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能 ‘능(能, neng)’은 장구벌레 연(？)의 소리요소와 견줄 비(比)의 의미요소가 결합된 형성자라는 주장도 있지만, 보통 ‘기고 있는 곰’을 나타내는 상형자로 본다. ⓒ 漢典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 하면 판다가 떠오른다. 중국어로 '熊猫(xióngmāo)'라고 하는데 곰과 고양이가 합쳐진 모습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러시아는 곰을 국가 캐릭터로 활용하며 크고 힘센 이미지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곰은 지상 최강의 육식 동물로 발바닥으로 내려치는 힘이 1톤 정도라고 하니 호랑이, 사자도 두려워할 만하다. 후각이 매우 발달하여 곰의 코는 독수리의 눈, 사슴의 귀와 함께 숲 속 최고의 감각기관으로 꼽힌다. 곰이 다소 미련한 이미지와 달리 의외로 민첩하고 예민하며 지능을 갖춘 능력자임을 알 수 있다.
능력을 나타내는 '능(能, néng)'은 장구벌레 연(肙)의 소리 요소와 견줄 비(比)의 의미 요소가 결합된 형성자라는 주장도 있지만, 보통 '기고 있는 곰'을 나타내는 상형자로 본다. 과거 수렵과 농경 위주의 사회에서는 곰 같은 무시무시한 힘이 곧 능력으로 여겨졌을 법도 하다. 곰은 유독 불을 두려워하여 '能' 아래에 불(灬)을 더해 곰 웅(熊)자를 따로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어에서 '能'은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중국이동통신사에서 "나는 할 수 있다(我能, Wǒ néng)"는 시리즈 광고를 꽤 오랜 기간 방영하여 중국인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었다. 중국어에도 '능자다로(能者多勞, néngzhěduōláo)'라는 사자성어가 있는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유능한 사람일수록 많은 일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능력이 다르다. 8명의 신선이 바다를 건너는데, 부채, 북, 검, 종이 나귀, 죽간, 연꽃, 지팡이 등을 이용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신통한 도술을 부리듯, 사람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과 능력을 가지고 험한 세상을 헤쳐 간다(八仙过海，各显其能, bāxiānguòhǎi, gèxiǎnqínéng). 때로는 계명구도(鸡鸣狗盗, jīmínggǒudào) 이야기처럼 닭 울음소리를 내고, 개 흉내를 내며 도둑질하는 보잘 것 없는 능력마저도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능력이 될 수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지긋함으로, 묵묵히 곰처럼 노력하는 것이 어쩌면 능력을 빚어가는 지름길인지도 모르겠다.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만의 규율을 만들고 꾸준히 자신을 관리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동그라미를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쇠 컴퍼스(規, guī)가, 네모를 그리기 위해서는 기역자 모양의 곱자(矩, jǔ)가 필요하다. 그렇게 익숙해지고 숙련되다 보면 창의적인 묘안이 생길(熟能生巧, shúnéngshēngqiǎo)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