 반노" 역설

등록 2013.05.06 20:16수정 2013.05.0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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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민주당 의원(자료 사진)
김현 민주당 의원(자료 사진)남소연

'민주통합당 대변인'인 김현 의원이 6일 국회 정론관에서 눈물을 삼켰다. 김 의원은 이날 새로 출범한 '김한길 지도부'의 당직개편에 따라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6월 이후 '당의 입'으로 활동해온 지 11개월 만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고별 브리핑을 통해 "민주주의 역사 60년 전통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 정당, '민주통합당 대변인'입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민주당은 지난 5·4 전당대회에서 당명을 '민주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바꿨다.

그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책임감을 느끼며, 성원과 지지, 냉철한 조언과 비판을 주신 국민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와 함께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며 "민주당이 다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새로 선출되신 김한길 당대표와 최고위원들께서 잘 해주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정치혁신과 민생정책을 실천하며 국민들께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늘부터 저는 의정활동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날 고별 브리핑에서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준비한 원고를 따라 읽어가다 눈물을 참지 못하고 정론관 단상을 내려갔다. 브리핑 이후 "왜 눈물을 흘렸나"란 질문에는 "대선에서 졌으니까"라며 짧게 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당내 존재감 옅어지는 '친노'... 5.4 전당대회 이어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대선 패배'를 이유로 들었지만 그의 '눈물'은 상징적이었다. 지난 5·4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당내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퇴조 현상을 새삼 상기시켰다.


지난 4일 새로 선출된 민주당 지도부에 친노로 분류할 수 있는 정치인은 한 명도 없다. '대선 패배 책임론'으로 친노·범주류 인사는 이번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힘들었다. 전당대회 결과, 당심 역시 친노에게 등을 돌렸다. 비주류의 지원을 받은 김한길 대표가 61.72%를 얻은 반면, 친노·범주류의 지원을 얻은 이용섭 후보의 득표율은 38.28%에 그쳤다. 최고위원경선에 나선 '친노' 윤호중 후보도 득표율 10.11%로 낙선했다.

이날 대변인직에서 물러난 김 의원 역시 참여정부에서 여성 최초로 청와대 춘추관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지난해 6·9 전당대회에서는 친노의 좌장격인 이해찬 후보의 대변인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같은 '친노 퇴조 현상'은 오는 15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현재 차기 원내사령탑에 도전장을 내민 이는 전병헌·우윤근·김동철 의원 등 세 사람이다. 이 중 '친노'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 의원 정도만이 범주류로 분류되는 정도다.

결국,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다시 전면에 나섰던 친노 세력이 4년 만에 다시 2선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친노라고 표현된 우리는 폐족(廢族)"이라고 했던 것처럼 현 상황이 '제2의 폐족' 위기라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이병완 "지금 '노빠'는 바보가 아니라 왕따를 당하고 있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권우성
이 같은 상황에서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반노(반노무현)의 길을 갑시다"란 역설적인 주장을 던졌다.

다만, 그가 말한 반노는 '노무현의 반대말'이 아니었다. 그는 "노무현이야말로 스스로 '노무현'을 배반한 철저한 반노였다"며 친노를 향해 세상이 찍은 '낙인'들을 비꼬았다.

특히, "지금 '노빠(노무현빠)'는 바보가 아니라 왕따를 당하고 있다, '노빠'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세상은 그를 세상과 어울릴 수 없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굴절된 세상의 창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이백만 전 국정홍보처장의 저서 <노무현이 우리들과 나누고 싶었던 9가지 이야기>에 대한 서평을 통해 "친노는 분열주의자·패권주의자·종북주의자·좌파·신자유주의자·반시장, 반기업주의자다, 이 모든 악평과 악담의 주인공이 노무현"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 "반노가 돼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의 길을 나서야 한다, 권력과 밥그릇을 버리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 이념을 떠나 참된 국익의 길을 가야 한다, 경쟁 지상주의를 버리고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 기업을 살리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알고 보니 노 대통령이 뼛속까지 통합주의자였다, 심지어 야당에게 권력의 대부분을 내주는 '대연정'을 실행하려고 했고 18년 박정희 정권도 못 이룬 신행정수도를 건설해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밀어붙였다"면서 "노무현 자신이 '반노'였다"고 재차 강조했다.

▲ 검찰개혁 ▲ '국방개혁2020' 등 자주국방 마스터플랜 수립 ▲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 ▲ 한국인 최초 유엔 사무총장 배출 등도 거론하며 노 전 대통령이야말로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국익과 국민우선의 정책을 추구한 합리주의자", "경제를 살렸다"고 평가했다. 

이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친노에겐 '노무현을 정말 제대로 이해하라, 그래서 노무현 정신을 반의 반만이라도 실천하라'고 말하고 싶고, 반노에겐 '진정한 반노의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보고 반노를 진정으로 실천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노무현은 앞서가는 과거이고 되돌아 본 미래"라고 강조했다.
#친노 #노무현 #김현 #이병완 #5.4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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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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