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학생 뽑은 외국인학교, 운영자도 '무자격자'

[발굴] CCS외국인학교 놀라운 수법... 학교 측 "폐교하고 대안학교 전환"

등록 2013.07.05 17:21수정 2013.07.05 17:23
0
원고료로 응원
무자격 한국학생을 무더기로 뽑은 외국인학교의 운영자 또한 '무자격자'였던 사실을 서울시교육청이 확인했다. 이 외국인학교는 입학 자격이 없는 한국 학생과 입학자격이 있는 학생을 한 교실에 합쳐놓고 가르쳐 이른바 '유령학적부' 운용이 말썽이 된 바 있다.

'CCS외국인학교' 조사 결과 문서 살펴보니...

a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CCS외국인학교 조사 결과 문서.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CCS외국인학교 조사 결과 문서. ⓒ 윤근혁


5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 교육위 서윤기 의원(민주당)에게 건넨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외국인학교(CCS) 조사 결과' 문서에 따르면 CCS설립자 송아무개(한국계 미국 국적)씨는 지난해 6월 한국인 박아무개씨에게 운영권을 넘겼다. "교육청의 인가를 받지 않은 양도였기 때문에 무단 양도였다"고 서울교육청은 설명했다.

게다가 운영권을 양도받은 박씨는 외국인학교를 운영할 수 없는 무자격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외국인학교 설립, 운영자격은 외국인이나 외국 비영리법인, 국내학교법인만 가질 수 있는데 송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자격 한국인이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부터 운영권을 무단으로 사들였는데도 교육 당국이 1년 가까이 까맣게 몰랐던 셈이다.

서울교육청 조사 결과와 CCS 관련자 발언을 종합하면 이 1년 사이 CCS의 불법행위가 집중됐다고 한다. 운영자 박씨는 용인외고 교감 출신 오아무개씨를 불러와 교장으로 앉히는 한편, 자신의 아들을 행정실장으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그런 뒤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CCS 건물 안에 평생교육시설과 사설학원을 각각 등록해 무자격 한국학생을 대대적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교장 오씨는 국내어학원을 돌며 홍보활동을 펼쳤다.

조사결과서는 "입학자격자는 CCS외국인학교로 입학시키고, 무자격자는 학원 또는 평생교육시설로 등록시켰다"면서 "하지만 학생 모두를 외국인학교의 같은 학급 같은 교사에 배치하고 외국인학교와 똑같은 납입금을 내게 하고 각종 증명서도 외국인학교장 명의로 발급하는 등 불법 운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CCS에서 자료제출을 거부해 피해를 본 학부모가 몇 명인지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청은 지난 6월 5일자로 CCS 부설 평생교육시설을 폐쇄한 데 이어, CCS학원도 등록을 말소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학교운영권 양도와 탈세 혐의 등 6건의 비위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 6월 19일 검찰과 세무서에 각각 수사와 조사를 의뢰했다.

CCS "위법 인수인계 아닐 수도... 외국인학교는 폐교"


이에 대해 CCS 홍보팀장은 "지금으로선 어떻게 학교가 인수인계 되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은 경로로 진행됐을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 CCS는 외국인학교를 폐교하고, 미인가 대안형 교육기관으로 전환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대안학교'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CCS에 자녀를 보낸 바 있는 한 학부모는 "외국인학교 운영권을 인수받은 박씨와 그의 아들이 영어로 된 이름을 쓰며 '내국인 특별전형을 한다'는 구실로 학부모를 속였다"면서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이런 부정행위를 광고성으로 보도하는데다 서울교육청까지 늑장 대응해 학부모들의 피해가 늘었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외국인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