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신가요? 가을이 저 멀리서 오고 있습니다

등록 2013.08.11 11:01수정 2013.08.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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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38도가 넘으니 덥다는 느낌보다는 머리가 아팠습니다. 우리 동네를 비롯한 남부 지방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바람만 조금 불어도 '살' 것 같습니다. 너무 더우면 야외 활동을 금하라고 하지만, 우리집도 바깥 기온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결국 피서를 떠났습니다. 당연히(?) 멀리 간 것이 아니라 어머니 댁으로 갔습니다.


평상에서 잔 아내 "코감기 들었어요"

어머니 집도 한 낮 더위는 우리집과 별 차이가 없지만, 해가 떨어지면 금방 시원해집니다. 우리집은 하루 종일 내리쬐는 햇볕때문에 '용광로'가 되어 식을 줄을 모르지만, 나무와 흙 그리고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어머니집은 기온이 빨리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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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댁 평상에서 잠을 잤습니다. 정말 오래만에 평상에서 잤습니다. 얼마나 시원한지. 아내는 평상에 자고나서 코감기에 들었습니다. ⓒ 김동수


어머니집에는 평상이 있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고향 동네에서도 시원한 집을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갑니다. 아니 수위를 다툽니다. 금요일 밤 온 가족은 평상에서 잤습니다. 얼마나 시원한지. 올해는 모기도 별로 없습니다. 모기도 없고, 바람도 산들산들 불고, 에어컨이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워낙 더운 집에 자다가 시원하는 평상에서 잦더니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 코감기가 들었다고 했습니다. 우리 집과 평상 기온차가 10도쯤 나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붉은 고추와 참깨... 가을이 옵니다

정말 덥습니다. 하지만 가을은 아주 저 멀리 있지만,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붉은 고추. 고추가 익는 다는 것은 가을이 오고 있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더워도 가을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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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고추. 고추가 익는 다는 것은 가을이 오고 있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더워도 가을은 옵니다. ⓒ 김동수


올해는 고추가 잘 됐습니다. 고추는 비에 약합니다. 비가 많이 오면 '역병'과 '탄저병' 같은 것에 걸립니다. 탄저병에 걸리면 그냥 그 해 고추 농사는 '끝'입니다. 역병과 탄저병은 덥고 습할 때 많이 걸립니다. 그런데 올해는 고향을 비롯한 남부지방은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고추가 거의 병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폭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올해는 참깨 농사를 잘 지었다."
"엄마가 참깨 농사를 잘 지을 때도 있네요."
"참깨 농사는 참 어렵다 아이가. 깨는 타작을 해서 그릇에 담아야 그해 농사가 끝난다 아이가."
"맞아요. 올해는 참기름도 많이 짤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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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어머니께서 참깨 농사를 잘 지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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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입니다. 참깨 농사는 타작을 하고, 그릇에 담아야 그해 농사를 다 지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짓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 김동수


정말 참깨 농사는  타작을 하고, 그릇에 담아야 그해 농사를 다 지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짓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이상하게 어머니는 참깨 농사를 잘 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잘 지어 그런지 뿌듯하신 모양입니다. 모든게 어머니 덕택이고, 동생 수고입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추 잠자리가 많이 날아다니면 가을이 손 앞에 까지 왔다는 말입니다. 저 녀석이 더 많은 친구를 데리고 오면 가을입니다. 고추 잠자리가 많이 날면 정말 환상입니다. 아직은 많은 잠자리를 볼 수 없지만,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많은 잠자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빨리 만나면 좋겠습니다.

잠자리와 단감 그리고 대추가 익어가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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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추 잠자리가 많이 날아다니면 가을이 손 앞에 까지 왔다는 말입니다. 저 녀석이 더 많은 친구를 데리고 오면 가을입니다. ⓒ 김동수


단감씨알도 많이 굵어졌습니다. 이제 조금씩 물이 들면 폭염을 저 만치 물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동생은 아예 농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단감이 그대로 달려있습니다. 다 익을 때까지 단감이 달려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내가 단감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과일 중에 단감이 최고라고 합니다. 올해는 그토록 좋아하는 단감을 많이 먹게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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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씨알을 보니 단감처럼 보입니다. 조금씩 물이 들면 폭염을 저 만치 물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 김동수


올해 2월에 밭을 정리하는 바람에 수십 년 자랐던 대추나무를 베어냈습니다. 도저히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컸기 때문입니다. 대추나무는 생존력이 매우 강합니다. 줄기를 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작은 나무 하나를 옮겨 심었습니다. 이 녀석이 대추를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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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추는 물이 오르지 않았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물이 올라 익을 것입니다. 가을은 오고 있습니다. ⓒ 김동수


자연이 들려준 '밤의 교향악'

평상에서 누웠습니다. 그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귀뚜라미가 울었습니다. 새울음도 들렸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밤의 교향악'이 울려퍼졌습니다. 시골에서는 자는 사람들만 들을 수 있는 축복입니다. 한 번 들어보세요. 사람이 만든 소리가, 기계가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입니다. 가장 위대한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딸 아이가 좋아했습니다.

"아빠 소리가 정말 아름다워요."
"우리집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지."
"응. 집은 자동차 소리때문에 얼마나 시끄러워요. 완전 소음이에요."
"그렇지 소음이지. 하지만 이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옛날에는 이런 소리 듣고 자랐다. 어쩌면 너희들은 참 불쌍한 아이들이다."

"오늘은 잠이 그냥 들 것 같아요."
"아름다운 소리 듣고 잘 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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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소리 귀뚜라미, 매미,새 등등 별별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을이 오는 소리입니다. ⓒ 김동수


#가을 #참깨 #평상 #잠자리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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