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꽃길'이라 명명된 소이산 들머리길. 철책너머가 지뢰밭이요 원시림 지대이다.
김종성
노동당사에 서면 건너편에 나지막한 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소이산이다. 막 모내기를 시작하는 논밭을 품은 산이 정답다. 60년 전 텃밭이 달린 집터와 논밭, 아담한 학교 운동장을 품고 있었던 소이산.
평범한 야산처럼 보여 노동당사만 보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수십년 간 사람들의 손길을 타지 않은 천연 원시림이 우거지고 주변의 철원평야와 북녘땅까지 한 눈에 펼쳐지는 전망 좋은 산이다. 노동당사에 몇 번 와보았지만 건너편에 이런 산이 자리하고 있었다니 미처 몰랐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팻말을 따라 노랗게 피어난 애기똥풀의 환영을 받으며 텃밭과 다락논길을 걸어 소이산 들머리로 들어섰다. 이 길은 저 아래 마을 대마리로 가는 옛 길을 복원한 것으로 과거 마을 주민들이 왕래하던 길이다.
산 입구에 왠 철책이 나타나더니 '지뢰'라고 써있는 삼각형의 빨간색 표지판이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군사적인 이유로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이었으나 2011년 11월 녹색길 조성과 함께 비로소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길이다.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는 철책 너머 지뢰밭은 무성한 원시림으로 가득한 비밀의 숲속같다. 그런데 그 원시림의 철책에서 바람을 타고 솔솔~ 향긋한 향기가 풍겨온다. 언젠가 맡아보았던 기억이 나는 반가운 이 냄새는 바로 아까시향. 소이산 지뢰밭에는 강인한 생존과 번식의 상징 아까시 나무 (아카시아 나무의 바른 이름)들이 주를 이루어 살고 있었다.
벌과 사람들에게 꿀을 공급하던 꿀벌나무, 아까시 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연료용 나무로 심어졌다고 한다. 소이산 일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북미산 외래수종이다. 꿀벌들이 꿀을 따는 나무이자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향기를 주지만, 생장력이 왕성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자라 그대로 두면 소이산 전체를 점령할 것이란 편견은 산 중턱을 넘어 오르면서 사라졌다.
산벚나무, 산뽕나무, 산밤나무, 상수리나무 등등 다양한 나무들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 소이산 생태계 복원을 위해 철원군청에서 토종나무인 구상나무, 회색빛 피부의 자작나무, 피나무, 보랏빛 열매가 참 예쁜 좀작살나무 등을 따로 식재하고 있다. 다양한 나무들이 내어주는 그늘 덕분에 따가운 봄 햇살아래 더운 줄 모르고 숲속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