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협의체' 합의에 밀양 주민 "논의과정 공개돼야"

40일 간 활동, 공사 일시중단 ... "전문가 성실히 논의 당부"

등록 2013.05.29 21:23수정 2013.05.2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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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전문가 협의체 구성 합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한국전력공사,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통상에너지소위원회(위원장 조경태)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 관련 전문가협의체 구성 중재안'에 합의했는데, 밀양 주민들은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협의체는 송전선로 '지중화' 등에 대해 검토한다. 송전선로 지중화는 주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이다. 주민들은 현재 추진 중인 함양-울산간 고속도로 노선을 따라 송전선로를 지중화할 수 있다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력과 시간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해 왔던 것이다.

a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23일 오전 한 주민이 헬기장에 있는 장비에 몸을 묶어 옮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23일 오전 한 주민이 헬기장에 있는 장비에 몸을 묶어 옮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 윤성효


밀양 주민들은 '지중화'만이 살길이라 외치고 있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권영길(76) 마을이장은 "지중화를 꼭 해야 하는데, 전문가협의체에서 그렇게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우리는 또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력이 마을발전기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 돈은 주민들한테 돌아갈 몫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전력은 어떻게 하든, 돈으로 하든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할 것인데 걱정"이라며 "지금까지 한국전력이 해온 말은 100% 거짓말로, 전혀 믿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초등학교만 나와 농사 지으면서 살아왔는데, 후손한테 물려줄 땅에 철탑이 들어선다면 자식들이 고향에 들어와서 살려고 하겠느냐"며 "이번에 마을 주민들이 쓰러지고 병원에 후송되는 것을 보고 더 마음이 아팠고, 경찰에 대한 불만도 많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으로 밀양시 단장면에 살고 있는 고준길(71)씨는 "일단 공사가 중단되어, 어르신들이 다치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며 "전문가협의체를 통해서 여러 가지 대안들을 의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전문가협의체가 마지막에 결정할 때 과반수의 결정에 따르도록 한다는데, 그 부분이 염려가 된다"며 "아무쪼록 전문가들이 성실하게 해서 자료와 사실적인 근거로 협의를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전문가 협의체가 논의하는 과정을 언론에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논의 과정이 공개된 뒤에 나중에 표결과정에서 부당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 양윤기 이장은 "합의 내용을 반기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며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주민들은 농번기이니까 농삿일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여긴다"며 "40일 뒤에 한국전력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걱정이고, 지금부터 두려움이 앞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면 자연도 보호되고 비용도 적게 들 것"이라며 "전문가 협의체가 잘 논의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건설 관련 전문가협의체'는 주민 추진 3명, 정부 추천 3명, 국회 추천 3명의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전문가협의체는 40일 동안 활동하게 되고, 이 기간 동안 공사는 일시 중단된다. 밀양 주민들은 29일 저녁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울산 울주-부산 기장-경남 양산-밀양-창녕) 총 90.5km에 걸쳐 161기의 송전탑을 건설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밀양에는 송전선로가 5개면을 지나는데 4개면(산외, 상동, 부북, 단장)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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