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양들의 침묵> 중에서살인마 한니발 렉터
오리온 영화사
렉터와 스탈링의 마지막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렉터는 스탈링에게 고향을 떠난 이유를 묻는다. 이 과정에서 영화의 제목인 양들의 침묵의 의미가 나온다. 죽어가는 양들의 울음소리, 한 마리의 양을 데리고 도망치지만 힘들어지자 결국 양을 죽이고 도망치는 스탈링, 후에 계속 들리는 양의 울음소리. 렉터는 스탈링에게 사건을 해결하면 양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다. 파일을 주고받으면서 렉터는 스탈링의 손가락을 스친다. 이 과정에서 렉터가 스탈링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었고 그녀와 진정으로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스탈링에게 양은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스탈링에게 상원의원의 딸을 구하는 것은 양을 구하는 것과 같다. 버팔로 빌에게 잡혀 있는 그녀를 구한다면 죄책감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졌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버팔로 빌을 잡는 것에 총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더 이상 양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후에 렉터가 감옥에서 도주하는 장면은 숨이 막혔다. 아무렇지 않게 경관 둘을 해치우고 머리를 써서 탈출하는 렉터는 대단하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이 안됐다. 버팔로 빌과 스탈링의 추격전 역시 그랬다. 허탕을 치는 FBI와 예기치 못하게 버팔로 빌을 마주하게 된 스탈링의 모습이 대조되면서부터 긴장이 시작되었다. 스탈링이 벌벌 떨며 버팔로를 찾으러 다닐 때는 장면 하나 하나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스탈링을 농락하다가 총을 맞는 빌의 최후는 통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