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 문제 없나

등록 2013.11.10 17:24수정 2013.11.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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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구, 청년창업 2030 프로젝트)가 5기째를 맞고 있다. 20, 30대 청년 1000팀을 선발해 사무공간과 매달 일정 금액의 사업자금을 1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 계획서만으로 지원이 가능한데다 선발인원이 많고 매달 50만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니 꽤 파격적인 셈이다.

창업에 막 뛰어든 젊은 기업가에게 환영받았던 이 정책이 최근 5기 선발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천 명 가량의 인원이 모였으니 물론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 단순한 실수나 운영 미숙으로 치부할 수 있었던 일들이 반복되면서 이 프로그램의 의도와 목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선 사업 자체의 규모가 매년 축소되고 있다. 최초 1기에서 선발자 모두에게 월 100만 원씩 지급되었던 지원금은 2기부터 100만 원, 70만 원, 50만 원으로 차등 지원 되고 있고 지원금 없이 사무실만 지원받는 등급도 생겨났다. 사업 성과나 예산 책정에 의해 사업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선발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바이벌 체계가 도입되어 상벌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가능성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본이나 시장논리에 묻혔던 창업 아이템을 인큐베이팅하겠다는 지원 프로그램이 요즘 유행하는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피지원자들은 자신의 사업에 매진하기보다는 운영측이 제시하는 기준을 만족시키고 점수를 따는데 집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서울시의 방침은 제5기 운영에서 모든 지원금을 월 50만 원으로 축소하고 그렇게 확보한 지원금을 창업경진대회란 이름의 본격적인 오디션장의 상금으로 내거는 데 이르렀다. 결정적인 문제는 이러한 운영방식이 계약에 없거나 무단으로 변경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5기로 선발되어 강북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해 활동하고 있는 마포구의 이아무개 대표(31)는 이렇게 말한다.

"프로그램에 선발되면 서울산업통상진흥원과 계약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계약 이후에 어떠한 협의나 변경 절차 없이 모집요강과 계약서에 나와있는 등급제는 사라지고 대신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습니다. 이마저도 경진대회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회 보름 전에야 공지가 되었습니다."


지원금의 갑작스런 축소는 현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의 경우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계약 내용의 무단 변경과 일방적인 통보는 이른바 '갑질'과 다름없다.

경진대회 상금도 이상하다. 창업지원센터의 말에 따르면 수상자가 받은 상금은 바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수상자가 창업에 사용한 자비 금액을 심사 결과에 따라 사후정산 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즉 수상을 해 몇 천만 원의 상금을 받아도 사용기간인 내년 5월까지 미리 쓸 자금이 없다면 받을 수 없는 돈이 된다. 심사 결과에 따라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


"지원금 사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자금계획을 세우다보면 사용시기나 용도 등이 다양하게 마련인데 센터에서 주는 지원금은 그것이 모두 정해져 있으니까요. 사업자에겐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이 가장 큰 비중인데 그것으로 사용을 못하니 결국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를 사는 용도 외에는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했습니다." (3기 이모씨(36))

11월 9일 강북창업센터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하는 대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대토론회에서 질문을 하려던 한 참석자는 주최측의 요구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미리 질문의 종류가 정해져 있었고 그 밖에 질문을 하지 못하도록 직원이 돌아다니며 주의를 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질문을 배제당한 채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창업자들은 지원을 받기보다는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호칭은 대표님이라 불러주는 운영측이지만 그들의 기본 시각은 자신들이 선심쓰는 지원금을 받아먹는 실업자와 다르지 않다고 많은 피지원자들은 말하고 있다.
#청년창업 #창업 지원 #서울통산산업진흥원 #1000 프로젝트 #서울시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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