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옷 3개와 바지 하나에 12만원... 아내 손이 덜덜

남편 보관소가 필요하나... "여보 사랑하고 항상 고맙습니다!"

등록 2013.07.14 09:42수정 2013.07.1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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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남편 보관소'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물품 보관소'는 들어봤어도 남편 보관소는 처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여성의류 코너에 들릴 때마다 한번쯤은 남편 보관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보관소'란 말이 너무 심하면 '남편 휴게소'로 하겠습니다.


아내들이 여성의류코너에 머무는 시간은 아무리 못잡아도 30분입니다. 한 점포만 아니라 여러 점포를 다니고, 옷도 조금만 마음에 들면 다 입어봅니다. 옷 고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남편은 점점 짜증이 납니다. 아내도 짜증내는 남편이 귀찮습니다. 같은 옷을 색깔따라 입업고, 자기 몸에 맞는 옷인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오랜만에 마음 먹고 아내 옷을 사주러 백화점에 왔는 데 그만 화가 점점 치밀어 오릅니다.

'남편 보관소' '남편 휴게소'가 필요합니다

아내는 처녀 때 몸과 달라진 몸매에 불만입니다. 처녀 때는 잘룩한 허리였는데, 아이 둘셋을 낳고 나니 입을 옷이 없습니다. 사실 아내와 다녀보면 대부분 사이즈가 작은 옷이입니다. 예쁜 옷을 입어보고 싶었는데 나온 뱃살은 그냥 아줌마 옷을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뱃살 때문에 화나는데 쇼핑하는 시간이 길다고 짜증내는 남편이 더 밉습니다. 남편도 나온 뱃살에 맞는 옷을 입으면 될 것을 꼭 처녀 때 사이즈로 옷을 억지로 입어보려고 하는 아내가 참 한심합니다. 이럴 때 남편 휴게소가 있으면 누이좋고 매부 좋은 것이 아니라 '남편좋고 아내 좋습'니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아내는 요즘 옷을 자주 사달라고 합니다. 이상하게 들릴 것입니다. 자기가 옷을 사고 싶으면 사면 되지, 왜 남편에게 사달라고 하느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자신이 사고 싶지만, 남편이 직접 사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여보 '000'에 가니까 마음에 드는 옷이 있었어요?"
"마음에 들면 사면 되잖아요."
"당신이 직접 가서 사주면 좋아요."
"당신 옷은 당신이 직접 사면 되지 꼭 내가 가야 해요."
"그럼 나혼자 갈게요."
"아니예요. 같이 가요."



지난 금요일(12일) 아내와 함께 옆에 있는 대형마트에 갔습니다. 아내의 간절한 바람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갈 때만 해도 아내가 입고 싶어하는 옷을 사준다는 마음이 들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저곳에 다니는 아내. 시간은 5분, 10분, 20분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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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무려 1시간 동안 옷을 골랐습니다. 남편 휴게소 좀 만들어주세요 ⓒ 김동수


"여보 이 옷 어때요?"
"당신이 마음에 들면 되지."

"그래도 당신이 마음에 들면 좋겠어요."
"나는 좀 별로다."
"그럼 다른 곳으로 가요."


아내, 옷사는데 5분→25분→40분→1시간

또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시간은 25분, 30분, 35분입니다. 한 곳을 들렸습니다. 이번에는 옷을 살 줄 알았습니다. 저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보 이 옷은 마음에 든다. 한 번 입어 보세요."(필자)
"나도 마음에 들어요. 그럼 한 번 입어 볼게요."(아내)
"그런데 너무 작다. 조금 더 큰 것 없어요."(필자)
"이 옷은 이렇게 입어야 해요."(주인)

"그럼 다른 것 입어 볼게요."(아내)
"요즘도 옷을 남편 말 듣고 입는 아내가 다 있네요."(주인)

가게 주인은 남편 말을 잘 듣는 아내가 이상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상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저희 부부는 서로가 자기가 마음에 드는 옷도 좋지만, 남편은 아내가, 아내는 남편이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를 바랍니다. 아내는 결국 발길을 돌렸습니다. 벌써 40분째입니다. 아이들도 함께 했습니다.

"서헌아 엄마 예뻐? 인헌이와 체헌이는."
"엄마 진짜 예쁘다!"(딸)

"옷 마음에 들어?"
"응 예뻐요. 사세요."

"엄마 언제까지 옷을 살게예요?"(큰 아들과 막둥이)
"너희 둘은 서점에서 가서 책이나 읽고 있어."
"여보 나도 힘들어요. 벌써 40분 지났어요."
"이제 겨우 마음에 드는 옷을 봤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진짜 남편 보관소, 아니 남편 휴게소가 있으면 좋겠다."
"미안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참 이 옷 어때요. 예뻐요?"
"응 이 옷은 마음에 들어요."
"하나만 아니라 몇 개 더 골라도 돼요."
"이왕 나왔으니 몇 개 더 고르세요."

"엄마 아빠가 옷 더 사라고 했으니까. 예쁜 옷 더 고르세요."

윗옷 3개와 바지 하나에 12만원... 아내 손이 덜덜

아내는 오래만에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습니다. 그것도 무려 윗옷 3개와 바지 1개를... 합하니 12만 원이 나왔습니다. 아내는 손이 떨리는 모양입니다. 자기 옷을 사는데 12만 원을 쓴 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이렇습니다. 항상 입는 옷이 5천 원~1만 원짜리 티셔츠였습니다. 조금 비싸면 2~3만 원입니다.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고생만하고, 좋은 옷 한 번 입어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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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짜리 옷도 쉽게 사지 못하는 아내입니다. 자는 모습이 참 안스럽습니다. ⓒ 김동수


어제 오후 낮잠 자는 아내 뒷모습을 봤습니다. 낮잠을 거의 자지 않는 아내입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낮잠을 다 자겠습니다. 뒷모습이 참 안스럽습니다. 미안했습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했습니다. 남편 휴게소가 없어도 앞으로는 아내가 옷을 사면 군말없이 따라 다닐 것입니다. 당연히 짜증내지 않고 말입니다. 아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편입니다.

"여보 사랑하고 항상 고맙습니다!"
#아내 #옷 #남편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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