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의 녹취록 보도, 뭔가 이상합니다

[방송3사 뉴스 한눈에 보기] 통합진보당 녹취록 과장하는 지상파 뉴스

등록 2013.08.31 16:03수정 2013.08.3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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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국정원발 녹취록의 해인가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 녹취록을 공개해 정치권을 뒤흔든 전력이 있는 국정원이 작정했다고 알려진 통합진보당의 내란음모 혐의 관련 녹취록이 29일 밤 공개됐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 녹취록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주도한 지하혁명조직인 RO(Revolution Organization)가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수도회 교육관에 모여서 논의한 내용을 합법적으로 감청한 것'이다. <관련기사 : 통합진보당 RO 회합 녹취록 요약>

MBC, 강연 특성 무시한 발췌 보도

이날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는 모두 'RO 회합 녹취록'에 주목했다. 방송 3사 모두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죄 혐의를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이 의원과 강연 이후 토론에 참여한 당원들의 발언을 따로 나눠 두 꼭지 이상으로 자세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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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화면 갈무리 ⓒ MBC


MBC <뉴스데스크>는 이 의원 강연 관련 보도의 제목을 '국정원, 이석기 녹취록 공개... 전쟁 준비하자, 北은 애국적'으로 뽑았다. 앵커는 이 보도를 "북은 다 애국적이고 우리는 반역이라는 등의 발언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기자 또한 "이 의원은 또 북을 지칭하며 '거기는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 반역'이라는 발언도 있습니다"라고 리포팅했다.

표현은 동일하지만 내용은 약간 다르다. 녹취록 요약문에는 "북은 집권당 아니야. 그렇지. 거기는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야. 다 상을 받아야 돼. 그런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야. 지배 세력한테는 그런 거야"라고 적혀 있다.

앞의 보도는 북한의 행위는 모두 애국적이고, 우리 정부의 행위는 반역적이라는 듯이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반면 요약문은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단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KBS, 발언 순서 뒤바꿔 소설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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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화면 갈무리 ⓒ KBS


KBS는 MBC보다 심각하다. '녹취록 공개…이석기 의원, 전쟁 준비해야'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기자는 녹취록 내용을 순서대로 설명하는 듯 '먼저', '이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보도할 때의 순서와 녹취록 요약문의 순서는 뒤바뀌어 있었다.

기자는 "이 의원이 '현 정세가 대격변기라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하며 '전쟁 가능성이 있고 사상전 같은 전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전했다. 또한 기자는 "(이석기 의원은) 남한 지배세력이 60여 년 동안 만든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며 남한 정부와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는 "자신들의 행위가 북한에서는 애국적이고 상을 받아야 하지만 남한에서는 반역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녹취록에서 관련 내용은 아래와 같다.

▲ 현정세는 새로운 단계로 가는 낡은 지배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단계로 가는 대격변기이며 대변환기다. 종국적으로 조선민족으로 표현되는 자주 역량이 힘에 의해서 승리로 가는 국면은 분명하다
▲ 남녘에 있는 우리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고난을 각오하라.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
▲ 북은 집권당 아니야. 그렇지. 거기는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야. 다 상을 받아야 돼. 그런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야. 지배세력한테는 그런거야.
(중략)
▲ 현실은 힘과 힘의 싸움이다. 지배세력에 60여년 동안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되요. 60년 전행의 희생으로 드러난 게 쟤들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야. 온갖 방해 책동 물리적 탄압 공작이 들어 올거다. 당연하지. 전쟁인데.

KBS가 전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녹취록에 나오는 "남북의 자주역량 관점에서 미 제국주의 군사적 방향과 군사체계를 끝장내겠다는 이러한 전체 조선민족의 입장에서 남녘의 역량을 책임지는 사람답게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이 정세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곡해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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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화면 갈무리 ⓒ MBC


이어 KBS는 '이석기 의원, 주한 미군 자료 등 정부 자료 3백 건 요구'라는 보도를 배치했다. 국정감사 등 국회 활동을 하면서 소관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감시 비판하는 건 국회의원의 당연한 활동이다. 그런데 KBS는 이런 활동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보도했다.

SBS도 이날 KBS, MBC와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지만 대체로 녹취록에서 정확하게 내용을 발췌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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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화면 갈무리 ⓒ SBS


#KBS 뉴스9 #SBS 8시 뉴스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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