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대로 은퇴"할 사람은 정문헌과 서상기

유시민 "정문헌, 정치생명 걸 상황됐고, 박근혜도 '회의록' 봤을 것으로 추정"

등록 2013.07.24 17:42수정 2013.07.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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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열람해 'NLL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를 은퇴하겠다."

지난 달 30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 확산되자 한 말이다. 여야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기록원에 회의록 등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록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자료제출요구안'을 처리했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6년 만에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셈이었다.

심재철 "문재인 의원직 사퇴" 주장은, 교묘한 왜곡

하지만 회의록 원본이 '실종'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새누리당과 보수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폐기설"을 주장했다. 당황한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 폐기설로 반격했지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회의록이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회의록 원본 공개를 주장하면서 NLL 포기 발언이 있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의원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이참에 정계를 은퇴하라는 것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24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재인 의원은 사초 실종에 대한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궁색한 변명으로 빠져나가기 급급하다"며 "사초 증발이 확인된 만큼 대화록 공개를 주장했던 문 의원은 자신의 약속대로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며 문 의원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는 교묘한 왜곡이다. 문 의원은 회의록 존재 여부를 두고 정계은퇴라는 배수진을 친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NLL를 포기'가 사실이라면 은퇴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기 때문이다. 즉, 회의록 존재 여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사퇴할 사람은 정문헌 의원과 서상기 의원이다.

무려 여덟 달 동안 대한민국을 'NLL정국'으로 몰아넣고 있는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비밀회담을 했다", "북한 통전부가 비밀녹취록을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그어놓은 선"이라며 '천기누설'을 했다. 자신의 말에 대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후 대선정국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잘 알고 있다.


사퇴할 사람은 정문헌과 서상기

하지만 회의록 전문 어디에도 NLL 포기 발언은 없었고, 땅따먹기 발언도 없었다. 당연히 노무현-김정일 비밀회담도 열리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면 당당하게 정계은퇴를 해야 하지만 오히려 11일 18쪽 짜리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으로 본 북방한계선' 해설서를 펴냈다.

그는 해설서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과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 사이의 수역에서 군대를 철수하는데 동의함으로써 NLL 이남 해역의 영토 주권을 포기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대통령의 영토 보전 책무를 규정한 헌법 위반"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이어갔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도 없을 것이다.

국회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도 별 다르지 않다. 지난 달 20일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을 본 직후 "아직도 영토포기라는 전직 대통령 발언을 지지하고 수호하고 그것을 계승하려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정치 세력으로 남아있다"면서 "전직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전문 공개를 위한 범국민 촉구가 있어야 한다. 내 말이 조금이라도 과장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역시 자신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당당하게' 의원직과 정보위원장직을 지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두 의원이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4일 종편 <JTBC> '썰전'에 출연해 "정문헌, 서상기는 사퇴해야 한다. 이 정도 얘기해 놓고 착오라고 하면 안 된다"면서 "NLL 대화록 전문을 보면 포기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서상기, 정문헌 의원이 과했다"며 두 의원 사퇴를 촉구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3일 자신의 누리집 <자유의 서재>에 올린 '대화록의 진실1 "정문헌 의원의 착각 또는 거짓말"' 제목 글에서 "'2007년 10월 3일 오후 3시 두 정상이 단독회담을 했고 북의 통일전선부가 녹취록을 만들어 남의 비선라인과 공유했다'는 주장 그 자체가 허무맹랑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면서 "이제 '정치생명을 걸고' 책임을 져야 마땅한 상황이 되었다"고 했다. 정 의원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유시민 "정문헌, 정치생명 걸 상황 됐고, 박근혜도 '회의록' 봤을 것으로 추정"

유 전 정관의 예리한 칼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의원도 피해갈 수 없다. 유 전 장관은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2월 부산 유세에서 공개한 회의록을 박근혜 대통령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김무성은 어디에서 대화록 전문을 입수했을까? 박근혜 후보도 대선 기간에 대화록을 읽어보지 않았을까? 이런 것을 전문용어로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한다. 언젠가 어떤 경로로든 밝혀지고 말 것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모든 것을 보았으리라고 추정한다. 일단 추정이다. '깨알 리더십'을 자랑하는 박근혜 대통령 아닌가? 경험칙에 비추어 그렇게 추정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는 정문헌 의원이 지난 6월 28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0월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된 직후 전화를 걸어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아는 대로 다 구두보고를 드렸다. 김 본부장은 부산 유세 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을 유세에 써도 법적 문제가 없느냐고 확인을 요청해 오기도 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는 면책특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정문헌 의원은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에 본 비밀기록 내용을 박근혜 후보 총괄선대본부장 김무성에게 '아는 대로 구두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2012년 10월에는 이것이 심각한 기밀누설 범죄였음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으로 덮을 수 없는 행위였다.

그러면서 "국정감사장에서의 발언은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는다고 해도 박근혜 후보 총괄선대본부장 김무성에게 '아는 대로 구두 보고'했다고 밝힌 것은 면책될 수 없는 범죄행위를 '자백'한 것"이라며 "그는 너무 많은 사람에게 왜곡되거나 허위인 대화록 내용을 발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문헌, 6월 28일 인터뷰는 면책특권 덮을 수 없어"

여론조사도 정문헌 의원과 서상기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뷰>가 민주당 최민희, 김경협 의원의 의뢰를 받아 22일 전국 성인 휴대전화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를 지난 23일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 아닐 경우 새누리당 서상기, 정문헌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63.6%였다. 이는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 22.1%보다 무려 세 배 높았다. 이번 조사는 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과연 누가 사퇴해야 할까? 물론 NLL 회의록 정국에서 문재인 의원이 실기한 측면은 있다. "노무현 대통령 명예를 지킨다"거나, "회의록 원본 공개"를 촉구한 것은 섣부른 행위였다. 이것에 대한 사과는 필요하다. 하지만 회의록이 없다는 이유로 사퇴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회의록 존재 여부는 문재인 의원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의록 실종은 검찰이든, 특검이든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여야가 할 일은 국정원대선개입 국정조사다.
#문재인 #정문헌 #서상기 #NLL대화록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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