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200원 막으면서 전셋값 폭등은 모른척"

[현장] 전국세입자협회 등 기자회견...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해야"

등록 2013.08.14 17:28수정 2013.08.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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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전국세입자협회와 토지공공성네트워크 등 시민단체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박근혜 정부의 전월세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 김동환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오 아무개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8년간 모은 돈 4500만 원을 털어 지난해 2월 이 동네에 단칸 전셋집을 구했다. '깡통전세' 얘기가 흉흉해 집주인의 채무 상황을 확인했지만 안전한 수준이었다.

집주인은 건물에 있는 세입자 30호 중 다섯 집만 전세니 무슨 일이 생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오씨를 안심 시켰다. 그러나 주인의 채무가 급증하면서 이 건물은 채 10개월이 지나지 않아 경매로 넘어갔다. 오씨는 그제서야 주인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입자 30호 모두가 전세이고 자신이 가장 후순위 채권자였던 것이다. 평생 모은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잃을 지경에 처한 셈이다.

전·월세 세입자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정부에 제대로 된 '깡통전세' 피해방지 대책 및 전세 공급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세입자협회와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는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정부, 부동산 활성화만... 세입자 주거권에는 관심 없어"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연 이유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한국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발언을 꼽았다.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인 현 장관의 발언을 들으니 전세 대란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현 장관은 지난 7일 토론회에서 "전·월세 가격을 제한하는 것은 공급을 줄여 임차인에게 피해를 줄수 있다"면서 "전세난 해결책은 주택시장 활성화"라고 밝혔다. 또한 전세자금 융자와 기존 미분양 주택을 전세형으로 바꾸는 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대표는 "세입자들과 시민사회가 고민 끝에 제시한 전월세 상한제를 부정하는 현 장관의 말은 2200만 주거 세입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차료의 적정 인상폭을 법으로 정하는 제도다.


최 대표는 "정부가 세입자 주거권 확보에는 관심이 없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만 열심"이라면서 "대부분 복지국가에서 시행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차계약 갱신청구권 보장은 최소한의 주거권을 위한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전세자금 융자제도와 미분양 주택의 전세형 주택 전환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전세자금 융자는 세입자가 빚을 더욱 많이 지도록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 제도이고 미분양 주택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의 중대형 주택이라 접근성이 낮다는 것이다.


"당장 전세 대란 잡을 실효성 있는 정책 내놔야"

이들은 이날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 때 공약한 120만 호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실행에 옮기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약속했던 공공임대주택 55만 호도 건립하라고 요구했다. 현재의 전세난과 저소득층 주거난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의 공공임대주택뿐이라는 것이다.

권지웅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깡통 전세'가 속출하고 있는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깡통전세 건물이 경매에 부쳐진 후 2회 유찰이 되면 세입자 보증금 전액을 우선 변제하는 내용을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권 위원장은 "건물주의 대출액수와 기존 세입자 보증금 총액과 시세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국가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런 정보들을 알 방도가 없기 때문에 '깡통전세' 계약에 신중을 기해도 결국 전세금을 날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부가 우윳값 200원 오르는 건 막아주는 생색을 내면서 전셋값 2000만 원 오르는 건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세대란과 관련해 정부가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같은 이름뿐인 정책을 남발하지 말고 당장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대란 #전월세 #현오석 #민달팽이 유니온 #전국세입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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