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언어에는 그 새의 정체성이 들어 있다?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33] 誰

등록 2013.09.30 17:19수정 2013.09.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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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誰 누구 수(誰, shei)는 말씀 언(言)의 의미부와 새 추(?)의 소리부가 합쳐진 글자로 새 우는 소리를 통해 어떤 새인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어서 의미가 유추된 것으로 보인다.

누구 수(誰, shei)는 말씀 언(言)의 의미부와 새 추(?)의 소리부가 합쳐진 글자로 새 우는 소리를 통해 어떤 새인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어서 의미가 유추된 것으로 보인다. ⓒ 漢典


새의 특징은 깃털에 있다. 박쥐나 날다람쥐는 날 수 있지만 깃털이 없으므로 새가 아니며, 비록 날지는 못하지만 닭이나 타조는 깃털이 있어 새로 분류된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어 '새'가 되었다고도 하는데 그 정확한 어원은 불분명하다. 새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새 소리를 들으면 어떤 새인지 안다고 한다. 새의 울음소리는 평상시에 "일어나! 밥 먹어!" 등의 일상적인 의사소통의 소리인 '콜(call)'과 짝짓기 철에 상대를 유혹하기 위한 소리인 '쏭(song)'으로 나뉘는데, 그 두 가지를 구분해 알아듣는 조류 학자들의 미세한 청력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상대를 유혹하는 '쏭'에 반응을 보이는 새가 바로 같은 종(種)으로 분류되는 새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마다가스타르의 어떤 새는 상대방의 '쏭'을 모방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종의 새들을 유혹하여 짝짓기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마다가스타르에는 계속 새로운 종의 새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어쩌면 마다가스타르의 그 재주 많은 새처럼 새로운 세계의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한 그들의 '쏭'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새를 나타내는 한자는 새 조(鳥)와 이를 보다 간략하게 표현한 새 추(隹)가 있다.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꼬리가 긴 새는 '鳥'이고, 꽁지가 짧은 새는 '隹'라고 구분하였지만, 고문자가 발견되면서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비교적 목이 긴 새의 모양을 상세하게 그린 것이 '鳥'이고 목이 짧은 새의 머리 부분을 간략하게 그린 것이 '隹'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갑골문에 보이는 '隹'에는 뾰족한 부리와 머리 날개와 발까지 비교적 자세히 그려져 있다.

누구 수(誰, shéi)는 말씀 언(言)의 의미부와 새 추(隹)의 소리부가 합쳐진 글자로 새 우는 소리를 통해 어떤 새인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어서 의미가 유추된 것으로 보인다. 김형경의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소설 제목처럼 '뻐꾹 뻐꾹' 울면 뻐꾸기이고 '까악 까악' 하면 까마귀인 이치다. 새의 언어에는 그 새의 정체성이 들어 있다는 걸 고대인들은 명확히 짚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말할 수 있어도,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하는(誰是誰非) 표현처럼 중국어에서 수(誰, shéi)는 중요한 의문사로 자주 활용된다. 천하는 누구의 수중에 들어갈 것인가 라고 표현할 때 "사슴은 누구의 손에서 죽을 것인가(鹿死谁手)"라고 한다. 심청이가 중국 상인들에게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가기 전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수구수원(誰咎誰怨) 하리오'하고 자책하는 말도 널리 알려진 말이다.

사람은 새처럼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내놓는 언어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언어를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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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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