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이 이미지는 <아버지의 일기장>(돌베개)에 사용된 이미지임을 밝힙니다).
돌베개
저소등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한자교실에도 나가시고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활동으로 한자도 가르치신다. 문화원에서 하는 한시 공부도 즐거이 하고 계신다. 굴삭기 운전자격증을 따려고 공부 중이신데 필기는 합격했는데 아직 실기는 못따셨다. 그리고 아빠가 진짜로 하려고 하는 일이 있으니 바로 흙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는 일이다.
아빠가 그리는 그림에는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한자를 가르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우리 엄마 묘가 있는 선산을 굴삭기로 예쁘게 더 아름답게 가꾸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빠는 차근히 자기 인생을 준비하고 즐기며 살아가신다. 그래서 요즘 아빠 모습은 정말로 행복해보인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니 지울 수 없는 한 장면이 떠오른다. 삼촌이 어느날 아침 우리를 낮은 목소리로 흔들어 깨웠다. 엄마가 지난 밤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한다.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나는 들어가면 사실이 될까봐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다가 삼촌이 끌다시피해서 들어가니 아빠가 고개를 숙인 채 의자에 앉아계셨다. 고개 숙인 아빠 모습은 그날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우리 셋이 아빠에게 달려갔고 아빠는 우리셋을 팔로 감싸 앉으며 등을 쓸면서 한 마디 한 마디 정성들여 말씀하셨다.
"걱정마라. 아빠가 엄마 몫까지 할 거니까 아무 걱정 마라." 그리고 아빠는 그 약속을 정말로 자기 인생을 걸어 지키셨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즐거이 자기 남은 인생을 열어나가고 계신다.
"아빠. 정말 고마워요. 아빠가 있어서 나도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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