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과 '맞장' 뜬 남자 프로스트, 세상 떠나다

영국 유명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사망... 애도 물결

등록 2013.09.02 13:43수정 2013.09.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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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데이비드 프로스트의 부고를 전하는 영국 BBC 갈무리

데이비드 프로스트의 부고를 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의 사과를 받아낸 '세기의 인터뷰'로 유명한 영국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1일(한국시각) 프로스트가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출발한 크루즈여객선 퀸 엘리자베스에서 연설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유가족이 밝혔다.

프로스트의 유가족은 "갑작스럽고 어려운 시기인 만큼 사생활을 지켜달라"고 언론에 요청했으며 "곧 가족 장례식이 열릴 것이며 추도식에 관한 세부 사항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 학교 신문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언론인을 꿈꿨던 프로스트는 1960년대 BBC의 뉴스 풍자 쇼를 시작으로 <프로스트 리포트>, <프로스트와 아침> 등을 진행하며 이름을 날렸다.

친근한 성격과 예리한 질문으로 인기가 높았던 프로스트는 1964년부터 2007년까지 영국 총리 6명 전원과 1969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대통령 7명 전원과 단독 인터뷰에 성공한 유일한 인물이다.

29시간 동안 벌어진 '세기의 인터뷰'

그러나 프로스트를 세계적인 언론인으로 만들어준 것은 역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의 인터뷰다. 스타 언론인으로 발돋움이 필요했던 프로스트에게 당시 워터게이트로 하야한 닉슨은 가장 큰 관심을 끌 수 있는 정치적 거물이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돈이 필요했고, 정치적 재기까지 꿈꿨던 닉슨도 사임 3년 만에 처음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수많은 미국 언론을 제치고 1977년 닉슨과 마주한 프로스트의 인터뷰는 45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모았다.

인터뷰는 무려 29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인생의 승부를 건 두 남자는 마치 '언어의 격투기'를 벌이듯 치열하게 맞섰다. 프로스트는 집요한 질문 공세 끝에 결국 닉슨의 사과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닉슨은 "나는 국가를 속이고, 국민을 실망시켰다"며 "나의 여생 동안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대중의 외면을 받은 닉슨은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의 극적인 인터뷰는 <프로스트 / 닉슨>이라는 연극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고, 2008년에는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최근까지 왕성하게 방송 활동을 펼친 프로스트는 다음 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도 인터뷰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안타까움을 남겼다.

캐머런 총리는 "프로스트의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프로스트의 닉슨 인터뷰는 방송 사상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그는 나에게도 좋은 친구이자 두려워할 만한 인터뷰어였다"고 회고했다.
#데이비드 프로스트 #리처드 닉슨 #워터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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