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도 한글날 기념하는데, 고국은...

[주장] 한글은 이제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등록 2013.10.08 14:54수정 2013.10.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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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본국에서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면서 이번 567돌 한글날은 더욱 뜻 깊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어 교육재단은 미국 캘리포니아 밀피타스타시와 공동으로 시청사 로비에서 567돌 한글날 기념식 및 축하 행사를 열었다. 호세 에스테베스 시장은 한글날을 '코리언 알파벳 데이'로 선포하고 매년 기념하기로 했다.

이렇게 미국인들이 한글날을 축하하는 행사를 하는 반면에 오히려 본국이나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한글날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본국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글날이 국경일이자 공휴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31.5%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한글날에 대한 무관심을 증명하는 결과라 할 것이다.

한글이 없었다면 외국인들이 이렇게 쉽게 한국어를 배울 수 없었을 것이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어려운 한자를 배울 시간도 경제적 능력도 없어서 문맹으로 살아가던 자신의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만든 글자인 만큼 누구라도 쉽게 배워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글자이다. 그래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문맹퇴치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세종대왕상'을 유네스코에서 수여하고 있다.

이렇게 세종대왕이 훌륭한 한글을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후손들인 우리는 한글을 경시하고 지켜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한글의 또 다른 우수성은 한 글자에 한 소리가 결합되어 정확한 발음과 몇 가지 규칙만 알면 맞춤법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런데 이를 정확하게 발음을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ㅐ'와 'ㅔ'의 발음 차이를 두지 않다보니 'ㅒ'와 'ㅖ'를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 교사들조차 'ㅙ, ㅞ, ㅚ'는 비슷한 발음이니 외국인들에게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으니 세종대왕이 들으면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모국어 화자들은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않더라도 문맥상으로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정확한 발음을 들어야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글자는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사라진 4개의 한글 자모를 통해서 배운 바 있다.

2013년 미국 통계국 보고에 의하면 한국어는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여섯 번째 외국어라고 한다. 이는 3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현재 미국 내에서 한국어 사용자가 110만에 달한다. 그만큼 이제 한국어는 미국 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외국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10만에 달하는 한국어 사용자들의 외국인 배우자, 회사 동료, 학교 친구 등 미래 한국어 학습 후보자들을 생각하면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닐 것이다. 여기에 케이팝 팬들까지 더하면 미국 내에서의 한국어 교육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면서 말했던 "누구나 쉽게 배워 널리 사용하라"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우리가 먼저 한글 하나하나를 정확히 발음하고 쓰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한글의 세계화와 더불어 세종대왕과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을 쓴 구은희 기자는 한국어 교육재단 이사장입니다.
#한글날 #어드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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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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