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9% 삼성서 나오는데 '별개' 회사라고?

이건희 회장 조카 운영 회사들, 계열 분리 문제점 보여줘

등록 2013.10.18 14:16수정 2013.10.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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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감사가 시작되었다. 필자는 올해 내내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관련 법과 시행령 개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 진행 과정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이를 지적하고,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로 잡기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17일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현장을 열심히 지켜 보았다. 야당 의원들(김기식, 김영주, 이상직(이상 민주당), 송호창(무소속) 의원)이 일감 몰아주기 시행령 후퇴에 대해서 지적하였다.

이중에서 눈에 띈 것은 송호창 의원이 제기한 계열 분리에 관한 문제였다. 이건희 회장의 조카인 김상용씨가 운영하는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가 삼성 전자로부터 일감을 몰아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문제의 출발은 201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필자는 이건희 회장과 형 이맹희씨와의 상속 다툼에 대한 기사를 보던 중, 관련 소송에서 참여하지 않은 이 회장의 누나 이순희씨의 아들이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를 운영하고 있고, 이 회사가 삼성전자와 거래가 있다는 내용을 확인하였다. 필자는 두 회사의 감사 보고서와 홈페이지 등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쉽게 영보엔지니어링이 휴대폰 배터리팩을 제조하여 삼성 전자에 납품하는데, 삼성전자 및 그 해외 계열회사와의 거래 비중이 매출액의 99%에 이른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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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말 영보엔지니어링의 연결감사보고서 주요 매출처인 삼성전자와 그 중국 현지 법인과의 매출액이 당기 매출액의 99%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화면캡처


또한 애니모드는 핸드폰 케이스 등을 유통하는 업체로, 감사 보고서를 보면 애니모드는 제조에 필요한 기계 장치는 없으며, 디자인을 개발한 후 제작은 외주 업체를 통해서 하고, 제품의 유통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케이스 판매가 애니모드의 주요영업임을 볼 때, 삼성전자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송호창 의원은 국감에서 애니모드가 "삼성전자의 SMAPP(Samsung Mobile Application Partnership Program) 인증을 받은 유일한 국내 기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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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모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SMAPP 인증회사임을 밝히고 있다. ⓒ 화면캡처


문제는 삼성전자와 이 두 회사는 법률상으로는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라는 것이다.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이건희 회장의 누나와 그 아들의 회사이고, 삼성 전자와의 거래 관계가 절대적인데, 삼성 그룹과 별개의 회사라니…. 그래서 공정위에 물었다. 이 회사가 왜 삼성 전자의 계열회사에 포함되지 않느냐, 그리고 이들의 거래가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되지 않느냐고.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공정위는 이 두 회사가 계열 회사로 편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위장 계열 회사로 있었는데, 2005년 공정위의 위장 계열 회사 조사에 앞서 자진 신고로 계열회사로 편입된 뒤 바로 계열 분리 제도를 통해 계열 회사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위장 계열 회사로 있었던 위법 행위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는데, 이는 삼성에 대한 특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계열 분리 제도의 문제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는 1999년 계열 분리 요건을 완화하였는데, 내부 거래 비중 요건을 폐지한 것이다. 이전에는 분리하는 회사가 모그룹계열 회사에 대한 거래 비중이 50%이상이라면 독립 경영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계열 회사로 포함되어야 했다 그런데, 1999년부터는 동일인측(이건희 회장 일가 및 삼성 그룹 계열 회사)과 독립 경영자측(이순희씨 일가와 그들의 회사)간의 ① 상호 지분 관계가 없고, ② 임원 겸임이 없고, ③ 채무 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으면, 내부 거래가 아무리 많더라도 계열회사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계열 분리된 친족 기업과의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거래법상 내부 거래로 보지 않게 되어, 공시 의무도 없고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게 된 것이다.

두 번째, 공정위는 삼성 전자와 두 회사간의 내부 거래가 부당 지원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일단 영보엔지니어링이 삼성 전자의 거래가 절대적이나 거래 가격에 문제가 없고, 다른 경쟁 회사들을 배제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기존의 부당 지원 행위로 성립하기 위한 요건이 엄격하였기 때문에 공정위의 판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당 지원 행위의 엄격한 요건을 완화한 개정된 일감 몰아주기 법으로도 영보엔지니어링은 여전히 규제할 수가 없다. 일감 몰아주기 법은 계열회사에 대해서만 규제하기 때문이다.


결국 영보엔지니어링과 같은 친족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근본적으로 계열 회사가 아니라는 문제로 기존의 기업 집단 공시 의무도, 개정된 법의 적용도 모두 벗어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김동수 공정위 전 위원장은 우선적으로 재벌 계열 회사와 친족 기업과의 내부 거래도 공시하도록 규정을 손 보고,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거나 감독의 손길이 미치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공정위는 이 문제에 대해서 미적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친족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파악하기 위해 공정위는 일단 실태 파악이라도 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채이배 기자는 공인회계사로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계열분리 #친족기업 #일감몰아주기 #영보엔지니어링 #애니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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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는 소액주주 권익보호,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부의 재벌·금융정책 감시 등 1997년 이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활동을 보다 전문화하고 발전시키려는 경제전문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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