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6 3발로 자살"...영화도 그렇게 안 찍는다

등록 2013.08.24 11:44수정 2013.08.24 11:44
10
원고료로 응원
"총구 하늘로 올려"
"올렸습니다."
"노리쇠 3번 전후퇴"
"노리쇠 3번 전후퇴했습니다."
"방아쇠 당겨"
"당겼습니다."
"총구 하늘로 올려"
"총구 하늘로 올렸습니다."

"노리쇠 3번 전후퇴"
"노리쇠 3번 전후퇴했습니다."

"방아쇠 당겨"
"방아쇠 당겼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반복된다. 군생활에서 가장 군기가 센 곳이 사격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자신 또는 전우가 '죽'기 때문이다. 총구가 하늘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옆으로 기울어지면, 여지없이 한 방이 날라온다. 그런데 아래 기사를 보면 사격장에서 군기잡는 것은 '헛심'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틀 뒤면 휴가 나올 생각에 군복도 깨끗하게 다려놓은 아이가 비관해서 자살을 했다고요? 그것도 M16으로 가슴을 두 번 쏘고, 그래도 숨이 끊어지지 않자 머리에 또 쏘았다고요? 재판부가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에서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오마이뉴스> 23일자 '자기 몸에 M16 세 발을 쏴 자살했다고요?'기사 내용이다. 1987년 5월부터 1989년 9월까지 군생활을 했다. 입대 후 필자가 지급받은 소총이 M16이었기 때문이다. 전역할 때 소지했던 소총은  K1으로 기억된다. M16 소총 제원과 다뤘기 때문에 "가슴을 두 번 쏘고, 그래도 숨이 끊어지지 않자 머리에 또 쏘았다"는 '절대'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 만큼 불가능한 일이다.

M16 개발자는 미 공군 출신인 유진 스토너이다. M16은 베트남전때부터 미군이 사용하고 우리 군도 베트남전에 참여하면서부터 군인들이 지급받았다. 1974년부터는 아예 면허생산을 시작하여 무려 약 60만정을 생산하면서 K1 소총으로 대처하기 전까지 주력 소총이었다. 미군은 아직도 진화된  M16A2를 주력소총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원이다.

전장 : 100.6 cm
총열 : 길이 50.8cm / 6조 우선
중량 : 2.97 kg (탄창 제외)
사용탄환 : 5.56x45 mm 탄
최대사거리 : 2,653 m
유효사거리 : 460 m
발사율 : 분당 최대 750발, 지속발사시 분당 12~15발-'M16A1 제원 '

M16은 옛 공산진영 AK-47소총과 함께 양진영 주력 소총이었다. 살상력은 AK-47가 조금 더 나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다. 즉, 자기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을 쏴 자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22일 <오마이뉴스> '"허원근 일병은 자살"... 항소심서 1심 판결 뒤집혀' 기사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는 "평소 허 일병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중대원들이 사체를 유기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중위 전아무개씨를 제외한 모든 중대원들이 새벽에 총기사고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공소시효가 넘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사망 원인을 자살이라고 판단했다.

"허 일병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중대원들이 사체를 유기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판시했는데, 오히려 사람들은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을 쏴 자살하는 것이 "상식 밖의 일"이리고 생각한다.


누리꾼 'Wycli******'는 "M16 소총으로 자신의 양쪽 가슴과 머리까지 3발을 쏘아 자살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기 말이 되는 소리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한국 국방부는 자살이라고 강변한다"면서 "그것도 30년 동안. 군대 가본 이들은 M16이 얼마나 살상력이 강력한 무기인지 알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6조 우선식으로 총탄의 회전력이 빠른데다 목표물에 맞으면 역회전이 걸려 입구 보다 출구에 더 큰 상처를 남기는 게 바로 M16"이라며 "한 방을 맞아도 치명상을 남기는 화기로 자신의 몸에, 그것도 머리와 가슴에 3발의 총탄을 쏴 자살한 병사는 람보라도 된단 말인가?"라고 분노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외치는 말이 진실이 아닐까? "제발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마라. 그냥 군이 의문사한 병사에게 보상해주기 싫다고 솔직히 이야기해라. 제발 부탁이다."

@pari******는 "판사는 '사망자와 비슷한 체구의 사람이 M16소총을 자신에게 겨누고 쏠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했는데, M16을 우선 가슴에 한방 맞고 난 뒤에 기어가서 총을 다시 잡아 또 자신에게 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kys***는 "영화도 이렇게 안찍을 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허원근 일병 사건'은 지난 1984년 4월 2일 오후 1시20분쯤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 GOP 철책근무지 전방소대 폐유류고 뒤에서 가슴에 2발, 머리에 1발의 총상을 입고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으로 1980년대 대표적인 군의문사다. 당시 군당국은 '자살'로 발표했지만, 가족들은 상관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면서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의문사위는 2002년 9월 타살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특별조사단을 꾸려 자살로 재반박했다. 그리고 1심 재판부는 지난 2010년 2월 타살로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자살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상식"이라는 단어를 썼다. 법리 지식이 부족한 한 시민이 '상식'으로 묻고 싶다. 군대에서 M16를 다뤘던 수 백만명 남성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라. 가슴에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또 머리에 한 발을 쏴 죽는 자살이 가능하냐고. "미친*이 정신나간 질문한다"는 소리 들을 것이다.
#M16 #허원근 #자살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