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허락없이 철도면허 못주게 법 만들겠다"

[e사람] 주승용 국토교통위원장 "국토부 안 '사실상 민영화'... 국회와 협의해야"

등록 2013.07.01 15:41수정 2013.07.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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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용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철도 민영화 논란을 빚고 있는 국토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대해 "어떻게든 공공재인 철도의 민영화만큼은 막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진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정부나 여당에서 끝까지 국회 협의를 안 거친다고 하면 국회 승인 없이는 철도 면허를 내주지 못하게 하는 철도사업법 개정안을 당 차원에서 상정해서 통과시킬 생각입니다."

명쾌한 설명에 단호한 어투였다. 주승용 국토교통위원장은 지난 6월 28일 철도 민영화 논란을 빚는 국토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공공재인 철도의 민영화만큼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26일 공공기관 투자를 통해 철도공사 자회사를 설립하고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안은 공공기관 투자분이 차후에 민간에 팔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민영화'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 위원장은 "여당도 정부도 철도 민영화 안 하겠다는 말만 하지 막상 민영화를 방지할 대책은 안 내놓고 있다"면서 "수서발 KTX가 사실상 민영화라는 시민사회 단체와 노조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철도는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이 우선시 되는 교통수단인만큼 당연히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국민 대리기관인 국회와 협의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토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공감대에 반하는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국토부가 이해가 안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담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 철도산업 관련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영화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해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인터뷰는 국회 본청 국토교통위원장실에서 40분간 진행됐다.


"철도 민영화 가능성 전혀 없게 하는 확실한 조치 필요" 

- 국토부가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 자회사로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확정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때부터 이 부문에 경쟁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철도는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이 우선시 되는 교통수단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국민 대리기관인 국회와 협의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조개편을 할 때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할 것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법적 근거도 없이 졸속으로 철도산업 구조개편을 하려고 하니까 이명박 정부에서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했던 것의 후속조치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 어떤 점이 가장 문제일까요?
"국토부가 주장하는 안에 납득이 안 가는 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논란도 많은 상황입니다. 우선 '지주회사+자회사' 형식의 독일식 모델을 채택한다고  했는데, 독일은 철도 길이가 우리나라(약 3500km)보다 한 10배 정도 되는 나라입니다. 국토부는 이번 안으로 진행하면 철도 부채가 개선되고 경영도 효율적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규모 자체가 비교가 안 되는데 지주회사 아래 작은 자회사를 여러 개 두는 이 모델을 따라가야 하는지, 따라가면 지금보다 나은 구조가 되는지가 의문입니다.

또 방만한 경영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경쟁체제와 '자회사'라는 형태를 들고 나왔는데 이것도 설명이 안됩니다. 자회사는 구조적으로 모회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자회사로 분리되면 인사나 총무 분야 인력을 추가로 도입해야 하니 효율성 문제도 발생합니다. 차라리 제 2철도공사를 만든다고 하면 경쟁체제는 도입할 수 있겠지요. 물론 3500여㎞ 밖에 안 되는 한국 철도가 제 2공사까지 만들어가면서 해야 할 규모인지에 대해서는 역시 의문입니다."

- 시민단체와 철도노조에서는 국토부의 이 안을 '철도 민영화'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MB정부 때는 철도를 민간에다 팔려고 했던 것이고 박근혜 정부는 연기금 등 공공기관의 투자를 받되 해당 지분에 대해서는 민간에 넘어가지 않도록 정관에 규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시민단체와 철도노조에서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 지분을 민간에 넘길 수 있다는 이유로 민영화가 맞다는 얘기를 하고 있지요.

이런 지적은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 연기금이 수서발 KTX에 70% 지분을 투자하는데 처음에는 팔 수 없게 해놨다 하더라도 이사회에서 정관만 변경해버리면 5년, 10년 후에 얼마든지 팔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연기금 지분을 민간에 넘어가는 일 절대 없게 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장관이 그때가지 장관 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민영화 가능성이 전혀 없는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지요. 기본적으로는 국토부 철도산업위원회 몇 명이 밀실에서 이런 중요한 정책을 확정하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 정부, 여당, 야당이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얘긴가요?
"그렇습니다. 철도는 중요한 공공재이고 이런 산업 구조를 바꾸는 것은 법에 근거해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가령 철도산업 전반을 기본 규정하는 법이 철도산업기본법인데 기본법과 공사법은 공사가 철도를 운영한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상위법이나 특별법이 없는 한 정부는 KTX 지분을 온전히 철도공사에 넘겨야 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민영화 문제 같은 경우에도 추후에도 절대 철도 민영화를 할 수 없게끔 법에 명시해 놓아야 국민들이 안심하지 않겠습니까. 국회와의 논의는 꼭 필요합니다."

"정부·여당 '말로만 민영화 반대'... 국회차원 논의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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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용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 남소연


- 이 문제에 대한 국회 내 여당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26일에 국토부가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확정하기 전인 24~25일에 야당에서 철도민영화 논란이 있으니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 안에 소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주장을 했습니다. 국토부 안이 논란이 되고 있으니까 그에 대해서 발전적인 논의를 해 보자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에서는 결과적으로 거절을 했어요. 그것도 이해가 안갑니다. 물어보면 정부나 여당에서도 민영화는 반대하거든요. 그런데 민영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소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에는 반대합니다. 제대로 하면 일주일도 안 걸리는 일인데요."

- 왜 반대하는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여당 쪽에 24~25일에 국토교통위원회 차원의 전체회의를 열자는 제안을 했어요. 이유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관련 주택법 개정안 통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액에 대한 반대 성명 채택, 철도산업 관련 소위원회 구성안 채택 등 3가지였습니다. 그랬더니 여당에서 소위원회 구성안에 대해 이상한 역제안을 했어요. 전체회의에 정식으로 상정해서 의원들이 의결한 것으로 하지 말고 여야 간사 합의 하에 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하자는 겁니다. 이해가 안 갔지요. 여야 의원들이 합의해서 통과하나 위원장이 제안해서 통과하나 통과는 마찬가지인데.

서승환 국토부 장관도 처음에는 소위원회 설치 필요성에 동감한다고 했습니다. 발표 전에 국토부 노동조합 출범식 참석차 세종시에 갔다가 직접 만났거든요. 야당이 소위원회 구성하자는 얘기를 '시간끌기'로 받아들이는 것 같길래 '우리 시간끌기용 아니다. 공익적 차원에서 추가 논의 꼭 필요하다. 확실하게 민영화 걱정 없게 하자'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 일이 있었던 다음날 여당도 정부도 소위원회 구성 제안을 거부했지요. 유감스럽습니다."

- 최근 국정원 이슈 등 굵직한 현안에 밀려 야권에서 이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물론 국정원 문제는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철도 민영화 역시 분명히 별개로 중대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입니다. 지금 철도 민영화가 다소 지엽적인 과제로 매도되고 있는데 민영화 후 자연스럽게 일어날 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보면 국민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계속적인 협의 노력에도 소위원회가 구성이 안된다면 당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추진을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당 차원에서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요?
"정부나 여당에서 끝까지 국회 협의를 안 거친다고 하면 국회 승인 없이는 철도 면허를 내주지 못하게 하는 철도사업법 개정안을 당 차원에서 상정해서 통과시킬 생각입니다. 이미 법안은 지난해에 발의해 놨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국토부가 급하다고 하더라도 국회와 협의해서 더 좋은 결론을 내는 것입니다."

- 철도공사의 부채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토부가 주장하는 방법 이외에 어떤 대책이 있을까요?
"철도공사 부채가 12조 원, 철도시설공단 부채가 15조 원입니다. 여기에 매년 철도공사 1조 원씩 적자를 보고 있고, 정부가 5000억 원씩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매년 적자가 5000억 원씩 늘어나고 있는 구조인데 선로 사용료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 철도공사가 수입의 31%를 철도시설공단에 주고 있거든요. 우선 선로 사용료를 조정하는 게 필요하고 수서발 KTX도 철도공사가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회와 시민단체, 철도노조 등 각계가 모여 해법에 대한 분석과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할 때입니다."

- 올해 하반기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주요하게 논의될 현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철도민영화 문제와 4대강 담합비리 검증, 보 안전성 검증, 용산 국제업무개발지구 관련 청문회 등등입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액에 대해서도 위원회 차원에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할 예정입니다."

#주승용 #국토교통위원회 #철도민영화 #국토부 #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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