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까지 벼 이삭 안 생기면 농사 망친다... 왜?

[날씨&속담] 7일 백로... 벼 여무는 데 중요한 시기라는 뜻

등록 2013.09.07 16:30수정 2013.09.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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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절기는 대개 추석 무렵으로 만곡이 무르익는 시기다. ⓒ 정연화


오늘(7일)은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난다는 시기인 백로(白露)다. 그래서인지 오늘 전국 대부분 지방의 아침 최저기온은 14~20℃의 분포로 서늘함이 감돌았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했다. 이때는 추석 무렵으로 만곡이 무르익는 시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건조하고 쾌청한 날씨가 나타난다. 이처럼 백로는 이삭이 여물기에 좋은 철이므로 백로 전에는 이삭이 생겨야 한다.

이삭이 생기는 것을 '패다'라고 말한다. 곧 백로 전까지는 벼가 패어야 한다. 만약 이때까지 벼가 패지 않으면 이삭 여물 시간을 갖지 못하게 돼 그 벼는 먹을 수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백로는 음력 8월에 드는 절기인데 음력 칠월에 벌써 백로가 들었다면 이는 절기가 일찍 진행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때까지도 벼가 패지 않으면 이후 농경기 동안 벼가 여물어 추수할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8월에 드는 백로는 7월 백로에 비해 절기 진행이 늦은 편이므로 기대해 볼만한 여유가 남아 있다. '패지 않다'라는 말을 한자어로 미발(未發)이라고 한다. 때문에 '팔월 백로 미발은 먹어도 칠월 백로 미발은 못 먹는다'는 말이 전해진다.

백로의 이삭 상태는 가을 농사의 성공을 가늠할 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백로와 벼 이삭을 관련짓는 속담들이 있다. 백로에는 이삭이 거의 결정되기 때문에 논에 가볼 필요조차 없다는 뜻으로 '백로가 지나서는 논에 가볼 필요가 없다'가 있다. 또 백로 전에 벼 이삭이 패어야 수확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백로 전 미발이면 알곡 수확물이 없다' '백로 전 미발이면 헛농사다' '백로 미발은 먹지 못한다' '백로 안에 벼 안 팬 집에는 가지도 마라' '백로 아침에 팬 벼는 먹고 저녁에 팬 벼는 못 먹는다' 등이 있다. 선조들은 백로를 벼가 여무는 데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겼다.

한편, 백로 무렵에는 장마가 지나고 난 이후여서 대개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 하지만 간혹 북상하는 태풍과 이로 인한 해일로 곡식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전남 지역에서는 백로 전에 서리가 내리면 시절이 좋지 않다고 여겼다. 볏논의 나락은 늦어도 백로가 되기 전에 여물어야 한다는 것. 벼는 늦어도 백로 전에 패어야 하는데 서리가 내리면 찬 바람이 불어 벼의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로가 지나서 여문 나락은 결실하기 어렵다.

농가에서는 백로 전후 부는 바람으로 풍흉 점치기도


제주도에는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이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이는 백로 때까지 패지 못한 벼는 더 이상 크지 못한다고 여겨 백로 전에 서리가 오면 농작물이 시들고 말라버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농가에서는 백로 전후에 부는 바람을 유심히 관찰하여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이때 바람이 불면 벼농사에 해가 많다고 여기며 비록 나락이 여물지라도 색깔이 검게 된다고 여겼다. 특히 충남 지역에서는 늦게 벼를 심었다면 백로 이전에 이삭이 패어야 그 벼를 먹을 수 있고 백로가 지나도록 이삭이 패지 않으면 그 나락은 먹을 수 없다고 믿었다.

또 과거 조상들은 백로 무렵이면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했다. 이 무렵은 고된 여름농사를 다 짓고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부녀자들은 친정에 가서 부모를 뵙고 오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백로 #날씨 속담 #날씨 #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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