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마음으로 두 번 거른 '생각' 이야기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9] 想

등록 2013.08.21 16:29수정 2013.09.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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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想 ‘상(想, xi?ng)’은 어린 나무의 성장에 눈을 가까이 대고, 마음으로 자세히 살피며 생각하는 것을 나타낸다.

‘상(想, xi?ng)’은 어린 나무의 성장에 눈을 가까이 대고, 마음으로 자세히 살피며 생각하는 것을 나타낸다. ⓒ 漢典


"나는 네가 보고 싶어"라는 말을 중국어로 "我想你(Wǒ xiǎng nǐ)"라고 한다.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 보고 싶다는 의미가 되는 모양이다.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머릿속 이성적인 사고 작용이 아니라 마음속 그리움이 만드는 화학 작용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생각할 '상(想, xiǎng)'은 나무(木)와 눈(目), 그리고 마음(心)이 합쳐진 글자로 어린 나무의 성장에 눈을 가까이 대고, 마음으로 자세히 살피며 생각하는 것을 나타낸다.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보고 싶거나, 하고 싶거나, 계획하는 것이므로 그 의미가 자연스럽게 확대되어 쓰인다.

머리 혹은 마음속에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생각은 한번 들어와 앉으면 잘 나가려 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다. 머리에 들어와 박혀 떠나지 않는 생각을 '념(念, niàn)'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신념이 바로 그 대표선수다.

이에 비해 '想'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相)의 조각으로,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가장 최전선에서 인지하는 1차적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 짧고 단편적이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편견 등의 프레임에 왜곡되지 않은, 어쩌면 가장 정직하고 진실 된 인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생각을 나타내는 한자 중에 '사(思, sì)'와 려(慮, lǜ)도 있다. '思'는 깊게 하나하나 전후의 사정과 이치를 따져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慮'는 호랑이가 올라탄 듯 짓누르며 걱정을 끼치는 생각을 말한다. 머리통을 그린 정수리 신(囟)에 마음을 더한 것이 思이니 냉철한 이성적 분석의 의미가 강한 셈이고, 윗부분에 호랑이 호(虍)가 있는 慮는 머리에 호랑이처럼 무서운 근심을 얹고 있어 부정적인 의미가 더해졌다.

'찌찌뽕!'을 외칠 때처럼 서로 무의식중에 같은 생각을 했을 때 중국어로 "想到一块儿去了(xiǎng dào yíkuàir qù le)"라고 말한다. 현실을 판단하는 비슷한 인식과 마음이 있어야 같은 생각으로 한곳을 향해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배가 고프면 우리 몸은 허기를 느끼고 '꼬르륵' 하고 음식물을 섭취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생각은 아무리 허기가 지고 영양실조로 머리와 가슴이 텅텅 비어 죽게 생겨도 자각 기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마치 자기 것인 냥 무턱대고 들여놓기도 하고, 누구 것인지도 모르는 그 생각을 죽어라 고집하기 일쑤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나의 머리와 가슴으로 두 번 정제한, 진정 나의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는지 곰곰이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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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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