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대선 개표 '위원장 공표시각' 엉망

공표시각 누락, 오전 8시경 개표?... 인천 선관위 "착오와 실수"

등록 2013.09.25 16:19수정 2013.09.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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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18대 대선 개표 상황표 중 위원장 공표시각을 누락하거나 잘못 기재한 상황표가 전체 109개 투표구 가운데 2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인천 남동구의 개표 상황표를 살펴보면 위원장 공표시각 누락이 2건(구월 4동 2투, 만수 5동 2투), 공표시각을 오전 8시 OO분이라 기재한 경우 11건, 24시 OO분 형태는 7건이다.

개표는 '개함 →투표지분류기 분류 →심사집계부의 심사, 확인 →검열위원들의 검열 →위원장 공표 → 개표결과 보고' 순으로 진행된다. 위원장은 심사집계부와 검열위원석을 거쳐 온 투표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후보자별 득표수를 최종 '공표'한다. 그러면 곁에 있는 보조사무원이 개표 상황표 맨 하단에 있는 위원장 공표시각 란에 수기로 시각을 적게돼 있다. 이 같은 위원장 공표가 있어야, 후보자별 득표수가 '확정'되어 비로소 효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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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구월 4동 2투 위원장 공표시각 누락 ⓒ 정병진


그런데 위원장 공표시각이 누락됐다면? 해당 투표구의 개표 결과가 과연 효력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위원장이 실제 공표를 했는데 담당 직원의 실수로 누락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누락이 맞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정확힌 공표시각을 알 수 없기에 개표 결과가 중앙서버에 정상적으로 '보고' 됐는지 사실상 문서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또 두 개 투표구 개표상황표의 공표시각이 누락된지도 모르고 그대로 인정한 인천남동구 선관위나 상급기관인 인천시선관위 관계자들은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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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9월 2동 8투 아침 8시 18분에 위원장 '공표'? ⓒ 정병진


위원장 공표시각을 적는 보조사무원은 보통 법원 공무원인 경우가 많아 개표업무에 서툴 수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사전에 그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개표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각 지역선관위가 개표 결과를 중앙서버에 보고한 다음 개표 상황표를 구시군위원회에 팩스로 전송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위원장 공표시각이 12월 19일 8시 30분, 12월 19일 8시 48분... 이런 식으로 기재된 개표 상황표도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12월 19일 8시 30분이라면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일 오전 시간이다. 투표가 진행 중인데 개표도 한다는 것이므로 명백한 선거절차 위반이다.

오후 8시라는 의미라면, 굳이 20시라 하지 않더라도 공표시각 앞에 '오후'라고 구분을 해 두어야 한다. 그러나 관련 상황표들에는 오후임을 알리는 어떠한 표식도 없다. 구월 1동 4투처럼 공표시각을 24시 29분과 같은 형태로 기재한 경우도 문제다. 24시 29분이란 시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0시 29분이라 해야 맞다. 이 때문에 공문서에 오기(誤記)를 하고도 정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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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구 논현 2동 2투 개표기 종료 00:41 -> 위원장 공표 24:50 (00:50), 수개표 시간 9분 ⓒ 정병진


인천 남동구의 개표 상황표에선 위원장 공표시각 이외 몇 가지 문제점이 더 발견됐다. 첫째 교부한 투표수보다 개표시에 표가 덜 나오는 '실종표 현상'이 16개 투표구에서 발생해 총 21표가 사라졌다. 어쩌다 한두 매 차이를 보이는 것이야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로 인정할 순 있다. 하지만 국민의 소중한 주권행사인 표가 21표나 실종됐다는 사실은 부실한 개표관리를 했음을 드러낸다. 투표할 때 투표사무원이 투표함 앞에 앉아 지키는 까닭은 선거인이 한 표 이상의 표를 행사하거나 기표를 안 하고 표를 가지고 나가는지 여부를 감시하기 위함이다. 투표지가 외부로 유출되면 한 표 이상을 행사하는 선거인이 생겨날 위험이 있다.

둘째, 논현 2동 2투는 투표수가 2205표인데 개표 상황표상 수개표 시간이 단 9분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2천여 표 개표에 9분이 걸린다는 건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시간이다. 경위를 묻자 남동구의 관리주임은 "마지막에 개표한 투표구라 다른 개표사무원들이 함께 개표해 빨리 끝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급 기관인 인천선관위 관리과 임철원 주무관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분류기를 1차 돌리고 심사집계부를 거친 상태에서 1매 이상이 있어 분류기를 한 번 더 돌렸다, 심사집계가 이미 끝난 상태였으므로 시간이 단축됐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그런지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1분 단위 데이터에서 논현 2동 2투의 데이터를 찾아보았다. 위원장 공표시각이 24시 50분으로 적혀 있으므로 0시 50분 이후 곧장 중앙서버에 '보고'가 돼야 한다. 그런데 논현 2동 2투의 2205표를 0시 50분 이후에 보고한 사실은 없었다. 다만 1분 단위 데이터에서 0시 55분에 한 표 증가한 것으로 볼 때 투표지 1매가 이상이 있어 분류기를 다시 돌린 것은 맞았다.

1분 단위 데이터를 보면 0시 18분에 2204표가 보고됐는데 처음 분류기를 돌렸을 때 1매를 누락한 채 보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매가 잘못 구분돼 나중에 추가했다면 1차 보고한 개표 상황표와 별도로 "잘못 구분된 투표지"라는 서식의 상황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남동구선관위는 "잘못 구분된 투표지"라는 상황표를 만들지 않았다. 

셋째 구월 2동 7투의 상황표에서는 위원장 공표시간을 임의로 정정해 놓았다. 또 만수 1동 5투의 상황표를 보면 위원장 날인 칸에 위원 도장을 잘못 찍어 그 밑에 위원장 도장을 찍기도 하였다. 이것도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적혀 있지 않다.

인천 선관위 임철원 주무관은 남동구의 위원장 공표시각 누락이나 오기 등 전반적 문제점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직원의 착오와 실수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후 "공표시각 누락이나 엉망 기재 등 개표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담당자들을 징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는 "개표 부정을 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므로 징계까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어 "지적하신 것 적극 반영해 더 철저히 교육시킴으로써 내년 지방선거 때는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투표지분류기 #인천 남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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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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