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012년 2월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신료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김시연
KBS 수신료 인상안은 이미 지난 정권에서부터 줄기차게 논의돼 왔다. 그러나 매번 여론의 따가운 비난을 받다가 좌절됐다. 그 이유를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시청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는 수신료 인상 과정의 문제다. 납세의 주체인 국민의 여론은 무시한 채 수신료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KBS경영진이 제시하고 여당 인사들이 주도해서 이사회에 상정하는 방식부터가 그렇다. 가뜩이나 여당 추천이사가 다수인 KBS 이사회는 방송사 구성원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외면하는 낙하산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그동안 상식밖의 일들을 진행해 왔다.
KBS 경영진이 제출한 인상안을 1차적으로 심의하게 되는 KBS 이사회 의장은 또 누구인가. 학력위조에다 공영방송 임원 자격이 의문시됐던 이길영 이사장이 아니던가.
KBS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을 의결할 경우, 인상안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심의한 뒤 60일 내에 국회에 제출하게 되고, 국회에서 최종 처리된다. 방통위 구성 역시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 중 3명은 정부·여당이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야당이 추천한 인사이기 때문에 위원장 의지에 따라서 수신료 인상안 처리가 가능하다.
방통위 수장인 이경재 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월 22일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 가진 인터뷰에서 "방송은 권력뿐만 아니라 자본으로부터의 자유와 독립도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KBS 수신료를 인상하고 KBS 2TV의 광고를 없애거나 대폭 줄일 경우, 결국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언론사는 종편이 된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여론 수렴 없이 수신료 인상안을 야당 추천이사들을 제외한 채 비민주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누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둘째는 수신료 인상안을 들고 나선 시기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명박 정부 시절 KBS는 공정방송와 거리가 먼 방송 내용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가 번번이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바 있다. 2011년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이 KBS기자의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으로 좌절된 사례도 있다.
KBS는 친박근혜 방송으로 편파성 논란이 고조되는 이 시점에서 다시 수신료 인상안을 들고 나와 비판을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 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기술인협회, 촬영감독협회, PD협회 등 KBS 내 5개 직능단체가 6월 28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길환영 사장은 수신료 '인상쇼'를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할 정도다. 이들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은 무엇보다도 보도의 공정성 확보와 품격 높은 프로그램의 제작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정론인데 그 어디에서도 이런 요구에 대한 길환영 사장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KBS의 일방적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친여방송 KBS가 왜 국민들께 손을 벌리나요? 불공정편파보도 부끄러운 줄 아세요. 절대불가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종편 살리기? 수신료 거부만 남은건가", "TV 끊을 때가 왔군요. 국민들에게 사기치는 TV 안 볼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전에 통합납부하고 있는 KBS 시청료 분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최민희 민주당 국회의원도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던 KBS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국정원 대선개입이나 NLL 논란에 있어서는 오히려 과거 어느 때보다 정부여당에 편향된 보도를 보이는 등 수신료를 올려 받을 자격이 없는 공영방송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골적인 친정부 방송, 국민들 외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