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도심에 떠있는 '섬', 애인과 꼭 다시 올 겁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숲 31] 전남 순천시 죽도봉 숲

등록 2013.09.28 14:16수정 2013.09.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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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생명의숲국민운동>은 2012년 7월부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죽도봉 숲이라고 알아?"
"들어본 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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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에서 죽도봉으로 연결되어 있는 길. ⓒ 신원경


순천이 고향인 아는 동생에게 순천 죽도봉 숲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들어본 것 같긴 하다"고 답했다. 자세히는 몰랐다. 아마 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정기 (사)자연환경해설가협회 회장(63)은 "순천 시민들이 예전만큼 죽도봉을 찾지는 않는다"며 "근교로 많이 나가는 편이어서 해마다 관람객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의 죽도봉 숲은 지난해 제1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하며 전국 아름다운 숲 10선에 선정된 바 있다. 지난 22일 순천 죽도봉 숲을 직접 찾았다. 가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데이트 코스로 인기'라는 댓글들이 많았다. 애인이 없는 나로서는 애꿎게 가족을 끌어들였다. "난 참 가족적이다"는 나름의 합리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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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 아래서 엄마, 여동생, 아빠가 사진을 한컷 찍었다. ⓒ 신원경


봉화산과 연결, '등산+산책' 일석이조

해가 뜨거운 가을날이었다. 그러나 숲은 뜨겁지 않았다. 나무가 울창해 덥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죽도봉은 봉화산과 연결되어 있다. 등산로를 걷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죽도봉 광장이나 팔각정에는 순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자주 보였다.

사람이 북적이는 숲길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향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숲이란 생각이 들었다. 죽도봉 행에 함께한 엄마는 "나무가 많아도 죽어있는 것 같이 음침한 숲이 있는 반면, 이곳은 모든 것들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여러 경로로 봉화산과 죽도봉에 접근할 수 있다. 차도, 인도, 등산로, 숲길 등. 특히 '청춘데크길'이라고 명명해 놓은 숲길은 나무 사이를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바로 이곳이 데이트 코스로 좋다는 그 길이었다.


봉화산 정상을 오르내리는 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 죽도봉 숲길을 걷는 시간 20분. 약 2시간이면 등산과 산책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등산, 산책 각각 따로 해도 무방한 코스가 여럿이다. 앞서 말했듯이 접근 가능한 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강남정에서 보는 순천 시내... 망원경은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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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정을 찾은 한 아이가 망원경으로 순천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 신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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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봉 강남정에서는 한눈에 순천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 신원경


순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죽도봉은 높이가 80m다. 정상에 오르면 '강남정'이라는 팔각정이 나오는데, 팔각정에서 순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좋은 점은 망원경이 공짜라는 것이다. 500원 없어도 망원경을 이용할 수 있다. 공짜 망원경으로 동천을 내려다 봤다. 망원경으로 보는 동천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까지 보였다.

밤에 보는 순천 시내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실제로 사람들이 야경을 보려고 강남정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야경은 나중에 애인이랑 보러 오려고 꾹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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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황토볼 지압로 체험장'을 걷고 있다. ⓒ 신원경


강남정으로 오르기 전에 등산로를 따라 죽도봉 공원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걷기도 했다. 걷다가 흥미로운 길을 발견했다. 바로 '황토볼 지압로 체험장'이다. 전체 길이 95m인데, 4.5km에 달하는 등산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죽도봉행에 함께한 여동생(22)이 양말을 벗고 시험적으로 걸어봤다. 조심조심 끝까지 걷더니 동생이 한마디 뱉었다.

"방귀 나올 것 같아."

발은 인체의 모든 기관과 연결되어 있는 인체의 축소판이라더니 동생의 장 부분에 해당하는 발 부분이 자극을 받았나 보다.

죽도봉 내 국궁장... '대나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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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봉 공원에 있는 연자루의 모습. ⓒ 신원경


현충탑, 우석 김종익 선생 좌상, 고려시대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자루, 백우탑, 환선정 등이 죽도봉에 있다. 순천의 인물과 문화 등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환선정이 흥미로웠다. 환선정은 활을 쏘는 곳이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활을 쏘는 회원들이 있었다. '전국 활쏘기 백일장' 포스터도 눈에 띄었다. 대회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다. 올해가 7번째 대회라고 한다.

대나무가 많은 죽도봉에서는 과거 전쟁에 사용할 화살을 만들어 조달했다고 한다. 죽도봉은 대나무가 많이 자라고, 동천에서 바라보면 섬처럼 보인다고 하여 죽도봉(竹島峰)이다. 아마 그 역사를 이어받아 죽도봉 중턱에 환선정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닐까 추측해봤다.

"역사적으로 환선정은 1543년(중종 38) 부사 심통원(沈通源)이 지금의 순천시 동외동 동천(東川)변에 건립하여 무예를 시험하던 강무정(講武亭)으로 사용하였던 곳이다.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다가 1614년(광해군 6) 부사 유순익(柳舜翼)이 중건하였으며 1826년(순조 26) 부사 김정균(金鼎均), 1869년(고종 6) 부사 성이호(成彛鎬)가 중수하였다." - [네이버 지식백과] 환선정 [喚仙亭] (두산백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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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봉 내에 있는 국궁장 환선정에서 회원이 활을 쏘고 있다. ⓒ 신원경


어린이 자연체험 프로그램 신청할 수도 있어

죽도봉 공원 한켠에 (사)자연환경해설가협회가 운영하는 '죽도봉 강남정 해설센터'가 보였다. 그곳은 나무공예, 풀피리, 천연염색, 동물 발자국 탁본, '숲속에 누워' 등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한 쪽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자연을 체험하고 간 흔적들이 전시돼 있었다.

그곳에서 순천시 해설가이자 협회 회장인 이정기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순천과 죽도봉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무료로 해설을 해준다"며 "현재는 순천시의 명소, 관광지, 사찰, 숲 등을 홍보하기 위해 순천시민들에게 해설교육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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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에서 바라본 죽도봉. 마치 섬처럼 보인다. ⓒ 신원경


혼자 걷는 사람, 함께 걷는 가족, 연인, 친구. 그들이 한가로이 거닐고 있는 죽도봉 숲길. 도심 한 가운데 있었지만 도시와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수려하고 화려한 숲길은 아니었다. 안락하고 건강한 숲길이었다.

흐르는 동천 위에 떠있는 나무 섬.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바라본 죽도봉은 정말 섬처럼 보였다.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죽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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