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허락도 없이 세들어 사는 넌 누구냐?

[사진] 우체통에 둥지 튼 텃새... 염치 좋은 박새가족

등록 2013.05.19 21:25수정 2013.05.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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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무로 만든 우체통 안에 둥지를 틀고 부화한 박새의 모습

나무로 만든 우체통 안에 둥지를 틀고 부화한 박새의 모습 ⓒ 심명남


주인허락도 없이 가정집 우체통을 통째로 무단 사용해온 한 박새 가족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곳은 바로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구미 마을 김인순씨 댁이다. 김씨 집 앞에 훤히 펼쳐진 바닷가는 답답한 마음을 뻥 뚫리게 한다.


박새가 발견된 것은 지난 17일이다. 그의 아들 성화씨는 연휴를 맞아 부모님의 농사를 도울 겸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시골집에 놀러 왔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먼저 마당 앞에 세워진 나무로 만든 우체통을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갓 부화된 박새 새끼 3마리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성화씨는 이 광경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어 카톡에 올렸다.

"고향집에 왔더니 우체통에 박새가 주인허락도 없이 세를 들어 살고 있네."

a  아들 성화 씨는 서울에서 부모님 일을 도와주러 왔다가 부화한 박새의 모습을 찍어 카톡에 올렸다.

아들 성화 씨는 서울에서 부모님 일을 도와주러 왔다가 부화한 박새의 모습을 찍어 카톡에 올렸다. ⓒ 심명남


박새를 텃새라 부르는 이유

a  나무로 만든 우체통에 박새가 알을 낳아 3마리가 부화했다.

나무로 만든 우체통에 박새가 알을 낳아 3마리가 부화했다. ⓒ 심명남


아이들은 연휴 내내 부화된 박새를 지켜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시골에 사는 할머니는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농사가 바빠서 낮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 우체통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말이다.

"저곳을 어찌 들어갔는지 모르긋써. 나도 아이들이 갈쳐줘서 살짝 들어다 보니 박새 세 마리가 눈을 껌벅껌벅 꺼리고 있는디 아이들이 신기해서 난리 났어. (박새) 즈그들이 살고 잡아서 왔는디 내가 어찌 집세를 받겠어. 난 못혀.(웃음)"


a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구미 마을에 있는 김인순 할아버지 댁의 모습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구미 마을에 있는 김인순 할아버지 댁의 모습 ⓒ 심명남


참새목 박새 과에 속하는 박새는 한국 전역에 분포하는 흔한 텃새이다. 이들은 도시의 공원, 인가, 도처의 나무구멍, 인공새집, 건축물 틈 등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부터 7월 사이에 연 2회 번식한다. 알을 품은 지 12~13일 만에 부화해 16~20일간 새끼를 키운다. 박새는 식물성 곡식과 벌레를 먹는 새라 다른 새들에 비해 먹이가 풍부하다. 그리고 쉽게 인간이 주는 먹이를 넘보기도 하는 영악한 새로도 알려졌다. 또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새라서 텃새라고도 부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새 #화양면 이목리 구미마을 #텃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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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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