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들 두건 벗겨지고 허리띠 풀려"... 경찰 "사실 아냐"

밀양 송전탑 공사 닷새째, 곳곳서 경찰과 충돌

등록 2013.10.06 15:20수정 2013.10.0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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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6일 오후 9시 33분]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닷새째인 6일에도 주민과 경찰·공무원·한국전력공사 직원이 대치하거나 충돌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연행자 4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7일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서 열리기로 해 관심을 끈다.

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은 공권력과의 충돌 과정에서 "수녀들 두건이 벗겨지고, 허리띠가 풀리며, 가격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a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해 주민과 공권력이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움막농성장 앞에서 천주교 수녀들이 주민들과 함께 경찰의 진입을 저지하고 있는 모습.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해 주민과 공권력이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움막농성장 앞에서 천주교 수녀들이 주민들과 함께 경찰의 진입을 저지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한국전력, 5곳에서 경찰의 현장 보호 속 공사 계속

한국전력은 직원과 시공업체를 통해 이날에도 5곳에서 송전탑 공사를 벌이고 있다. 밀양시 부북면 도방마을에 있는 126번 철탑 현장에서는 벌목과 기초 터파기 공사를 마무리하고 기둥 틀로 사용될 '라이너 플레이트'를 설치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있다.

한국전력은 경찰이 주민들을 막고 있는 속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은 경찰이 도로·임도를 막고 있어 산길을 30여분이나 걸어서 농성장에 합류하고 있다.

이날에도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특히 이날 오전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평리마을 쪽에서 주민과 경찰이 충돌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주민들이 비탈진 진입로를 막고 있는데, 경찰이 주민들의 진입로 봉쇄를 풀 것을 요구해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곳은 84~85번, 88~89번 철탑 현장으로 가는 길목이다. 주민들은 지난 1일부터 다른 길목인 바드리마을 쪽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지난 3일 이곳에 와서 계속 밤을 새워가며 농성하거나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구속영장실질심사 7일... 대책위, 탄원서 제출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던 4명의 연행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7일 오전 10시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서 열린다. 경찰은 지난 3일 충돌 현장에서 환경단체와 반핵단체 회원 등 11명을 연했다가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구속영장 신청자 가운데는 이상홍 경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이재식 민주노총 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상홍 사무국장의 부친은 건강이 나빠 수술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탄원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대책위는 탄원서를 통해 "한국 정부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대형국책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환경단체와 활동가들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연행자들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공사가 중단된 것도 아니며, 이들을 구속시키는 것은 정부가 국책사업을 강행하기 위하여 환경단체 활동가의 인신마저 유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전탑 공사 부당성 지적' 계속

a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해 주민과 공권력이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2일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움막농성장 앞에서 주민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해 주민과 공권력이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2일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움막농성장 앞에서 주민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 ⓒ 윤성효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오는 7~8일 이틀 동안 밀양에서 "전국적 갈등 현장으로 떠오른 밀양 송전탑공사 현장에서 미사를 봉헌한다"고 밝혔다.

미사봉헌에 대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사제들의 밀양 방문미사는 6일간의 농성과 충돌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밀양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주민들이 전세버스 1대로 7일 밀양을 방문한다. 전국 곳곳에서 초고압 송전탑으로 피해를 입는 주민들이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현장을 찾아 주민 지원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환경단체는 8일 오전 서울 대학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고압 송전선로 전자파의 건강 영향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 기자회견을 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산업의학전문의 등이 참석한다.

환경단체는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송전선로 암발생 용역 보고서'를 보면 50~60대의 위암·간암 발생이 증가한다고 되어 있다"며 "의학·보건 전문가들이 고압 송전선로의 전자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을 돕기 위한 물품 지원도 줄을 잇고 있다. 주민들은 추운 산 속에서 밤을 지새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이 '핫팩'과 방한복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마창지역금속지회와 대림자동차 해고자 복직투쟁위는 오리털 점퍼 135벌을 구입해 전달했다. 밀양 시가지에서는 송전탑 공사 반대를 위한 1인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 4일 시내에서 1인시위를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이름도 밝히지 않고 주민 활동에 보태 쓰라며 10만 원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수녀들 두건이 벗겨지고, 허리띠가 풀리며, 가격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경찰은 "당일 찍힌 동영상을 확인한 바 수녀들은 제일 후미에 위치하여 있었고, 그 앞으로 2~3줄의 주민들이 더 있어서 경찰과 명확히 구분되고 있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여러 차례 확인해 보아도 수녀들이 두건이 벗겨지고 허리띠가 풀리며 가격 당하는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7일 오후 밀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자료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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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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