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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야구장에서 경기중인 NC와 넥센 ⓒ 김용만
1학기 2차 고사가 끝났다. 선생님들도 문제 내랴 채점하랴 바쁘지만 가장 분주한 상대는 아이들이다. 1등은 1등대로, 꼴등은 꼴등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학입시라는 관문은 어떤 형태로든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마련이다.
이번 시험일정은 좀 특별했다. 9반 담임이신 전희원 선생님이 시험을 치기 몇 주 전에 아이디어를 내셨다. 시험 마지막 날인 3일, 학생들과 단체로 야구 보러 가자는 것이었다. 때마침 NC다이노스(이하 NC)의 홈경기가 잡혀있었다. 난 좋은 생각이라며 동의했다. 사실 마산에선 야구에 거의 광적인 팬들이 많다. 교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따라나서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애들이 좋아할까요? 애들은 아마 PC게임을 더 좋아할 텐데…"
"우선 한번 모아보죠"
약 50여 명의 아이들이 모였고 담임선생님 4분이 동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주에 계속되는 비 소식. 조마조마했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천둥에 엄청난 소나기에 날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4교시가 끝나고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하늘도 우릴 돕는데요."
선생님들 표정엔 이미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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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단체 사진 찍는 전희원 선생님. ⓒ 김용만
약속시간이 되었고 우린 마산 야구장에 모였다. 사실 아이들은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경기 규칙을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었고 NC의 선수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듯 보였다. 더군다나 아이들 대부분이 야구장의 백미인 응원문화를 모르는 눈치였다.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아는 이는 단 두 명뿐이었다.
하지만 우린 입장했고 경기를 관람했다. 이 두 명의 열정 덕분에 약간 외야에 앉은 우리들도 차츰 응원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나성범 안타! 이호준 홈런!" 응원 구호를 따라 외치며 목이 쉬도록 응원하는 아이들.
그 속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나 또한 열심히 응원했다. 덕분에 우린 이벤트에도 당첨되어 치킨 교환권을 받았고 카메라에도 몇 번 잡히는 영광도 누렸다. 경기 전 이미 몇 개의 야구공을 주운 아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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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 교환권을 받은 아이.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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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을 주워 기쁘하고 있는 아이들 ⓒ 김용만
정말 처음 온 것 치고는 상당한 수확이었다.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진행되었다. 1점 도망가면 1점 따라오고 역시 넥센은 보통 팀이 아니었다. NC 관중석에서 경기 중 엄청난 함성과 한숨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은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선수는 왜 그냥 나가는데예?"
"응 공에 맞았잖아. 공에 맞으면 그냥 나가는 거야."
"선생님 병살이 뭡니꺼?
"응 한 번에 두 명의 타자가 죽는 것을 병살이라고 해."
"선생님 사람들은 왜 저 선수를 좋아하는데예?"
"응. 저 선수가 젊고 잘하기 때문이지."
점차 아이들은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아는 친구에게 물어보고 답해주고 경기규칙을 설명하고 열심히 듣고, 이 속에서도 교육활동은 일어나고 있었다.
드디어 시간을 흘러 9회 말 투아웃. 점수는 4대 3. NC가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었고 타자 2, 3루 타석에는 넥센의 아니 대한민국 대표 유격수인 강정호가 있었다.
한 구 한 구에 온 정신이 집중되었고 3볼 카운트 까지 갔다가 결국 삼진으로 잡았다. 이때의 감동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서로 얼싸안고 난리였다. 우리 반, 너희 반 나눌 것 없었다. 모두가 하나 되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야구를 통해 아이들은 또 다른 희열을 맛본 것이다.
아마 야구를 보러 가지 않았다면 대부분 아이들은 PC방이나 노래방, 잠으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아이들은 야구를 보며 야구를 잘 아는 친구에 대해 알게 되었고 또 다른 스포츠의 규칙을 알게 되었으며 응원문화와 스포츠맨십에 대해 알게 되었다. 친구의 새로운 면을 확인한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임마이거 야구 도사네."
"마 니 멋지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교실에선 거의 말이 없는 '한이'와 '언이'였다.
이 친구들은 지속적인 응원과 여러 정보를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지켜보는 나 또한 흐뭇했다.
모든 사람의 관심분야가 다르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런 다양한 분야의 소질에 대해 완벽히 알기 어렵다. 아이들과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같이 하다 보면 이런 부분들을 알 기회가 생긴다.
아이들의 다양한 부분을 확인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아이들의 미소와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이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렇게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과 생활하는 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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