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에서 병을 이기는 법, 이거구나

교토 기온마츠리 축제

등록 2013.07.18 11:00수정 2013.07.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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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밤 요이야마(宵山)라고 해서 준비된 호코 주위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놀거나 술을 마십니다. 이때 교토 시내 중심가는 모두 통제되고 보행자 천국으로 바뀝니다. ⓒ 박현국


16일 저녁과 17일 낮에 교토 기온마츠리 축제를 보고 왔습니다. 해마다 7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교토 기온마츠리 준비가 시작됩니다. 7월 1일엔 깃푸이리(吉符入)라고 해서 야마(山)나 호코(鉾)를 만드는 각 마을에서 행사의 무사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냅니다.

서기 869년 교토를 비롯한 여러 지방에서 병이 유행하자 이것을 막기 위해서 당시 지역별로 신을 태운 가마를 만들어서 신생엔(神泉苑)에 보내는 것에서 기온마츠리 축제가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정월 보름 때 행하는 지신밟기와 비슷한 행사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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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기나타호코입니다. 호코 맨 위에 긴 칼이 매여 있습니다. 긴 칼로 부정을 씻는 뜻으로 야마호코 행렬의 맨 앞에 섭니다. ⓒ 박현국


가마를 만들어 신을 태우고 지신을 밟아 부근에 사는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무사태평을 기원합니다. 기온마츠리 축제는 이처럼 신앙적인 목적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주로 관광목적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교토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오는 때가 이 무렵입니다. 어디를 가나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교토 시내 시조 부근에 있는 33개 마을에서 신을 태운 야마 23 개와 호코 10 개를 만들어서 시조가라스마에서 신마치오이케까지 걸어갑니다. 주로 오전 9시에서 낮 12시 무렵까지 모든 차량이 통제되고 야마나 호코가 지나는 차도 이외에는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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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요이야마가 열리는 16일 밤 야사카진자 노무대에서는 시마네현 이와미(石見) 가구라가 열립니다. ⓒ 박현국


야마나 호코를 만드는 각 마을 사람들은 10일 마을별로 보관되어 있는 재료를 꺼내서 길옆에 세워서 조립하기 시작합니다. 야마는 비교적 소형이고 간단하지만 호코 중에는 십 여 톤이 나가는 무거운 것도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기둥을 길바닥에 세우고 나무를 끼우거나 새끼줄로 고정시키면서 조립합니다.

야마나 호코 조립은 3~4일 정도면 끝납니다. 호코나 야마 조립이 끝나면 16일 밤 마을 사람들이나 구경꾼들이 호코에 올라가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신에게 올릴 술을 바치기도 합니다. 이를 요이야마라고 합니다. 이 때 마을 사람들은 호코에서 작은 징과 같은 악기를 두드리면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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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기나타호코 옆모습입니다. 카펫을 비롯한 장식물은 원래 외국에서 들여온 것입니다. ⓒ 박현국


야마나 호코를 장식하는 견직물이나 모전 등 카펫은 원래 중국이나 페르시아 인도 등지에서 수입되어 온 것이 대부분입니다. 지금 사용하는 것은 원래 것을 모방에서 새롭게 만든 것입니다. 교토 사람들이 비교적 보수적이지만 이러한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비교적 앞선 안목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온마츠리 축제가 열리는 7월 중순은 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때입니다. 옛날, 습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전염병이나 유행병이 번졌을 수도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신을 태운 가마를 만들어 지신을 밟고 신에게 무병 장수를 기원하는 의식은 마을 사람들의 단결력과 정신력을 단련시키는 기회였을 수도 있습니다.

기온마츠리 축제는 17일 야마호코 순행을 절정으로 앞서 15, 16일 병풍제(屛風祭), 24일 환행제(還幸祭)에 이어서 31일 모노와쿠구리로 끝납니다. 교토는 365일 축제가 열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온마츠리 역시 한달 이상 지속됩니다. 무더위 속에서 축제를 맞이하고, 준비하고, 즐기는 사이 여름도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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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행을 끝낸 호코가 제 마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고누리집> 야사카진자 누리집, http://web.kyoto-inet.or.jp/org/yasaka/ 2013.7.17

토 디자인 누리집, http://kyoto-design.jp/ 2013.7.17
#교토 기온마츠리 축제 #야사카진자 신사 #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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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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