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셔츠에 뭐가 묻었으니 다른 상품을 보내달라는 고객. 그 고객은 새 물건을 들고 집으로까지 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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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잊지 못할 기억이 몇 있다. 우리 매장에 없던 흰 셔츠를 다른 매장에서 받아 고객의 집으로 택배를 보낸 적이 있다. 고객이 전화를 해왔다.
택배로 받은 상품에 뭐가 묻었으니 다른 상품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다시 다른 매장에서 새상품을 받았다. 고객은 상품을 직접 확인하길 원했고 그러기 위해선 직접 집으로 가야 했다. 배달은 당연히 '막내'인 내 몫이었다. 직접 배달까지 가는 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단 몇 시간이라도 매장에 서 있지 않고 한낮의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버스를 타고 1시간여 만에 한 아파트에 도착했다. 고객이 내놓은 상품은 한 부분이 약간 구겨져 있었다. 고객은 뭐가 묻은 걸 매장에서 손으로 빨아서 보낸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저간의 상황은 모르나 내 눈에는 드라이클리닝 한 번 맡기면 될 것 같아 보였지만, 그냥 가지고 간 새 상품을 건넸다. 실 한 올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상품 앞뒤를 꼼꼼하게 본 고객은 약간 먼지가 묻은 듯한 부분을 찾아냈다.
그는 "언니가 볼 때도 문제가 있죠?"라며 내게 동의를 구했지만 난 즉답을 피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나라 밖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그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동안 여러 곳의 물류창고를 거친다. 이 상자에서 저 상자로 여러 번 포장됐다 벗겨지기를 반복한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상품이 어찌 한 점 허물이 없을 수 있단 말인가. '고객님의 기대치가 높은 것이에요, 드라이클리닝 한 번 맡기면 될 것 같아요'라는 말이 자꾸 목구멍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결국 내 선에서 해결 못하고 혜수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고객이 건네받은 전화기를 통해 혜수 언니가 계속 "죄송하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고객은 "정말 죄송해야 할 일"이라고 응수했다. 긴 통화 끝에 고객이 매장에 와서 다른 상품으로 교환하기로 하고 나는 양손에 쇼핑백 두 개를 든 채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 창밖으로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 보였다. 속으로 '맘은 개떡 같은데 날씨는 왜 이리 좋냐'고 툴툴대는데 갑자기 뺨으로 눈물 몇 방울이 흘러내렸다.
"우리도 사람입니다... 물건 파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