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져 정차한 트럭과 추돌, 쌍방 과실"

대법원, 2심 판결 뒤집어

등록 2013.06.03 18:07수정 2013.06.03 18:07
0
원고료로 응원
결빙된 고속도로에서 미끄러진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갑자기 정차하는 바람에 뒤따르던 승용차가 추돌사고를 발생하게 된 것이라면 화물차와 승용차 운전자 양쪽 모두에 과실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화물차 운전자 K씨는 2010년 12월 새벽 청원상주고속도로 하행선 편도 2차로 도로에서 1차로를 따라 상주 방면으로 주행하던 중 200m 전방에 발생한 연쇄 추돌사고를 목격하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나 얼어 있던 도로로 인해 화물차는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췄다.

바로 뒤에 따라가던 트럭 운전자는 K씨의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정차한 것을 보고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해 사고를 피했다. 하지만 뒤따르던 승용차 운전자 A씨는 정차 중인 K씨의 화물차를 뒤늦게 발견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 A씨가 숨지자, 유족은 화물차 보험사인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야간에 결빙된 내리막길에서 전방을 잘 살피지 않은 승용차 운전자 A씨의 과실을 60%로, 화물차 운전자의 과실을 40%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승용차 운전자 A씨에게 100% 과실 책임을 인정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전방에 있었던 교통사고로 다른 차량들이 비상등을 켠 채 서행하고 있었고, K씨의 화물차도 비상등을 켠 채 후미에 식별장치를 장착하고 있었으며, 사고 도로는 내리막길로서 직선이어서 시야에 장애가 되는 것이 없어 A씨가 전방주시의무를 조금이라도 준수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며, "A씨가 전방주시의무를 극도로 태만히 한 전적인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A씨의 유족들이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K씨의 화물차가 정차하게 된 것은 오로지 전방에 발생한 교통사고 때문이 아니라 K씨가 조향 및 제동 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과실도 원인이 됐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이 든 것처럼 화물차량 운전자가 안전조치를 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거나 원고 차량 바로 앞에 가던 트럭은 화물차량과의 추돌을 피해 갔고, 또 원고 차량이 제동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이는 과실비율을 정할 때에 참작할 사유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원고 차량 운전자(A)의 과실과 피고 차량 운전자(K)의 과실 모두가 이 사건 사고와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음에도, 사고가 전적으로 원고 차량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관한 상당인과관계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전방주시의무 #쌍방과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5. 5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