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성폭행 당한 인도 여기자 "인생 끝난 거 아냐"

뭄바이에서 취재 도중 사건 발생... 용의자 5명 모두 체포

등록 2013.08.26 09:06수정 2013.08.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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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서 빨리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취재도중 집단 성폭행을 당한 한 22세 여성 사진기자가 병상에서 한 말이다. 그녀는 24일 5명의 용의자들이 "가장 강력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고 인도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뭄바이는 인도서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 더욱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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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한 여성 사진기자가 취재도중 집단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5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이 체포돼 경찰 차량에 호송되는 모습을 보도하는 현지 언론. ⓒ 타임스 오브 인디아


인도 현지 언론과 주요외신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것은 22일 오후. 뭄바이 마하락스미 지역 철로 근처에 있는 인적이 드문 샥티 방직공장 인근에서였다. 인도의 한 영자 잡지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던 여성 사진기자와 그녀의 남성 동료기자는 취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런데 2명의 남성이 기차역에서 방직공장 근처로 걸어왔다. 자신이 기차역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한 남성은 "우리 보스가 당신이 사진을 찍는 것을 보았다"면서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사진기자는 경찰 진술서에서 "나는 그들에게 우리를 그냥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들은 나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협박했다"고 전했다. 사진기자와 그녀의 동료는 방직공장 안으로 끌려갔다.

두 기자는 카메라와 휴대폰을 주면서 나가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들은 남성 동료의 손을 벨트로 묶었고, 3명의 남성이 더 나타났다. 일부는 남성 동료를 구타했고, 다른 몇몇은 사진기자를 구석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5명이 모두 성폭행에 가담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번 사건은 인도에서 비교적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됐던 뭄바이에서, 그것도 취재도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뭄바이에서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매일 경찰에 성폭행 사건이 신고됐다. 2013년 월평균 성폭행 신고건수는 30.33건으로, 2012년 19.25건에 비해 10건 이상 늘었다.


인도는 지난해 12월, 수도 델리에서 한 여대생이 남자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다 집단 성폭행과 구타를 당한 뒤 결국 사망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바 있다. 인도 전역에서 여성들의 안전 보장과 성범죄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지난 3월 인도 국회는 성범죄에 대해 최대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8월 초 열차 화장실 칸에서 7세 여아가 성폭행을 당하는 등, 충격적인 범죄는 이어지고 있다.

뭄바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여성인권단체 '파퓰레이션 퍼스트'의 A.L. 사라다는 <로이터>와 한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왜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걱정해야만 하나"라고 개탄했다. 인도에서는 2012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2만4923건의 성폭행 신고가 접수됐다. 실제 성폭행 발생건수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용감한 여성들'...10대 소녀들, 자경단 만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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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CNN은 인도의 10대 소녀들로 구성된 자경단 '레드 브리게이드'를 소개했다. ⓒ CNN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여성 사진기자가 보여준 의연한 태도는 또 다른 의미의 충격을 주고 있다. 5명의 남성이 방직공장을 떠나자, 2명의 기자는 잠시 기다렸다 그들의 친구들과 가족을 불렀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다음 날 오전에는 용의자들의 몽타주가 배포됐다. 현재 피해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인도 NDTV는 그녀가 여전히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고 있기는 하지만, 잔혹행위에 맞서 엄청난 용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의료진들 역시 그녀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매우 "침착했다"고 전했다.

'용감한 여성'은 그녀뿐만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성폭행 사건 속에서 인도 여성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4일, CNN은 '레드 브리게이드'라는 이름의 10대 소녀들로 구성된 인도의 한 자경단을 소개했다. 인도에서 가장 못 살고, 가장 보수적인 곳 가운데 하나인 러크나우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 자경단은 거리를 순찰하면서 여성들과 소녀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한다.

이 자경단을 만든 우사 비스와카마(26)는 이 10대 소녀들의 선생님이다. 비스와카마는 몇 년 전, 자신이 가르치던 11세 소녀가 그녀의 삼촌에 의해 강간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 후 그녀 자신 역시 성범죄를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녀가 속한 공동체 사람들은 그녀를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고, 정작 그녀에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즈음 그녀는 알게 되었다. 그녀가 가르치는 모든 학생들이 음란한 말부터, 성희롱, 심지어 강간을 경험했고 누군가 자신을 쓰다듬을까봐, 혹은 그보다 더한 일을 당할까 무서워 혼자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비스와카마는 소녀들이 그들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레드 브리게이드'의 유니폼인 인도 전통 의상은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돼있는데, 빨강은 위험과 분투, 검정은 저항을 상징한다.

이들 자경단은 거리를 순찰하며 여성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는 남성들에게 '그만하라'고 말한다. 만약 경고를 무시하면 남성들을 공개적으로 조롱한다. CNN은 이러한 방식이 인도와 같은 남성지배사회에서 큰 모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시 '레드 브리게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스와카마의 여동생(16)은 인도사회의 만연한 성범죄가 "문화적인 문제가 아닌,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지위를 가지면서 생기는 사회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여성의 안전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비스와카마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이웃에서 딸의 활동을 그만두게 하려는 많은 압박이 있었다"면서 "딸이 밤늦게 집회를 열면, '당신 딸은 밤늦게까지 집에 오지 않는다, 이는 좋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제는 딸이 하는 일이 좋고,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느낀다"면서 "많은 소년들이 더 이상 소녀들을 희롱하지 않는다, 무서우니까"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도 경찰 당국은 지난 25일 사진기자를 집단 성폭행한 5명의 용의자를 모두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연령은 19세부터 27세로, 주로 20대였다. 현지 언론은 이들이 최소 20년 형에서 종신형까지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인도 성폭행 #뭄바이 #뭄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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