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 이른바 일베 홈페이지
일간베스트 저장소 홈페이지 갈무리
2012년 겨울. 당시 나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자원 봉사자 신분으로 몇 달간 일을 했다.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정책과 메시지를 고민하는 팀에 속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당시만 해도 정권이 교체될 거란 열망이 무르익던 때였고,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대선 캠프 돌아가는 모습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겠냐" 싶었다.
20-30대를 대상으로 설계한 정책들을 정리하고 다듬는 와중에 내가 틈틈이 했던 일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댓글과 게시물들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어떤 이슈가 터지거나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MLB파크, 오늘의 유머 등 소위 야권지지 성향의 커뮤니티 또한 관찰과 탐구의 대상이었지만, 내가 가장 자주 들어간 공간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그러니까 '일베'였다. 어차피 같은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끼리 만들어내는 논리를 들여다 본다고 해서 특별히 새로울 건 없다. 오히려 우리를 증오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의 근거와 논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일베' 글 보고 좌절한 이유 일베의 존재는 풍문으로 들어봤지 별 관심이 없었지만 대선이라는 특수한 시기에 일베라는 공간을 처음 접하면서 나는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들의 성향이 보수적이라든지, 공격적이어서가 아니다. 일베에서 생산되는 극우적 이념의 콘텐츠들이 '피상적으로' 보기에 꽤나 논리정연했기 때문이다.
물론 알만한 사람들은 잘 안다. 일베인들이 자부심 느끼며 설파하는 '팩트'라는 것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왜곡돼 있는지를 말이다. 쟁점이 붙은 사안에 대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지표만을 활용하여 부풀려서 여론을 유도하고, 야권 성향 인물의 발언에 대해서는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한 문장을 잘라서 공격을 일삼았다.
비겁해 보일 수도 있지만 특별할 건 없다.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이들이 자연스럽게 쓰는 여론 형성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야권지지 성향을 가진 이들도 일반적으로 구사하는 전투 스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