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슈] 장마·폭염 지나자 이젠 '태풍' 걱정

"과거 기후패턴 보면 8월 말~9월 초 한반도 내습 잦아"

등록 2013.08.22 11:50수정 2013.08.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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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장마가 끝났다고 해서 여름철의 위험한 날씨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바로 이어 태풍이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반도에 상륙한 4개의 태풍은 7월에 카눈, 8월에 볼라벤(8월 27일~28일)과 덴빈(8월 29~30일), 9월에 산바 순으로 각각 발생했다. 해마다 여름과 초가을이면 태풍이 온다는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곤 한다. 매년 찾아오지만, 너무 익숙하기에 "드디어 지나갔다"며 다행스러워하지만, 그냥 지나쳐버리기에는 너무 피해가 큰 자연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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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의 세기가 가장 강했던 태풍은 2003년 한반도를 내습한 ‘매미’였다. 당시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한 강풍의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60m에 달했다. ⓒ 기상청


올해도 태풍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태풍 제12호 짜미와 13호 페바가 연이어 발생했다. 북상 중인 두 태풍 모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지난 19일에는 제14호 태풍 우나라(UNALA)가 발생했지만, 다음날인 20일 새벽 3시에 괌 동쪽 약 3670㎞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돼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 태풍의 한반도 내습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서로 길게 확장하고 있어 태풍이 한반도까지 비집고 올라올 틈이 없는 상태다. 올 들어 한반도 가까이 올라온 태풍은 지난 6월 4호 태풍 리피가 유일하다. 리피는 서귀포 남동쪽 140㎞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바뀌어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태풍주의보가 한 차례 발령되는 데 그쳤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앞으로의 태풍 발생과 우리나라 내습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는 태풍이 언제 우리나라로 접근할지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말했다. 또, "현재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고 있지만, 이것이 수축한다고 해서 태풍이 한반도를 내습한다거나 태풍이 발생 초기에 서진하다 어떤 진로를 향해갈지 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풍이 발생할 때 기후환경과 대류여건, 대기교란, 구름조직, 모델예측 등을 참고해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태풍이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통해 이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인데, 국가태풍센터에서는 아직 한반도 내습 가능 태풍에 대해 언급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만 지금까지의 기후 패턴으로 봤을 때 8월 말에서 9월 초에 태풍 발생 횟수가 많아지고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태풍이 비교적 많기는 했다"고 통계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태풍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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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인해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 소방방재청


태풍은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엄청난 수증기를 공급받아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 채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현상을 일컫는다. 또 북태평양 남서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성저기압 중에서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강한 폭풍우를 동반한다. 공기의 소용돌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남위 5°와 북위 5° 사이의 적도 부근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태풍은 해상수온이 26.5℃이상 되는 곳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바닷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되면 하늘로 올라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로 변하면서 열을 방출한다. 이 열로 대기는 더욱 따뜻해지고 바다에서 만들어진 수증기는 하늘로 올라가 커다란 비구름을 형성하게 된다. 이런 현상들로 태풍이 만들어 지다 보니 지구가 더워지면 태풍의 강도도 세질 수밖에 없다.

태풍은 자연재해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는 기상현상이다.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다 에너지가 태풍에 전달돼 그 위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열대성저기압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 동아시아에서는 '태풍', 북아메리카 카리브해에서는 '허리케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윌리윌리', 필리핀에서는 '바기오'라고 부른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가는 기간은 길어야 1~2일 정도다. 그에 비해 피해는 엄청나서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고 평생 일군 삶의 터전을 폐허로 만들기도 한다.

최근 10년(2002~2011년)간 일어난 태풍은 한 해 평균 22~23개에 달한다. 이중 2~3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지난해에는 달랐다. 4개의 태풍(카눈·볼라벤·덴빈·산바)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 이는 1962년 이래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기록됐다.

이와 관련 기상청은 "지난해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했고,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태풍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상륙했다"고 설명했다.

태풍 예보법... 태풍에도 장점은 있다

태풍은 언제 어디서 발생해서 어떤 경로로 찾아올 것인지, 어느 정도로 강한지 예측할 수는 있다. 따라서 미리 대비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면 태풍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태풍의 진로나 이동속도를 신속하게 예상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의 진보된 기상학과 예보기술로서도 완전무결한 예보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에 의해 태풍의 이동에 관한 객관적인 예보법으로 통계적인방법과 수치모델에 의한 역학적인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통계적인 방법으로 PC법, Climate법, CLIPER(CLImatologyand PERsistence)법, 유사법을 사용하고 있다. 역학적인 방법으로는 한국 태풍모델을 기상예보용 컴퓨터로 운영해 태풍의 예상 위치를 객관적으로 예측한다. 또 일기도에 의한 종관적(여러 기상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동시에 관측하는 것)인 방법들을 참고자료로 활용해 가장 가능성이 큰 진로를 예상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

각종 피해사례를 남기는 태풍이지만 이를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태풍은 잉여 에너지를 고위도로 옮겨 지구 에너지 평형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박종길 인제대 교수는 "태풍이 생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는 저위도 지방의 풍부한 에너지는 중·고위도로 옮기고, 축적된 에너지는 비를 통해 방출하는데 이때 비로소 지구 에너지의 평형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의 가뭄도 해소한다. 또 태풍은 강한 비바람을 통해 바닷물의 순환을 돕기도 하는데 태풍이 불면 고여 있던 물들이 요동치기 때문에 수질개선 효과도 있다. 강한 바람을 역이용하면 풍력에너지와 같은 에너지 생산도 가능하다.

태풍의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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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월별 진로 ⓒ 기상청


태풍은 대개 발생 초기에는 천천히 서진한 후 시간당 약 20㎞의 속도로 서북서~북서쪽으로 이동하고 북위 25~30°사이에서 진로를 북쪽이나 북동쪽으로 전향한 후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태풍의 진로는 포물선을 그리는 것이 정상이지만 때로는 고리형태 등을 취하기도 한다. 8월 이후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화되거나 일본 남쪽 해상으로 치우치게 되면 한반도나 일본열도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다.

태풍이 갖는 강한 폭풍의 범위는 태풍 중심에서 200~500㎞ 정도이며 중심으로 갈수록 기압은 하강하고 풍속은 증가하지만 중심부근에는 바람과 구름이 없는 지대인 '태풍의 눈'이 존재한다. 태풍의 중심으로 원운동을 하면서 흘러드는 공기 덩어리는 각운동량(角運動量)을 보존하며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풍속이 커지고, 또한 공기덩어리에 작용하는 원심력도 강해져 중심부에 들어갈 수 없게 형성된다.

눈의 크기는 보통 지름이 20~50㎞ 정도지만 큰 것은 지름이 100㎞나 되는 것도 있다. 또 태풍의 구름 높이는 12~20km에 달하는데 태풍의 눈에 가까울수록 키가 큰 구름들이 존재한다.

태풍은 호우(豪雨)를 동반한다. 태풍이 북상할 때 그 동쪽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위치하는데 양자 사이에 기류의 수렴선이 형성된다. 이 선을 따라서 강한 상승기류가 일어나 호우성 강수가 내리는 것이다.

태풍의 강수량은 중심부근에서는 1시간에 대략 13㎜정도지만 태풍에 동반된 강풍이 경사면을 타고 오를 때 호우가 내릴 경우가 많아 강수량은 일반적으로 평지보다 산악의 풍상측(風上測)에 많아진다.

폭풍 해일도 함께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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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거세지고 있다. ⓒ 소방방재청


태풍이 일어남에 따라 비바람이 거세지면 해일이 일기도 한다. 바람은 태풍진행 방향과 태풍권 내의 바람 방향이 비슷한 오른쪽에서 가장 강하다. 해일 또한 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에서 주로 발생한다. 파도는 태풍권내에서도 변화가 심하지만 대체로 태풍진행방향의 전방에서 많이 일어난다.

태풍이 해안에 접근하면 태풍의 오른쪽에서 강풍이 해안을 향해 불고, 높은 파도가 발생해 폭풍과 풍파에 의한 파랑이 동시에 일어나면선 선박이나 해안 시설물을 파괴하기도 한다. 이때 항·포구에 피항한 선박들도 전복·침몰될 수 있어 선실에 잔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대조기(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시기) 때는 그 현상이 더욱 심하다.

태풍이 선박을 향해 접근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풍향의 변화에 유의해 배의 진로를 태풍의 예상 진로에서 멀어지게 하거나 태풍의 위험반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규모의 태풍이라도 9~10m 이상의 높은 파도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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