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달'이 뭐라고?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32] 月

등록 2013.09.24 18:21수정 2013.09.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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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月 달 월(月, yue)은 둥근 해(日)와 구분하기 위해 반달 모양을 그렸다고 한다.

달 월(月, yue)은 둥근 해(日)와 구분하기 위해 반달 모양을 그렸다고 한다. ⓒ 漢典


이백(李白)의 시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月下獨酌)'에는 '나'와 달 그리고 그림자 셋이서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멋들어지게 펼쳐진다. 최소한 고대인들은 몇 인치 밖에 되지 않는 핸드폰, TV에 시선을 빼앗기진 않았던 것 같다. 바람, 구름, 비가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로 씻고 분장해주는 해와 달이 주연인 '우주'라는 거대한 스크린을 주시했던 것이 분명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날마다 새로운 얼굴을 하고, 매일 다른 시간에 떠오르는 '달'만큼 로맨틱하고 향기로운 감수성을 자아내게 하는 대상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낭만파 시인 이백이 그 낭만의 상징인 달을 잡기 위해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죽었다는 얘기는 그래서 사실 여부를 떠나 왠지 그럴듯한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달 월(月, yuè)은 둥근 해(日)와 구분하기 위해 반달 모양을 그렸다고 하며, 갑골문과 금문에 나타나는 가운데의 선은 달 표면의 음영이나 달에 산다고 생각하는 두꺼비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저녁 석(夕)은 달(月)에서 한 획이 빠진 형태로 빛이 희미한 달을 나타내며, 아직 달이 희미하게 보이는 석양녘, 즉 저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중국인들은 교량을 만들 때 편한 일직선 형태를 거부하고 꼭 아치형으로 만든다. 이는 배의 통로를 확보하는 실용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심미적인 추구 때문으로 보인다. 아치형 계단이 위로 향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자자손손 이어지길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또 풍류가들은 반원 형태의 다리가 물에 비추면 그림자의 반원과 맞물려 하나의 동그라미 형태를 이루는데 그 원 안에 달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시를 짓고 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달을 술자리의 손님으로 맞이하고 또 보내드리는 의식을 즐길 정도였다. 

그깟 달이 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고대인들에게 달은 기원의 대상인 신령스런 존재인 동시에 밤의 유희를 즐길 도구이기도 하였다. 비 갠 후의 그 세상의 모든 먼지를 다 씻은 듯 맑은 달빛(霽月)은 세속에 물들지 않는 군자의 표상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중국 런민비(人民幣) 1위안 뒷면에 그려져 있는 항저우(杭州) 시후(西湖)의 삼담인월(三潭印月)에는 석탑 세 개가 호수에 자리 잡고 있는데 탑마다 다섯 개의 둥근 구멍이 있어 달 밝은 밤이면 빛이 반사되게 하여 호수에 모두 열다섯 개의 달이 뜬다. 달을 이용한 풍류의 흔적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손가락을 보느라 정작 보아야 할 달은 보지 못한다(見指忘月)고 한다. 손에 든 작은 기계에 정신이 팔려 정작 보아야 할 우주의 아름다운 운행이 만들어 내는, 매일 새롭게 우리 곁에 다가오는 달의 얼굴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 볼 일이다.
#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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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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