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KBS, 뭘 잘했다고 수신료 인상 논하나

[게릴라칼럼] KBS 수신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

등록 2013.07.07 20:30수정 2013.07.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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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KBS 이사회가 3일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했다. 11명의 이사 중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이날 이사회에서 전격적인 '밀어붙이기'가 진행됐다.

KBS 여당 이사들은 방송사 경영진이 제시한 두 가지 인상안을 모두 상정했다는 점에서 '짜고치기'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두 가지 인상안 가운데 1안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내년에 1800원 올린 4300원으로 만들고, 2년 후인 2016년엔 500원을 추가로 인상해 4800원을 만드는 단계적 인상안이고, 2안은 내년부터 바로 4800원을 부과하는 인상안이다.

TV를 시청하는 국민 대부분이 준조세 성격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 방송사 수신료다. 그런 수신료를 대폭 인상한다는데 동의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여기서 또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두 인상안 모두 KBS광고 축소비용 2000~3000억원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를 올려서 결국 종합편성채널(종편)에 거대한 광고파이를 내주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자기들끼리 배를 채우겠다는 이른바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의 성찬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뜻이다.

KBS수신료 인상안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

 KBS가 2012년 2월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신료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KBS가 2012년 2월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신료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김시연

KBS 수신료 인상안은 이미 지난 정권에서부터 줄기차게 논의돼 왔다. 그러나 매번 여론의 따가운 비난을 받다가 좌절됐다. 그 이유를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시청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는 수신료 인상 과정의 문제다. 납세의 주체인 국민의 여론은 무시한 채 수신료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KBS경영진이 제시하고 여당 인사들이 주도해서 이사회에 상정하는 방식부터가 그렇다. 가뜩이나 여당 추천이사가 다수인 KBS 이사회는 방송사 구성원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외면하는 낙하산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그동안 상식밖의 일들을 진행해 왔다.


KBS 경영진이 제출한 인상안을 1차적으로 심의하게 되는 KBS 이사회 의장은 또 누구인가. 학력위조에다 공영방송 임원 자격이 의문시됐던 이길영 이사장이 아니던가.

KBS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을 의결할 경우, 인상안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심의한 뒤 60일 내에 국회에 제출하게 되고, 국회에서 최종 처리된다. 방통위 구성 역시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 중 3명은 정부·여당이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야당이 추천한 인사이기 때문에 위원장 의지에 따라서 수신료 인상안 처리가 가능하다.


방통위 수장인 이경재 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월 22일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 가진 인터뷰에서 "방송은 권력뿐만 아니라 자본으로부터의 자유와 독립도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KBS 수신료를 인상하고 KBS 2TV의 광고를 없애거나 대폭 줄일 경우, 결국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언론사는 종편이 된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여론 수렴 없이 수신료 인상안을 야당 추천이사들을 제외한 채 비민주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누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둘째는 수신료 인상안을 들고 나선 시기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명박 정부 시절 KBS는 공정방송와 거리가 먼 방송 내용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가 번번이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바 있다. 2011년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이 KBS기자의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으로 좌절된 사례도 있다.

KBS는 친박근혜 방송으로 편파성 논란이 고조되는 이 시점에서 다시 수신료 인상안을 들고 나와 비판을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 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기술인협회, 촬영감독협회, PD협회 등 KBS 내 5개 직능단체가 6월 28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길환영 사장은 수신료 '인상쇼'를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할 정도다. 이들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은 무엇보다도 보도의 공정성 확보와 품격 높은 프로그램의 제작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정론인데 그 어디에서도 이런 요구에 대한 길환영 사장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KBS의 일방적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친여방송 KBS가 왜 국민들께 손을 벌리나요? 불공정편파보도 부끄러운 줄 아세요. 절대불가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종편 살리기? 수신료 거부만 남은건가", "TV 끊을 때가 왔군요. 국민들에게 사기치는 TV 안 볼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전에 통합납부하고 있는 KBS 시청료 분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최민희 민주당 국회의원도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던 KBS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국정원 대선개입이나 NLL 논란에 있어서는 오히려 과거 어느 때보다 정부여당에 편향된 보도를 보이는 등 수신료를 올려 받을 자격이 없는 공영방송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골적인 친정부 방송, 국민들 외면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2011년 6월 21일 오전 국회 문방위 회의실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의 'KBS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2011년 6월 21일 오전 국회 문방위 회의실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의 'KBS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남소연

셋째는 공정보도에 대한 의지와 경영개선안이 없는 수신료 인상 요구는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KBS 수신료 인상은 여러 해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공정방송과 경영개선에 대해 여론을 설득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컸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9월 20일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시청료 인상보다 시청자불만 개선이 우선이다'라는 논평을 내고 시청료 인상에 적극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이후에는 180도 돌변한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2009년 5월 일본 도쿄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KBS 시청료를 인상하고 광고비중을 낮추면 그만큼 일반 방송사들의 광고시장이 넓어져 종편·보도전문 PP를 여러 개 새로 허가할 여력이 생긴다"고 말해, KBS시청료 인상이 곧 종편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언해주기도 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들어 KBS는 더욱 노골적인 친정부 방송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의 정통성과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해 물타기,불공정 보도를 하고도 그런 잘못을 지적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조차 용인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신료는 준조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상의 주체는 KBS가 아니라 당연히 국민이 돼야 옳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논의에서 인상의 주체는 KBS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되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KBS는 납부 주체인 국민들의 의견수렴을 어떻게 진행하고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30년 수신료 동결' 주장만 관습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수신료를 인상해야 할 정당한 근거는 물론 공영방송에 걸맞는 보도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부에 있다. 이명박정부 5년 내내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은 사실상 권력과 집권당의 나팔수 노릇을 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은 현실에서 KBS수신료 인상이 과연 동의받을 수 있을까?

방송이 언론의 본령을 지킬 때 사회적 공기로 존중 받지만, 본령을 훼손하면 이때부터 흉기와 다를 바가 없다.  어느 국민이 자신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를 흉기 사용료를 선뜻 더 내놓겠다고 할까. KBS 경영진과 이사회는 역지사지의 자세부터 갖는 게 순서다.
#KBS 수신료 인상 #KBS이사회 #권력의 시녀 #권력의 나팔수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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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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