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표준특허 인정 '반전'... 애플 판금 영향은 미미

미국 ITC "애플이 삼성 특허 침해"... 아이폰4·아이패드2 등 수입금지 권고

등록 2013.06.05 12:11수정 2013.06.0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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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현재 미국 내 판매중인 아이폰-아이패드 제품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 가운데 아이폰4와 아이패드2가 삼성전자 표준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했다. ⓒ 애플


일진일퇴를 거듭해온 삼성-애플 특허 소송전이 또 다른 전기를 맞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4일(현지 시각) 애플 제품이 삼성전자 표준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3세대(3G) 이동통신을 사용한 애플 제품들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아이폰4S,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 등 최근 제품들은 특허 침해와 무관해 당장 시장 판도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삼성 '표준특허' 인정... 애플 '프랜즈 방어막' 무너져

이번 결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ITC가 삼성의 '표준 특허' 침해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ITC는 지난해 8월 예비 판정 때까지만 해도 애플이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번에 ITC는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네 가지 기술 특허 가운데 3G 이동통신 관련 표준 특허 한 건을 인정했다. 무선 통신 체계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에서 신호를 전송할 때 오류를 줄일 목적으로 신호를 부호화하고 복호화하는 방법과 장치에 관한 특허(348특허)로, 3G 무선 통신 기술을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피해가기 어렵다.

다만 이런 기술 표준 특허의 경우 누구든 공정하고 차별 없이 사용하고 추후 로열티를 낼 수 있도록 한 '프랜드(FRAND)' 원칙에 따라 특허 침해 결정은 제한적이었다. 애플 역시 프랜즈 조항을 앞세워 삼성의 특허 침해 주장을 인정해선 안 된다고 맞서왔다. 다른 한편 아이폰4S 이후부터 삼성과 특허 계약을 맺은 퀄컴 칩을 사용해 '특허소진론'으로 대비해왔다.

실제 ITC는 퀄컴 칩을 사용한 아이폰4S 이후 제품에 대해선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퀄컴이 이미 삼성전자에 특허 사용료를 냈기 때문에 애플이 삼성과 따로 특허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 대상이 아니었던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 등 퀄컴 칩을 사용한 최신 제품들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사라졌다.


ITC는 미국 관세법 337조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하는 제품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수입 금지를 권고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ITC 권고를 받은 뒤 60일 내에 수입 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우성 임앤정특허사무소 변리사는 "ITC가 애플의 표준 특허 침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삼성의 승리는 맞다"면서도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선 경쟁 원리를 중시해 표준 특허에 따른 수입 금지에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의회에선 이번 결정에 앞서 표준특허 침해 인정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공개 서한을 ITC에 보내기도 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역시 지난해 8월 애플이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삼성 '환영' 애플 '실망'... 8월 애플 반격 주목

일단 삼성전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은 이날 "이번 ITC 결정은 애플의 삼성 특허 무단 사용을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적재산권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짤막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홍보팀 관계자 역시 "다른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일희일비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애플은 이번 ITC 결정에 큰 실망감을 나타내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미국 내 자사 제품 구입에 아무런 영향도 없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애플의 반격도 주목된다. 애플 역시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특허 네 건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한 상태며, 8월 1일쯤 최종 판정이 나온다. ITC는 지난 5월 29일 삼성의 특허 침해를 인정한 예비 판정을 뒤집고 헤드셋 인식방법, 화면에 반투명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방식 등 애플이 제기한 특허에 대해 재심사를 결정했다.

애플이 제소한 삼성전자 제품들 역시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넥서스, 갤럭시탭 등 출시된 지 오래된 제품들이어서 시장에 미칠 파장은 미미할 전망이다. 다만 ITC 결정이 현재 전 세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양사간 소송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양사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특허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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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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