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증인만 96명... 검찰, 제보자 '비디오 신문' 요구

[내란음모 사건 공판준비기일] 12일 첫 공판부터 본격 법정 공방 시작

등록 2013.11.07 18:41수정 2013.11.0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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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보수단체 회원 약 100명은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내란음모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규탄하며 '최고형에 처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7일 보수단체 회원 약 100명은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내란음모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규탄하며 '최고형에 처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 박소희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7일, 내란음모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에 대한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에서 주요 증인 채택과 신문 일정을 정리했다. 유례없는 내란음모사건의 진실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법정 다툼은 오는 12일부터 시작된다.

현재까지 형법상 내란음모죄와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 등으로 기소된 사람은 이석기 의원과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부위원장, 이상호 수원진보연대 고문,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한동근 새날의료협동조합이사,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이다. 수원지방검찰청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는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6일까지 제보자와 국가정보원 수사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 증인 81명을 신청했다. 변호인단(대표 변호사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은 방어를 위해 음향분석 전문가 등 1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양쪽에 증인 숫자를 조정하라고 했다.

증인 숫자는 물론 신문 방식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쪽은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제보자 A씨의 증언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 것이냐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비디오 생중계 방식으로 증인 신문을 하되 모든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비디오 증언은 증인이 법정이 아닌 비디오 증언실에서 실시간으로 진술하면 재판부와 검찰,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 장면과 내용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증인 역시 법정에 설치된 카메라로 재판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핵심 제보자' 법정 증언 방식 놓고 30분 공방... 결론 안나

검찰은 사안 자체가 중대하고, A씨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만큼 그의 증언을 이같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쪽은 공개재판원칙에 어긋나는데다 '신변 위협' 부분은 근거 없는 이야기고, 검찰과 국정원이 그의 진술 번복을 우려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검찰 "공소사실 내용을 기반으로 말씀드리면, 지하혁명조직으로 판단되는 RO 조직원들이 수년간에 걸쳐 대남혁명을 위한 활동을 하다 올해 내란을 음모하는 데에 이르러 7명이 기소됐다. 사안 자체도 매우 중하고, 각 조직원과 주변 사람들에게 심대한 압박과 어려움을 제공한 사건이다.

특히 (제보자가) 이석기 피고인 등 면전에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하기 매우 곤란하다. 이 점이 고려되어야 하기에 (비디오 생중계·비공개 진행을) 요구한다. 또 많은 RO조직원들이 제보자의 신변을 확인하고 가족들의 소재까지 파악한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가 제대로 증언할 수 있겠는가. 피고인들의 접근을 막아서 잘 짜놓은 진술을 받아보겠다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기본 질서를 위협한 행위와 관련해 담백한 진술을 듣기 위해서는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변호인 
"제보자가 심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갈등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신변 위협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이른바 RO 조직원 등 모든 사람이 폭력·테러 행위를 했다는 구체적 증거도 없다. 따라서 (제보자가) 마치 증언 때문에 자신이나 가족의 생명이 위협받을 것을 두려워한다는 얘기는 아무 근거 없고 허위 주장이다.


검찰이나 국정원은 제보자 본인의 심리적 갈등과 도덕적 회의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진술의 불투명성을 우려한다고 본다. 그래서 (비디오 중계 등으로 진행하면) 증인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법정에서 다시 말하는, 요식행위 같은 증언을 할 수밖에 없다. 또 신변 위협 등에 근거가 없다면 공개재판원칙에 따라야 한다. 대한민국 모든 재판에서 당사자들이 증인에게 연락을 취하려 하는 게 무수히 많은 사건의 실상이다. 그걸 생명·신체 위협으로 확대 해석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 문제를 두고 30분 가까이 뜨거운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RO 조직 녹음·영상파일의 증거능력을 결정하기 위해 우선 관련 증인 14명의 신문을 14일 공판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김정운 부장판사는 "A씨의 증인 신문은 21~22일 예정이라 약간 시간이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좀 더 검토한 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때 법정에 서는 국정원 수사관 8명의 경우 증언 과정을 공개하되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에는 차단막을 설치, 얼굴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첫 공판 사진·방송 촬영 결국 불발

내란음모 사건의 첫 공판 일시는 12일 오후 2시며 11월 한 달간은 매주 월·화·목·금요일마다 재판이 열린다. 법원은 국민의 관심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이번 사건을 '적시처리 필요중요사건'으로 분류했다. 일반 사건은 보통 2주 간격으로 재판이 열리지만, 적시처리 사건은 이틀 연속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등 집중 심리가 가능하다. 재판부는 이를 위해 기존에 맡은 사건 80여건을 다른 재판부로 넘겼지만, 신청 증인은 약 100명에 달하고, 녹음파일만 70시간이 넘는 분량이라 선고일은 해를 넘길 수도 있다.

한편 재판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첫 공판 때 법정 안에서 사진·방송촬영 허용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금지하기로 했다. 검찰은 재판 전 과정을 녹화, 방송하도록 한다면 "재판 과정이 또 다른 투쟁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호인단 역시 "일부 피고인이 원치 않고, 변호권을 방해할 수 있다(변호인단)"며 재판과정 전체를 촬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이날 수원지법 정문 맞은편에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회원 약 100명이 '내란음모 국가반역자 이석기를 사형에 처하라', '뼛속까지 종북세력 대역죄로 처단하라'란 문구 등이 쓰인 현수막과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통합진보당 해체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법원 주변에 400여 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했다.
#이석기 #내란음모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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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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