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시장부산 자갈치시장이나 경남지역에 있는 어시장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흔히 눈에 띠는 글귀가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다.
이종찬
"어여 어여 됐나 됐다 / 인자 들어간다 / 한 아름씩 들어간다 / 먹이고 밟고 먹이고 밟고 / 한 아름씩 들어간다 / 세게 밟아라 / 개다리 힘 올랐어 / 작두는 대작두 / 다리는 꺽다리 / 이번에는 물거지 / 이번에는 바지랭이 / 이번에는 볏단이다 / 밟아라 세게 / 이번에는 쑥대 덤불 / 아가리 딱딱 벌려 / 칡넝쿨이 들어간다 / 밟고 올리고 / 풀 꼬리 밟을라 조심해라 / 풀 꼬리 밟으면 내 손 날아간다 / 잘한다 잘허고 어얼시고 좋다 / 한잠 먹고 다시 하자."이 노래는 경남 하동에 터를 닦은 마을사람들이 풀베기를 하면서 부르는 '풀 써는 소리'다. 이 노동요에 나오는 '됐나?' '됐다!'처럼 짤막하고도 거친 말을 온몸에 품고 한반도 남동쪽에 둥지를 튼 이들이 부산과 경남사람들이다. 그야말로 억센 말투만 들으면 인정머리가 하나도 없을 것처럼 쌀쌀맞게 여겨지지만 겉보기와는 많이 다르다.
이 지역사람들은 만나면 만날수록 속정이 아주 깊다. '보리 문디'(보리 문둥이)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번지르르한 껍데기보다 속이 꽉 찬 알맹이 같은 사람들이 많아 겉만 보고 섣불리 설치다간 작은 코 더 납작 눌러지기 십상이라는 그 말이다. 지금은 물론 이 지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의식주 때문에 낙동강 물줄기처럼 흘러 들어온 이들이 훨씬 더 많아 "됐나? 됐다!"로 매듭지어지는 것만은 아니지만.
부산 자갈치시장이나 경남지역에 있는 어시장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흔히 눈에 띄는 글귀가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 세 마디로 모든 흥정을 끝내겠다는 듯이 배짱이 두둑하다. 무슨 일을 하거나 뜬금없이 벌어져도 "하모(하면) 학실히(확실히) 하고! 말라모(하기 싫으면) 치야뿌고(말고)!"로 끝이다.
문학도 엇비슷하다. 서울에서 저만치 '낙동강 오리알'처럼 보이는 부산과 경남 출신 문인들이 밤하늘을 빛내는 미리내처럼 수많은 우리나라 문인들 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까닭도 거칠게 보이는 겉과는 달리 속은 조개속살처럼 부드럽기 때문이다. 이 지역 사람들이 생선토막처럼 탁탁 끊어지는 짧은 말 한 마디에 행동으로 먼저 나서는 것처럼 이 지역 문인들도 말보다는 글로 스스로를 더 잘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부산·경남지역 문학 뿌리는 크게 다섯 갈래로 나뉘어진다. 요산 김정한 선생을 핵으로 모여 있는 부산권(김해, 양산) 문학이 그 한 갈래다. 나머지 네 갈래는 경남과 울산이다. 경남문학을 이끄는 심장은 창원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경남 중부권 문학(창원, 마산, 진해, 김해, 함안, 창녕, 합천, 의령)이라 할 수 있다.
그 심장 곁에 잔잔한 남해를 철썩이고 있는 남부권 문학(고성, 거제, 통영, 남해)과, 지리산 곁가지에 둥지를 틀고 있는 서부권 문학(진주, 사천, 하동, 산청, 함양, 거창), 동해를 껴안고 있는 동부권 문학(울산, 밀양, 양산)이 에워싸고 있다. 김해는 이 가운데 부산과 경남 중부권 문학에 가깝고, 양산은 부산과 울산권 문학 사이에 끼어 있다.
울산에도 '봄편지'를 쓴 아동문학가 서덕출(1906~1940)과 '갯마을'을 쓴 작가 오영수(1914∼1979), 시인 백무산, 김태수, 정일근, 정인화 등 여러 뛰어난 문인들이 있다. 이들 또한 부산과 경남 곳곳을 오가며 문학활동을 열심히 펼쳤지만 1997년 7월 15일 경남에서 벗어나 울산광역시란 깃발을 내걸고 아예 딴 살림을 차렸기에 경남과 따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어이~ 요새 고은이, 경림이, 지하 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