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밀양 송전탑 주민 긴급구제 기각 논란

인권위 "세 가지 사안은 이미 허용"... 대책위 "인권위고 뭐고 필요없다"

등록 2013.10.10 09:40수정 2013.10.10 10:00
2
원고료로 응원
지난 2일부터 송전탑 공사 재개로 한국전력공사측과 밀양 주민들이 충돌·대치를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에 대한 긴급구제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10일 국가인권위(아래 인권위)는 이날 열리는 상임위원회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아래 대책위)에서 낸 긴급구제 요청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밀양 송전탑 현장의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하기로 했다.

a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엿새째인 7일 낮 12시경 주민들이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앞에서 농성하면서 '복면 경찰'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엿새째인 7일 낮 12시경 주민들이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앞에서 농성하면서 '복면 경찰'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윤성효


앞서 대책위는 국가인권위에 '주민들의 공사현장 자유로운 출입' '음식·식수 반입' '비가림막(천막) 허용' '의료진 출입 허용' 등을 요구하는 긴급구제 요청을 했고, 국가인권위는 인권조사단을 현장에 파견해 조사를 벌여왔다.

인권위 "네 가지 사안 중 세 가지는 경찰이 허용"

박광우 인권위 사무관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긴급구제 요건이 충족될 때 상임위에서 심의를 하게 되고, 긴급구제는 법원의 소송에서 '가처분' 성격을 갖는 것"이라며 "요건이 충족되려면 인권침해의 계속성과 방치할 경우 회복 불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책위에서 요청은 네 가지 사안에 대해, 음식·식수 반입과 비가림막·의료진 허용은 경찰이 즉각 허용하겠다고 약속했고, 주민들도 이를 확인했다"며 "단지 주민들의 공사현장 출입만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공사 현장을 전면으로 막은 게 아니고, 109번 철탑 등 일부 현장에는 주민들이 들어가 있으며, 경찰은 위험방지와 불법행위예방이라는 경찰행정상의 근거를 대며 하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박 사무관은 "가령 집회신고를 했는데 집회를 못하면 회복불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고 음식물과 식수를 주지 않으면 생명과 신체에 당장 위험하기에 해당될 수 있다"며 "하지만 주민의 공사 현장 출입은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긴급구제요청 안건을 상임위에 상정하지 않겠다고 해서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면서 "경찰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보면 안되며, 주민들의 인권침해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밀양 송전탑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를 계속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 "주민들은 '이럴 거면 인권위 없애라'한다"

대책위는 10일 논평을 통해 인권위를 비판했다. 대책위는 "주민들은 '이럴 거면 인권위 없애라' '인권위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어젯밤부터 주민들은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 열흘간 30여명이 현장에서 쓰러지는 등 수차례의 아슬아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공권력이 현장을 점거하고, 임도뿐 아니라 산길까지 진입로를 2중 3중으로 철저하게 봉쇄하면서 불법적으로 통행제한을 실시한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밀양에 파견된 인권위조사단에 대해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사태가 벌어지고 난 뒤에 인권위가 와 봤자 이미 늦다"며 "인권위 조사관이 현장에 있으면 경찰이 그렇게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고,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현장에 인원을 상주시켜달라'고 수차례 강력하게 요청했으나, 조사 인력 등의 이유로 거절하였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밀양 주민들이 인권위에 기대한 것은 복잡한 법리적 판단이 아니다, '제발 경찰이 저렇게 우리를 함부로 대할 때 우리의 인권을 지켜주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어달라'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찰의 불법적이고 잔혹한 인권유린을 사실상 합리화시켜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체제의 인권위가 사실상 '식물 인권위'로 전락했다는 세간의 평이 허언은 아닌 듯하다, 우리는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전력공사는 10일 한전직원 188명과 시공업체 직원 73명을 투입해 5곳에서 송전탑 공사를 벌이고 있다. 5곳에서 모두 기초굴착 작업을 벌이며, 89번과 95번 철탑에서는 헬기로 공사장비를 운반하는 작업도 벌어진다.
#밀양 송전탑 #국가인권위원회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