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갯마을' 노래비를 본 적 있나요

조미미씨의 노래비가 있는 왕산포를 찾아서

등록 2013.10.11 09:43수정 2013.10.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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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굴작업 방금 잡아온 굴을 손질하고 있다

굴작업 방금 잡아온 굴을 손질하고 있다 ⓒ 임재만


태풍 다나스가 지나간 9일 아침, 창문을 열어보았다. 어디에서도 태풍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나무들은 어제처럼 그대로 서 있고, 거리에 간판도 이상 없이 붙어 있다. 하늘만 열릴 듯 말듯 밝은 구름으로 살포시 덮여있다. 머지않아 구름은 금세 걷히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되어 맑은 햇살이 쏟아질 것 같다.

가벼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산이 아닌 바다로 목적지를 정했다. 왠지 오늘은 가을 산보다는 바닷가에서의 하루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도 하늘과 바다가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 줄 것 같고, 태풍으로 잠시 닻을 내렸던 어부들도 바다로 나가 싱싱한 해산물을 가득 잡아 올 것이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충남 서산으로 차를 몰았다. 서산하면 퍼뜩 떠오르는 단어가 '갯마을'이다. 어리굴젓도 있고 간자미도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서산의 지명과 함께 떠오르는 대명사가 갯마을이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70년대에 가수 조미미씨가 불러 유행했던 <서산갯마을>이란 노래 때문이 아닐까.

a 고기 돛 고기를 돛처럼 말리고 있는 왕산포

고기 돛 고기를 돛처럼 말리고 있는 왕산포 ⓒ 임재만


서산시에서 대산읍으로 가는 길에 지곡면으로 들어서면 왕산포로 안내하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들어가면 낮은 구릉지대가 바다를 향해 내달린다. 지곡면은 서산에서 바다에 접해 있는 면으로 낙지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바닷가에 가까이 이르자 낙지음식점으로 안내하는 간판이 커다랗게 서 있고, 소나무 사이로는 언뜻 언뜻 황금벌판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작은 염전을 오른쪽에 두고 언덕을 지나자 도회지에서나 볼 수 있는 3층의 회색 건물이 먼저 나타난다. 그리고 좌우로 빨강파랑 지붕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곳이 그 유명한 가수 조미미씨의 <서산 갯마을> 노래비가 있는 왕산포다. 왕산포구에는 어느새 물이 차 들어와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멀리 작은 섬 하나가 길게 누워 바다로 향하는 시야를 가로막고 있다.

a 왕산포 바닷물이 들어 찬 왕산포의 전경

왕산포 바닷물이 들어 찬 왕산포의 전경 ⓒ 임재만


a 일몰 서산갯마을이 붉에 물들어 가고 있다.

일몰 서산갯마을이 붉에 물들어 가고 있다. ⓒ 임재만


배들은 어느새 잡아온 고기를 모두 내려놓고 깊은 휴식에 들어가 있다. 갈매기들은 그 위를 바삐 날아다니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아직 배를 덜 채운 모양이다. 선착장에는 아주머니들이 개펄에서 막 잡은 싱싱한 낙지와 굴을 바닷물에 씻으며 귀가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해가 바다를 향해 낮게 떨어지고 있다. 배 그림자가 길게 바다위로 드러눕기 시작한다. 포구가 점점 불타기 시작한다. 하늘도 바다도 모두 붉게 물들어 버렸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가에 커다란 표지석이 우두커니 서 있다. 다름 아닌 <서산 갯마을> 노래비다. 여기가 사람들이 그렇게  따라 부르던 서산갯마을이라는 말인가! 이제야 조금씩 실감이 난다. 노래가사를 한 구절 읽어 보았다. 애잔한 목소리의 조미미씨의 노래가 스피커를 타고 막 흘러나오는 것 같다.    


굴을 따랴 전복을 따랴  ∼
서산 갯마을  ∼
처녀들 부푼 가슴 꿈도 많은데∼
요놈의 풍랑은 왜 이다지 사나운고∼
사공들의 눈물이 마를날이 없구나∼

a 노래비  "서산갯마을 노래비" 가 서 있는 왕산포

노래비 "서산갯마을 노래비" 가 서 있는 왕산포 ⓒ 임재만


#서산 갯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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