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현장] 밀양 송전탑 공사 3곳은 진행, 3곳은 주민과 대치

등록 2013.05.22 08:53수정 2013.05.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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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지 사흘째인 22일 주민들이 현장에서 중장비 앞에 모여 공사를 못하게 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지 사흘째인 22일 주민들이 현장에서 중장비 앞에 모여 공사를 못하게 하고 있다. ⓒ 곽빛나


[3신: 22일 오후 5시 2분]
모두 12명 병원 후송...헬기에 몸 묶기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속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공사를 재개한 사흘째인 22일에만 6명이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었는데 지금까지 총 12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1명은 부산의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22일 쓰러졌던 1명은 병원에 갔다가 현장으로 되돌아 왔으며, 21일 손을 다쳤던 이재란 할머니는 깁스를 하고 다시 현장에 나왔다.

손아무개(62)․박아무개(60) 할머니는 22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현장에서 다쳐 병원에 후송되었다. 부북면 평밭마을 쪽에서는 이날 오후 권영길(76), 정임출(73), 박윤숙(78), 석금석(86)씨가 쓰러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헬기를 이용해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공사 현장에는 한국전력 직원과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있는데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또 이날 현장에서는 할머니들이 옷을 벗고 공사저지에 나섰다. 한 할머니가 옷을 벗자 여성경찰이 제압하기도 했다.

또 헬기로 공사자재를 옮기려 하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재에 몸을 묶어 버텼다. 주민들은 중장비에 밧줄로 몸을 묶기도 하고, 중장비 밑에 들어가기도 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어르신들은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다, 상황은 최악이고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며 "지난해 1월 고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하셨는데 지금 이대로 계속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어르신들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말 걱정스럽고 무섭다"며 "아무 죄 없이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신 : 22일 낮 12시 10분]
한전 3곳 공사진행, 3곳은 대치중

a  한국전력공사가 20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바드리마을 소재 89번 철탑 공사 현장에서 경찰과 한국전력 직원들이 배치되어 반대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20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바드리마을 소재 89번 철탑 공사 현장에서 경찰과 한국전력 직원들이 배치되어 반대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 윤성효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사흘째인 22일 반대 주민과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날까지 6곳에서 작업에 들어갔는데, 3곳은 공사를 진행하고 나머지 3곳은 주민과 대치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84~85번철탑과 상동면 도곡리 109번철탑 현장에서는 22일 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단장면 바드리 89번철탑, 상동면 옥산리 여수마을 124번철탑,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7번철탑 현장을 주민과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공사 저지를 위해 새벽 일찍 현장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손아무개(62)·박아무개(60)씨는 이날 오전 3시 50분경 단장면 바드리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현장에 있던 굴착기 밑으로 들어가 밧줄로 몸을 묶었다. 한국전력 직원과 경찰은 커트칼로 밧줄을 자르고 주민들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손·박씨가 굴착기에 머리를 부닥치면서 혼미해지면서 쓰러졌던 것이다.

밀양송전탑대책위는 "한국전력 직원들은 커트칼을 갖고 있었는데, 주민들한테는 위협적이었고, 무기인 셈이었다"며 "그런데 경찰은 한국전력 편만 들어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는데, 주민들이 칼에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관계자는 "주민들이 밧줄로 몸을 포크레인에 묶어 있어 밧줄을 끊기 위해 커트칼을 사용했던 것이지, 주민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주민들을 안전하게 밧줄에서 분리한 뒤에 나오는 과정에서 머리가 부닥쳤던 것"이라고 밝혔다.

[1신 보강 : 22일 오전 9시 18분]
밀양 송전탑 공사재개 사흘째, 주민 2명 병원 후송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현장이 사흘째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20~21일 사이 6명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쓰러지거나 다쳐 병원에 후송됐고, 22일 60대 주민 2명이 다쳐 병원에 후송됐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책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께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철탑공사 현장에서 2명의 할머니가 다쳤다. 한국전력공사는 당시 현장에서 포크레인을 가동하려 했고, 경찰도 배치돼 있었다.

다친 이는 손옥자(62)·박분자(60) 할머니. 밀양송전탑대책위는 "한국전력이 포크레인을 가동하려다가 주민들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할머니들이) 머리를 부딪쳤다"고 밝혔다.

한편, 21일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현장에서 손을 다쳐 병원에 후송됐던 이재란(70대) 할머니는 깁스를 한 채 다시 현장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0일부터 여섯 곳에서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으며, 주민들은 네 곳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충돌하고 있다.

"협의·합의 없이 공사·협상 동시에? 있을 수 없는 일"

한편,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한 여론도 가열되고 있는 모양새다. 밀양 가르멘 여자 수도원은 지난 21일 저녁 낸 자료를 통해 "송전탑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원은 "피해 주민들이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원하고 있는데, 저희도 같은 생각"이라며 "한국전력은 피해 주민들이 그토록 요구하는 이 전문가 협의체를 하루속히 구성해 지중화 등의 방안을 주민들과 함께 충분히 검토한 후 주민들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러한 정상적인 협의와 합의 없이 공사와 협상을 동시에 하겠다는 밀어붙이기 공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러한 공사 방식은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할 뿐 아니라 정부와 한전에 대한 불신을 낳고 주민들로 하여금 불상사를 낳을 수밖에 없는 길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부산시 서구 소재 한국전력공사 부산·경남개발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전력은 밀양주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범죄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미리 낸 자료를 통해 "한국전력은 전력대란을 막는다는 그럴듯한 구실을 내세워 밀양에 공권력을 투입했고, 공사 재개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경찰 병력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며 "지금 밀양에서는 매순간 참혹한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치우 어르신의 희생에도 공권력을 동원해 힘없는 주민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는 한국전력의 반인륜적 처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지금 밀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참혹한 상황의 책임을 한국전력과 정부에 함께 묻고, 국민에 대한 사죄와 함께 당장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찬성 측 "한국전력과 대화 통해 갈등 해소할 것"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과 함께 지난 21일 저녁 밀양을 방문했는데, 밀양시 5개면 주민대표위원회(대표 박상문·실무위원 김상우)는 호소문을 통해 "정치권과 연계한 외부 세력은 밀양 송전탑 문제의 갈등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주민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치인은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입법사항을 도와주면 밀양의 문제는 주민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조상 대대로 이어온 마을이 외부 세력의 개입으로 무너지고 있다, 이웃 주민 음해와 협박을 즉각 중단해 주길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성 없는 지중화로 주민을 현혹하고 애꿎은 어르신들을 앞세워 시위장에 내모는 파렴치한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밀양시 경과지 주민들은 한국전력과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갈등을 조속히 해소하는 데 총력을 경주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22일 오후 밀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밀양·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경과지 주민들은 22일부터 매일 오후 7시 밀양 영남루 앞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촛불집회를 연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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