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공안몰이면 현 정권 역사 속으로 보내야"

등록 2013.08.30 14:04수정 2013.08.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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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부활했다는 '내란음모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극우단체는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당사를 급습하고, 종편과 일부 언론은 국정원 발 녹취록을 확보했다며 일부 내용을 보도하면서 '내란음모죄'를 기정사실화한다. 이에 대해 이석기 의원은 "완전 날조"라고 반박했다. 이런 양극단도 있지만, 의외로 대부분 신중한 분위기다.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죄' 수사> 제목 글에서 이번 사건은 "'법과 원칙', 그리고 '진실'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통진당이건 새누리당이건, 이 의원이건 김 의원이건, 범죄 혐의가 있다면 수사를 받아야 하고 입증이 되면 법에 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좌우 이념으로 이번 사건을 접근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법에 따라 처벌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내란예비음모라면 보다 일찍 압수수색 했어야"

하지만 표 전 교수는 국정원이 현시점에서 수사한 것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 제3당, 현역 국회의원을 '내란 사범'으로 규정한 '엄청난 국가적 사건'인 이번 사건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입증책임을 가진, 그리고 권력과 정보를 쥐고 있는 국정원이 답해야 할 의문들"이라며 의문을 풀 책임은 국정원에게 있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시기에 대해 "왜 지금인가'? (불법 정치/선거개입 여론조작 사건으로 개혁 위기에 몰린 상황)"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3년 간의 내사', '2012년 5월 비밀집회에서의 발언' 이 핵심증거...라면, 그리고 '총', '폭파', '인명살상' 등의 극히 위험한 내란 예비음모라면, 보다 일찍 전면적인 압수수색과 체포를 했었어야 하지 않나요?"라고 거듭 의문을 제기한다. 이어 "특히, 핵심인 이석기 의원을 체포하려면 국회 회기 중이 아닌 시기에 영장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었잖아요?"라고 물었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이 적용한 '내란예비음모죄' 성립여부에 대해 대법원 판례은 언급하면서 따져 본다.

"피고인 1와 피고인 3이 수회에 걸쳐 '총을 훔쳐 전역 후 은행이나 현금수송차량을 털어 한탕 하자'는 말을 나눈 정도만으로는 강도음모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강도음모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9.11.12. 선고 99도3801 판결'


표 전 교수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는 대법원 판례에서 요구하는 '음모'죄의 구성요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할 소리냐?'는 비난과 함께 의원자격 박탈 등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문제 제기는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그 정도의 사안으로 국가정보원이 3년 동안 내사해서 나라 전체를 떠들석하게 하면서까지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체포를 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어 "만약, '내란음모죄'로 기소하지 못하거나 기소되더라도 무죄판결을 받는다면, 그 책임은 대통령 사퇴와 정권퇴진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국정원이 내란음모죄를 밝혀 "유죄판결을 받게된다면 해당 피의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은 물론이고 통합진보당은 빈국가단체로서 해체되어야 한다"면서 "이 난리가 벌어진 이상, 다른 타협적 결과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최종 판결에 따라 박근혜 정권과 진보당 중 어느 한 곳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3년 전부터 내사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 표 전 교수는 "방첩공작, 내사가 개시되려면 '상당한 의심'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리고 그 '공작' 혹은 '내사'가 지속되려면 최초 의심을 보완하고 보강하는 증거들이 발견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것도 '3년간'이나 지속되려면 아마도 3급(C급)-2급(B급)-1급(A급) 에 이르는 승급이 이루어졌겠죠"라며 "그 결과 '수사'로 전환되어 영장을 청구할 정도가 된다면 '엄청난 양'의 진술과 증거들이 확보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석기 의원 등 피의자들에 대한 유죄 입증은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국정원은 상당한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표 전 교수는 증거자료가 "녹음 파일 하나와 익명의 정보원 진술, '종북성향이 의심되는 문건 몇개' 정도가 다라면, 그래서 결국 '내란음모죄'에 대한 유죄판결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이번 사건 3년간의 활동은 불법적인 '표적 사찰', '정치탄압', '공작정치'에 다름 아닐 것"이라며 "그 책임은 대통령 사퇴와 정권퇴진 및 국정원 해체후 정보기관 재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보법, 폐지 주장은 허용해야 되지만 존재하는 한 지켜야"

표 전 교수는 진보당을 향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그는 "통합진보당은 야권과 진보세력 내에서도 '종북논란'으로 인해 많은 갈등과 다툼을 겪은 것으로 안다"며 "일부 대힉생들 마저 학내 강의를 반대할 정도로 일반 국민에게도 '종북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구요. 분단 상태인 대한민국의 특성상, '사상의 지유'와 '표현의 자유'는 "국가보안법의 한계 내"로 제한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은 얼마든지 허용되어야 하지만, 법이 존재하는 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과연 통합진보당이 이러한 대한민국의 현실 하에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정치집단, 노동자와 농민 도시 서민 등을 대표하는 대표적 '진보정당'인지 아니면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단체'인지, 혹은 위험한 '종북 세력'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고 주장했다. 현실로 존재하는 국보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고, 정말 진보정당이라면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탈바꿈하라는 조언이다.

특히 그는 "이번 사건은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정원이 던진 마지막 승부수가 성공한다면, 아마도 통합진보당은 '반국가 종북집단'으로 규정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고, 국정원이 잘못된 모험과 음모를 시도한 것이라면, 이를 통합진보당이 밝혀낸다면, 그 과정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않은 다른 야당들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며 선명한 진보정당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이 진보당 존망을 좌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공안몰이면 현 정권 역사 속으로 보내야...사실이면 진보당 해체해야"

그는 이번 사건을 "국정원과 현 정권이 자신들의 운명을 걸고 던진 마지막 승부수가 이번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정말 유신 시대적인 시대착오적 망상으로 벌인 공안 여론몰이라면 반드시 규명해 내서 이들들 역사 속으로 보내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내란음모죄가 사실이라면 "이석기 의원과 관련자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고 통합진보당이 해체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동안 북한과 연계해 그들의 지령을 따르면서 대한민국의 패망을 위해 야권과 시민들을 이용해 온 것이라면, 우리 모두가 누구보다 더 많이 분노할 것"이라고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까지는 어느 쪽인 지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이번 사건을 접근했다. 표 전 교수는 진보당을 향해 "그렇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스스로 법과 사실에 입각해 철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조건 '유신 부활', '공안 탄압'으로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롭지 않으며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과 사실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시민들에게도 "다만, 힘과 권력, 정보 및 언론 방송 지배력 등을 독점한 국가가 그 상대우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게임'을 펼치지 못하도록 시민들과 단체들, 정당들은 감시하고 지켜볼 것"이라며 오직 진실만을 밝히기 위해 모두가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사건은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며 "부디, 분명한 진실이 드러나 정의가 확실하게 구현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소원"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음모죄 #표창원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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