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글자 때문에 중국어가 확 변했답니다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4] 是

등록 2013.08.13 20:10수정 2013.09.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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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옳을 '시'(是, shi)는 해(日)가 가운데 바르게(正) 떠 있다는 의미가 합쳐진 글자다.

옳을 '시'(是, shi)는 해(日)가 가운데 바르게(正) 떠 있다는 의미가 합쳐진 글자다. ⓒ 漢典


1978년, 4인방이 체포되고 중국은 문화혁명(1966~1976)의 긴 터널을 빠져 나와 새로운 발전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 마오쩌둥으로부터 "당신이 일을 하면 나는 안심한다(你辦事, 我放心)"는 말로 후계자 승인을 받은 화궈펑은 마오쩌둥의 사상과 실천은 모두 옳다는 '양개범시(兩個凡是)'를 주장했다.

한편,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实践是检验真理的唯一标准, shíjiàn shì jiǎnyàn zhēnlǐ de wéiyī biāozhǔn)"라는 말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들고 나온 덩샤오핑은 화궈펑과 대립했다. 결국 오랜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역사 시기를 맞이해야 하는 시점에서 무엇이 '옳으냐'를 놓고 벌인 한판 승부였던 셈이다. 그리고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사구시에 입각한 개혁개방 정책이 등장하게 된다.

사실에 기초해 진리를 구한다는 '실사구시'는 후한 반고(班固)의 <한서>(漢書)에 "학문을 닦아 옛것을 좋아하고, 일을 참답게 하여 옳음을 구한다(修學好古 實事求是)"는 구절에서 처음 등장해 공허한 담론을 일삼던 양명학을 배격한 청나라 고증학파의 슬로건이기도 했다.

해가 바르게 떠있다는 뜻 담긴 글자

옳을 '시(是, shì)'자는 해(日)가 가운데 바르게(正) 떠 있다는 의미가 합쳐진 글자다. 중국어에서 '是'는 '~이다, 맞다, 옳다'의 의미와 함께 긍정의 대답으로 '예'의 뜻으로도 쓰인다.

'A는 B이다'는 기본 문형에 '是'가 사용되는데 원래 '是'는 고문에서 '옳다'나 '이(this)'의 의미로 쓰이다가 점차 '~이다'의 계사(繫辭, copula)로 쓰이게 됐다. 이로써 중국어는 보다 명확하고 확정적인 강조의 표현이 가능해졌으며 문형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생겨나게 됐다.

춘추전국시대 <순자 권학편>(荀子 勸學篇)에 "눈은 옳은 것이 아니면 보려 말고, 귀는 옳은 것이 아니면 들으려 말고, 입은 옳은 것이 아니면 말하려 말고, 마음은 옳은 것이 아니면 생각지 말라(使目非是无欲见也, 使耳非是无欲闻也, 使口非是无欲言也, 使心非是无欲虑也)"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是'는 옳다는 의미다.


"이익을 보고 정의를 생각하는, 이런 일은 보통사람이 하기 어려운 것이다(见利思义, 是凡人难行)"라고 할 때 '是'는 앞의 문장을 받는 지시사로 쓰인 것이다. BC 5세기경까지 '是'는 지시사로 쓰이다가 천 년의 시간이 지난 AD 5세기 무렵 완전한 계사로 자리 잡으면서 중국어의 기본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오게 됐다.

"하나는 하나고 둘은 둘이다(一是一, 二是二)"라는 표현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이를 때 사용한다. '시비(是非, shìfēi)'라는 말은 옳고 그름(对与错)을 이르는 말로 우리말에서도 자주 쓰인다.


상대방의 앞에서는 입으로 그렇다고 말하고도 마음으로는 수긍이 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이런 상황을 두고 '구시심비(口是心非, kǒushìxīnfēi)'라고 한다.
#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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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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