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시문학상'에 유홍준 시인 선정

문학사상사 주관, 상금 1000만원... 시 <북천-까마귀> 외 23편 선정

등록 2013.06.12 19:06수정 2013.06.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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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유홍준 시인.

유홍준 시인. ⓒ 윤성효


올해 '소월시문학상'(상금 1000만원)에 유홍준(50) 시인이 선정됐다. 12일 문학상을 주관하고 있는 (주)문학사상사는 유홍준 시인의 시 <북천-까마귀> 외 23편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소월시문학상선고위원회(김남조·오세영·권영민·김승희·문태준)는 <북천-까마귀> 등의 시편들에 대해 "시적 시공간의 설정 자체가 일상적 경험과 연결되어 있지만 죽음에 관한 시인의 사유 방식이 그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한국 현대시 가운데 주목되는 성과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또 "시인은 '북천'을 죽음의 거처로 단순화시키지 않고 생명의 종말과 그 새로운 탄생이라는 순환적 의미의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고 덧붙였다.

시 <북천-까마귀>는 <현대시학> 2012년 9월호에 발표했던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북천'이라는 공간은 삶의 터전이지만 일련의 연작 시편들을 통해 일상적 현실과 거리를 둔 채 죽음의 시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어제 앉은 데 오늘도 앉아 있다/ 지푸라기가 흩어져 있고 바람이 날아다니고/ 계속해서/ 무얼 더 먹을 게 있는지,/ 새카만 놈이 새카만 놈을 엎치락뒤치락 쫓아내며 쪼고 있다/ 전봇대는 일렬로 늘어서 있고 차들은 휑하니 지나가고/ 내용도 없이/ 나는 어제 걸었던 들길을 걸어 나간다/ 사랑도 없이 싸움도 없이, 까마귀야 너처럼 까만 외투를 입은 나는 오늘/ 하루를 보낸다/ 원인도 없이 내용도 없이 저 들길 끝까지 갔다가 온다(<북천-까마귀> 전문)

유홍준 시인은 소감을 통해 "시를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있기보다는 대상과 먼저 몸을 붙이는 것, 이 태도는 저의 필연"이라며 "막노동과 제지공장, 정신병원을 거쳐 여기 북천으로 온 까닭 또한 이런 연유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동 북천에 있는 이병주문학관에서 일하고 있다.

유 시인은 "결국 시는 나와의 싸움이고 그것이 지독하면 지독할수록 좋으니까 다만 진부하되 그 진부함이 실패로서의 진부함이 아니라 갱신의, 갱신의, 갱신의 결과로서 진부할 것, 이것이 북천에서 시를 끄려 나가는 저의 다짐이다. 소월의 이름으로 상을 받다니…"라고 밝혔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유홍준 시인은 한때 진주 상평공단에서 노동자로 일했고, 지금은 순천대·동의대 문예창작과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는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등을 펴냈고, '제1회 젊은 시인상'(한국시인협회 2005년), '제1회 시작문학상'(2007년), '제2회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사상사는 "심사위원회는 소월시문학상 수상자의 시적 세계에 대해 집중적인 분석과 조망을 위해 <소월시문학상 수상 기념 시집>으로 수상자의 대표시선집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상식은 11월 초에 열릴 예정이다.
#유홍준 시인 #소월시문학상 #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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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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